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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7.02 07:51

댄싱 위드 더 스타 "두 분 사귀어 보면 어때요?"

멘토와 멘티의 신뢰와 우정이 더욱 깊어진다.

 
"두 분 사귀어 보시면 어떻습니까?"

심사위원인 뮤지컬배우 남경주의 그 말이 들린 순간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치고 만 것은 그만큼 제시카 고메즈와 박지우 커플이 너무나 잘 어울려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무대도 잘 어울렸다. 호흡도 완벽했다. 하지만 그보다 연습과정에서 보여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너무나도 다정해 보였다는 것이다. 하긴 그래서 호흡도 완벽했을 것이다.

역시 기대한 대로다. 전문 댄스스포츠선수와 아마추어 유명인간의 일대일 멘토링은 결국 두 사람 사이의 서사를 강조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갈 것이다. 서로의 호흡이 완벽해지는 만큼 이들 사이의 이야기도 완벽해질 것이다. 진정한 리얼리티 드라마다. 공감이 있고 격정과 감동이 있다.

분명 한계는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전문 댄스스포츠 선수들은 연예인이 아니다. 유명인도 아니다. 그만큼 대중의 관심도 떨어진다.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 능력도 부족하다. 아마 제작진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을 않고 있을 것이다. 아직 그렇게까지는 필요치 않다.

그래서 정작 화면에 보여지는 것에 비해 각 커플의 캐릭터는 그다지 뚜렷하게 잡혀있지 않은 편이다. 심지어 이봉주의 경우는 파트너인 최수정을 대신해서 아내인 김미순씨가 거의 모든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그래서 이봉주, 최수정 커플은 그다지 주목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아무래도 함께 무대에 선 파트너에 대해 더 집중할 수 있을 때 인상도 더 강해진다.

함께 마사지를 받으며 대화를 나누는 김영철, 이채원 팀, 막내로 이루어진 팀 탑게 장난기와 애교가 돋보이는 현아, 남기용 팀, 김동규, 이한나 팀은 김동규의 집에서 함께 식사를 나누고, 오상진, 함가연 팀은 오상진의 에스코트로 레스토랑에서 멋진 시간을 보낸다. 김규리, 김강산팀 역시 사귄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서로를 괴롭히며 놀리는 모습이 격의 없이 살갑다. 장난기 많고 기복이 심한 문희준에 맞춰가는 안혜상 팀은 또 어떤가?

춤도 춤이지만 그렇게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보내는 시간들이 정겨웠다. 이 사람들이 이렇게 준비하고 연습해 왔구나. 이렇게 그들은 나머지 시간을 땀흘려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왔구나. 무대가 끝나고 서로를 얼싸안고 등을 두드려주는 모습은 이성이라기보다는 동료에 대한 신뢰이며 경의였다. 그들 사이의 땀에 젖은 체온이 TV화면 너머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댄스스포츠가 마치 탈선의 온상인 양 여겨졌던 것은 결국 이성과 밀착하며 출 수밖에 없는 댄스스포츠만의 특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떤가? 상당히 노출이 심한 복장이고, 서로를 깊숙이 끌어안고 있음에도 어떤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가?

스포츠인 것이다. 남녀가 아니라 파트너이고 동료다. 함께 무대에 선 인간이다. 기꺼이 자신을 맡기고 기꺼이 그를 리드한다. 과연 어떤 불순한 생각이 자리할 여지가 있을까? 그랬다면 무대는 저렇게 아름답지 못했을 것이다. 춤사위는 격정과 감성을 담고 있지만 동작을 취하는 당사자들은 칼날과 같은 이성으로 그것을 통제하고 있다. 그런 절제가 곧 스포츠이고 예술이라는 것일 테지만.

아름답다. 춤도 아름답고 사람도 아름답다. 영화의 내용을 그대로 압축해 놓은 무대도 아름다웠지만 서로를 향한 눈빛이 너무 아름다웠다. 아마 그런 서로에 대한 신뢰가 - 인간 대 인간으로써의 서사와 관계가 전제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프로그램에 집중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일 댄스스포츠 선수들이 조금 더 유명인이었다면? 아니면 방송에 능숙해서, 혹은 연출에 의해 그들이 시청자들에 돋보일 수 있었다면?

처음 시작할 때도 <위대한 탄생>에 대해 이런 부분을 지적했던 것이다. 그것은 <댄싱 위드 더 스타>에 대해서도 제안하고 싶은 부분이다. 굳이 의도해서 관계를 만들 것은 없겠지만 그런 부분들을 조금 더 부각시킬 수는 없겠는가. 굳이 <우리 결혼했어요>를 찍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무대에 오른 이들 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알고 싶다.

더불어 그러한 출연자간의 관계에 더해 프로그램 자체를 마치 안방처럼 사랑방처럼 훈훈하게 감싸주고 있는 것이 MC 이덕화의 존재일 것이다. 나이도 있고, 연륜도 있고, 마치 가족처럼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출연자들이며 심사위원들에 말을 건넨다. 때로 핵심을 짚어내면서 출연자들과 심사위원들을 잇는 그의 역할은 시청자와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과연 수많은 성대모사와 패러디를 만들어낸 원조 명MC의 관록은 어디 가지 않는달까?

이번에도 심사위원석에 앉은 댄스스포츠 국가대표 감독 황선우씨에 대해 너무 점수를 짜게 주는 것 아니냐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황선우 감독의 입장표명을 이끌어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자신의 판단은 매우 보편타당하다며, 오히려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 심사를 할 수 있게 힘을 실어달라는 말을 이끌어냈다. 이덕화의 적절한 딴죽이 있었기에 황선우 감독의 냉철함은 더욱 빛을 발하고 그의 심사에 권위가 실린다. 이덕화의 노골적인 요청도 아랑곳 없다.

연기자의 입장에서 무대를 감상하는 뮤지컬배우 남경주와 댄서의 입장에서 전문적으로 춤을 이해하려 드는 프리마 발레리나 김주원, 그리고 국가대표 감독으로써 누구보다 냉철하게 엄격하게 출연자들을 평가하는 황선우. 여타 오디션프로그램과 같은 치열함은 없지만 적절한 균형이 안정감을 준달까? 마치 사담처럼 주고받는 심사평도 그래서 정겹고 거슬림이 없다.

그야말로 금요일 저녁에 어울리는 편안함과 따뜻함일가? 그러면서도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격정적인 춤사위가 있다. 눈으로 보기에 즐겁고 마음으로 즐기기에 편안하다. 드라마가 있고 감동이 있다. 마치 한 주의 피로를 달래려는 선물과도 같다.

깊은 생각 없이 그저 보이는대로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그저 느낄 뿐 판단은 않는다. 어차피 문외한이다. 문외한조차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된다. 이것은 좋은 프로그램이다.

전문댄스스포츠 선수와 유명인으로 이루어진 팀과, 이들 팀과 심사위원의 관계, 그 사이에서 부드럽게 감싸안는 MC이덕화, 그리고 모니터 너머로 느껴지는 땀과 체온들. 그리고 시청자인 나. 사람과 사람 사이라서 인간이다. 그 향기가 취할 듯 진하다.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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