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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수빈 기자
  • 문화
  • 입력 2020.12.08 13:06

[박수빈의 into The Book] #1. 먼지를 조심스런 눈길로?

도서 <아! 와 어?> 주수자·권희민 저자,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인문학과 과학으로 새로운 관점 제시하다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 도서'아! 와 어?'

매일 치워도 어디선가 또 나타나는 먼지, 정말 지긋지긋한 존재다. 매일 청소를 해도 아침이면, 아니 몇 시간만 지나도 또 생겨 다시 걸레를 쥐게 만드니 말이다. 깨끗이 치웠다고 생각해도 어느새 다시 자리를 잡고 있으니 도대체 어디서 생기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물론 밖에서 들어올 수도, 움직이며 생길 수도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조금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바로 과학의 관점에서 말이다. 

최근 출간된 도서 <아! 와 어!>는 인문학과 과학을 접목시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특히 도서를 통해 인문학과 과학이 별개의 학문이 아닌, 같은 본질을 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는 두 분야를 일상의 아주 소소한 순간으로 끌어와 인문학과 과학을 넘나들며 깊은 혜안의 시각을 전하기도 한다. 저자는 일상에서 매일 마주하는 지긋지긋한 먼지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봤을까. 

먼저 먼지의 길고 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 출처 도서'아! 와 어?'

모든 별은 우주 깊숙한 곳 먼지구름에서 태어났다. 원래 지구도 가스와 먼지덩어리였다. 태양계 행성들도 초기에 그러했다. 우주엔 지금도 여전히 가스와 먼지가 하나의 띠를 형성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아주 오래전 약 50억 년 전이라 추정되는 때에 원시별 하나가 우리 태양으로 탄생되었다.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간섭으로 인해 가스와 먼지가 서로 뒤섞였고, 먼지덩어리들이 충돌을 거듭하다가 어떤 부분을 중심으로 하나로 합쳐졌다. 이 과정에서 지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여러 행성이 생성되었다. 당시 태양계에는 위의 행성 말고도 다른 것들로 가득했는데 그것이 계속 충돌하면서 여러 금속이 생겨났다. 지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미세한 암석파편, 금이나 철, 탄소들이다.

지금도 지구로 날아오는 물체들이 있는데 다름 아닌 별똥별이다. 크기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작은 돌 알갱이 정도이다. 이들은 대기권을 진입하여 공기의 저항을 받으면서 작은 먼지가 되어 땅으로 떨어진다. 일 년에 약 4만 톤의 우주 먼지가 떨어진다고 추정하지만, 지구의 무게 6 억x억x억 톤에 비하면 정말로 티끌 같은 숫자이다.

50억 년 전에 태양을 형성했던 먼지와 가스는 오늘날 더는 존재하지는 않는다. 거대한 행성의 내부로 녹아들어 완전히 다른 천체로 거듭 태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소행성과 우주먼지는 다른 물질로 변하지 않고 아직도 우주 속을 떠돌고 있다.

▲ 출처 Unsplash

지구는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주 미세한 입자 하나도 오래전에 사라진 별의 흔적일 수 있으며, 그 흔적들은 먼먼 시간으로부터 매일매일 지구에 떨어져 내리고 있다. 아직도. 1986년 헬리 혜성이 지구와 스쳐 지나갔을 때, 무인 우주탐사선 지오토를 보내 혜성 꼬리의 먼지 입자를 조사한 결과, 80%의 물과 10%의 이산화탄소, 2.5%의 메탄과 암모니아, 그 외에 여러 탄수화물이 발견되었다. 또한 DNA에 들어있는 핵산염기 중 하나인 아데닌을 구성하는 HCN 분자도 헬리 혜성의 먼지에서 검출되었고, 여러 종류 아미노산도 발견되었다. 아직은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생명을 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들, 아미노산, 물 같은 기초 물질들이 우주에서 날아온 것이라는 말이 성립된다. 생명이 지구에서 발화되었다고 하지만 그 기초 물질은 우주 어디에선가로부터 왔다는 것이다.

이제, 다시 먼지로 돌아가 보자.

우리가 쓸어버리는 먼지의 거의 대부분인 99.99%는 지구 내의 물질이 순환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 중에는 놀랍게도 우주적인 것이 섞여 있다. 우주 탄생의 비밀을 담고 있는 먼지는 아주 미미한 소량이지만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따금 쓰레기처럼 보이는 먼지들 중에 이런 보물 먼지가 혹시 섞여 있을지 조심스런 눈길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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