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01.15 08:16

따뜻한 말 한마디 "유재학의 이기, 그들의 불륜이 다른 이유"

우리 둘의 아버지는 어디 있었니? 송미경 묻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송미경(김지수 분)이 말한 그대로다.

"우리 둘의 아버지는 어디 있었니? 우릴 가장 보호하고 지킬 사람이 어디 있었던 거야?"

지금 유재학(지진희 분)은 어디 있는 것일까? 나은진(한혜진 분)은 나름대로 자기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하고 있다. 온갖 세상의 비난과 조롱을 받으며, 심지어 가족들로부터도 고립된 채 홀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다. 차마 유재학과 다시 우연히 마주쳤어도 말 한마디 건네기조차 부담스럽다. 유재학은 그런 나은진에게 다가가려 하고 있었다.

▲ SBS 제공

한강에 배 몇 번 지나간 것이니 신경쓰지 말라. 원래는 남자에게 쓰는 말이 아니었을 텐데. 남자의 외도쯤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남자의 성욕을 인정한다. 충동에 의한 잠시간의 일탈을 이해해준다. 하기는 그래서 성범죄를 저질러도 가해자인 남성보다는 피해자인 여성을 더 비난한다. 남자란 그런 동물이다. 그러도록 기회를 준 여자의 잘못이다. 오죽하면 송미경 자신마저 남편의 부정이 일시적인 욕망에 의한 것이라면 어쩔 수 없이 참아낼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사랑이었다. 자신도 한 번 받아보지 못한 그 사랑이었다.

나은진의 경우만 하더라도 정작 남편인 김성수(이상우 분)의 바람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하는 반응들이다. 나은진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김성수를 마냥 비난하지는 않는다. 아마 더 자세하게 묘사하려 했다면 그런 상황에조차 나은진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사람도 적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은진의 부정에 대해서는 가차 없다. 심지어 송미경의 동생 송민수(박서준 분)조차 유재학을 탓하기보다 나은진을 비난하고 송미경의 인내를 요구한다. 송미경의 시어머니이며 유재학의 어머니인 추여사(박정수 분)는 오히려 목소리를 높인다. 나은진은 철저히 죄인이지만 유재학은 그래서 당당할 수 있다.

이성을 요구한다. 냉정을 강요한다. 논리로써 공격한다. 피해자가 된다. 마지막 순간에조차 그는 피해자가 되어 어쩔 수 없이 아내의 이혼요구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내를 위한다며 원치 않는 이혼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송미경에게 필요했던 것이었다. 자기연민. 자기를 불쌍히 여김으로써 부당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합리화하고 받아들인다. 어쩔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기는 일방적인 희생자다. 억울한 피해자다. 주위의 동정과 연민 속에 김성수는 어느새 자신 앞에 놓인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여간다. 아마 그같은 불편한 현실들조차 이제는 어떻게든 감당해가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재학이 도리어 피해자가 되어 있는 상황에 송미경에게는 그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현실과 자신이 유리된다. 냉정해진다.

다른 여러가지 이유들로 인해 자신이 불쌍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여러 이유가 불쌍해진 자신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불쌍하지 않다. 연민 대신 분노만이 남는다. 자기와 여러 이유가 분리되어 버린다. 오히려 냉정해졌을 때 그녀는 단호해질 수 있게 된다. 그런 와중에도 그것을 자기를 합리화하는 근거로 사용하려 하는 유재학의 이기가 혐오스러울 뿐이다. 냉정해지기를 요구하고서는 냉정하게 반응하자 다시 피해자가 되어 고통스러운 자신을 연기하게 된다. 어쩌면 나은진을 다시 만난 것이 이유였을 것이다. 그런 순간에조차 모든 것을 자신을 위해 이용하려는 이기심이 그가 유능한 사업가임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당시 송미경과 송민수 남매의 아버지도 침묵하고 있었다.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써, 아내와 자식까지 있는 가장으로써 다른 여자를 사랑하여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내와 다른 여자와의 상대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불쌍한 남자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아내에 대한 의리와 다른 여자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했다. 그런 자신이 불쌍하다. 어느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최선이었다. 오죽하면 송미경과 송민수마저 자신들의 어머니들을 비난하고 있었겠는가. 모든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버지 자신이었음에도.

여전히 눈으로는 유재학을 쫓으면서도 의식적으로 유재학을 거부하려 하는 나은진과, 그런 나은진을 쫓아 다시 만나려 하는 유재학의 차이가 그같은 현실을 드러낸다. 부정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든 지려 하는 나은진과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려는 유재학의 모습이 대비된다. 충분히 자신을 연민하고 나은진을 사랑했던 과거의 기억마저 떠올린다. 충분히 자신을 불쌍히 여기고 이제는 나은진에게 미안했던 일들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토록 미워하고서도 미워하기에 오히려 가엾게 여긴다. 김성수와 송미경도 그래서 비교된다. 여전히 한국사회는 가부장적 질서에 지배되고 있다. 남성의 부정과 여성의 부정은 전혀 다른 가치를 갖는다. 어느새 나은진의 부모들은 김성수의 부정을 용서하고 있었다. 나은진의 부정은 죄스러워하며.

여전히 나은진의 가족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은진으로 인해 이어졌지만 어찌 되었거나 그동안 그들은 가족이었다. 아버님이라 부르고 어머님이라 부른다. 자네라 부른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달려가 부탁한다. 곤란한 일이 생기면 나서서 돕기도 한다. 스스럼없이 속엣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한다. 그 시간들이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은진과 헤어지기로 한 현실 역시 바뀌지 않는다. 어쩌면 김성수 자신이 정해진 선택을 바꾸고자 그 이유를 찾으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행이다. 김성수는 남자였고 나은진은 여자였다. 마지막 반전의 여지가 있다. 그는 충분히 지금보다 더 자신을 동정할 수 있다. 가엾어질 수 있다. 오히려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나은진 자신일 것이다. 그것을 김성수도 안다.

나은진이 냉정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송미경이 냉정해진 것은 유재학을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성수는 자신을 연민하며 나은진과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유재학은 그러면 그 순간 무엇을 떠올리고 있었을까? 송미경이 냉정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더는 유재학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 바닥을 보게 된다. 인간의 바닥이다. 그런 순간에조차 유재학은 멋있으려 한다.

가치관이 다른데도 살아간다. 생각하는 것이 너무 달라 항상 싸우고 부딪히면서도 함께 부대끼며 살아간다. 부부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용납해서는 안되는 선이라는 것도 있다. 오빠인 나진철(윤종화 분) 부부도 안심할 수 있다. 삶의 곳곳에 위기가 도사린다. 은퇴하고 이제는 마음 편히 노후를 즐기려 했건만 나대호(윤주상 분) 부부의 현실도 평탄치만은 않다. 그것을 극복해가는 것이 바로 지혜일 것이다. 추여사의 지혜는 묻어두는 것이다. 그냥 묻고 넘어간다.

나은영(한그루 분)만이 해맑다. 가족으로부터 유리되어 있다. 따로 혼자 살고 있다. 연락조차 않는다. 그녀가 우는 것은 가족을 찾았기 때문이다. 역설이다. 가족이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따뜻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가족을 찾는다. 김성수처럼. 생각게 된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