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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01.14 07:48

따뜻한 말 한마디 "엇갈리는 선택, 누구도 행복해지지 못하다"

겨우 덮어둔 송미경의 상처가 다시 터져나오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가족을 위해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가? 사랑을 위해 가족을 포기해야 하는가? 다시 딜레마다. 가족을 위해 용서해야 하는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으니 가족조차 저버려야 하는가? 어느것도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듯, 무엇을 선택하든 상처만이 남을 뿐이다.

가족을 위해 그만 용서하려 했었다. 두 아들과 남동생과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는 남편이 있었다. 더 이상은 모두를 불편하게 할 뿐이다. 모두에게 상처가 될 뿐이다. 미움받고 싶지 않다. 원망을 듣고 싶지 않다. 여전히 좋은 엄마, 좋은 누나, 좋은 아내이고 싶다. 그러나 그것이 다시 자신에게 상처가 된다. 다 원망하지 못했다. 다 따져 묻지 못했다. 용서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혼자서 울고 만다.

▲ SBS 제공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스스로 더는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놓아버리고자 했었다. 그녀를 놓아주고자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정작 이혼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아내의 모습에 배신감마저 느끼게 된다. 버림받는 것 같다. 아내에게 자기란 고작 그런 정도에 불과했는가. 한 번 정도는 붙잡아도 좋았을 텐데 너무 기다렸다는 듯 일사천리다. 미처 따라가지 못한 마음이 미련이 되고 후회가 된다. 충분한 결심 없이 충동으로 내뱉은 말이 도리어 자기를 얽매는 족쇄가 된다. 오랜 시간 그들은 부부였으며 서로의 남편이고 아내였다. 아이에게 아빠이고 엄마였고, 서로의 가족들에게 사위이고 며느리였다. 그 모든 시간이 사라진다.

송미경(김지수 분)이 이혼을 결심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김성수(이상우 분)에게 있다. 김성수가 이혼을 결심한 이유 또한 송미경에게 있을 것이다. 나은진(한혜진 분)도 그것을 말하고 있다. 김성수는 결코 그것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자신으로 인한 주위의 비웃음과 손가락질을 끝까지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나은진이 옳았다. 김성수가 이혼을 결심한 것도 동창들과의 만남에서 받은 모욕과 수치를 견디지 못해서였다. 그것을 지금 송미경이 홀로 견디고 있다. 과연 현명한 것은 누구인가? 끝까지 가족을 지키고자 했던 송미경인가? 아니면 자신을 지키고자했던 김성수인가? 하필 이혼을 결심한 김성수에게 장인 나대호(윤주상 분)기 찾아온다.

연민은 인간만이 갖는 감정이라 말한다. 하기는 침팬지가 인간과 같은 문명을 이루지 못한 이유도 다름아닌 타자에 대한 연민이 결여되어서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연민은 인간만의 감정일까? 무엇보다 연민이란 비단 타인에 대해서만 가지게 되는 감정은 아니라는 것일 게다. 송미경이 지금 고통받고 있는 것은 과연 과거의 상처 때문인가? 아니면 단지 지금의 불행한 자신에 대해 과거의 기억에 그 책임을 떠밀고 있을 뿐인가? 자기는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그녀를 불행으로 내몰고 있다. 자신은 오로지 과거로부터 일방적으로 피해입고 상처받아온 피해자일 뿐이다. 자기에 대한 연민이다. 자기를 불쌍히 여긴다.

김성수가 화를 내는 이유다. 자기는 피해자인데.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 모든 것은 아내 나은진에 의해 벌어진 일들인데. 차라리 나은진이 울며 매달렸다면 그녀를 진심으로 증오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은진 자신이 저지른 일들로 인한 것이고, 그럼에도 나은진 자신이 피해자인 양 눈물을 흘리고 있다. 혐오스럽다. 그런 나은진으로 인해 상처 입은 자신이 너무 불쌍해 보인다. 나은진이 너무나 냉정하게 나오니 오히려 김이 빠진다. 나은진이 잘못했고 그것을 나은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어떤 공격을 퍼부어도 변명조차 않는다. 나대호가 찾아왔을 때 김성수는 울고 만다. 그나마 나대호와 함께 있을 때 그는 자신을 가엾게 여길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느라 자신을 상처입힌다.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양보하며 상처를 쌓아간다. 송미경이 혼자서 운다. 울지조차 못하고 혼자서 울고 있다. 미움받지 않기 위해서. 용서는 권리가 아닌 의무다. 용서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용서해야 한다. 용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두가 불편해한다. 자기 때문이다. 자기로 인해서다. 불쌍한 것을 넘어 답답한 처지로 내몰리고 만다. 억울해진다. 불쌍한 것은 자기인데 가엾은 것은 자신이어야 하는데, 나은진의 이혼이 송미경에게도 충격인 이유다. 나은진과 함께 있을 때 그녀는 오로지 피해자일 수 있었다. 그런 나은진이 불쌍한 모습이 된다. 원망조차 함부로 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상처가 쌓인다. 풀지 못한 맺힌 것들이 쌓여만 간다.

그나마 김성수는 맺힌 것 없이 하고 싶은 말 다 해가며 폭력까지 휘둘렀었다. 불쌍한 자신을 마음껏 누렸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진정이라는 것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송미경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시어머니는 그런 자신을 마저 비난하고 있었다. 억눌렸던 것이 터져 나온다. 지난 이야기가 아니다. 그녀의 안에서 그것은 풀지 못한 매듭이다. 나은진을 향한 유재학의 진심이 그녀의 눌러두었던 상처를 터뜨리고 만다. 이제는 진심으로 분노하게 되었다. 지금껏 자신은 많은 것을 희생하고 양보했다. 그런데 보답 받지 못했다. 나은진 역시 직전 김성수에게 그동안 보상받지 못한 말들을 토해내고 있다. 한 해 두 해 쌓인 것이 아니다.

남을 불쌍히 여기는 것도 자신의 우위를 확인하고 나서의 일이다. 자기가 오히려 열세다. 용서할 입장이 아니다. 원망조차 할 수 없다. 책임 또한 물을 수 없다. 일방적으로 기다려야 한다. 그로인해 도리어 비난까지 듣는다. 자기를 불쌍히 여길 수조차 없다. 주위가 허락하지 않는다. 갈수록 궁지로 내몬다. 심지어 동생인 송민수(박서준 분)마저 그녀를 몰아붙인다. 마음껏 패악을 부렸고 그래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다. 김성수에게 필요한 것은 연민이 아니다. 용서도 아니다. 이해다. 비로소 김성수는 나은진과 마주하고 오랜 이야기들을 듣는다. 겨우 봉합되는 듯 보이던 송미경과 유재학은 다시 파국에 이른다. 배려가 부족했다.

쉽게 말한다. 잊으라. 용서하라.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김성수가 외도한 것이 벌써 몇 년 전이다. 송미경과 송민수는 부모의 기억까지 함께 나눠 가지고 있다. 주위를 위해 덮고 넘어간다. 주위가 성가시거나 번거롭지 않도록 대충 참고 지나간다. 그래서 어떠한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양보했던 송미경과 자신의 감정을 위해 가정을 포기하려 했던 김성수. 심지어 벌써 여러 해 전인 김성수의 외도에 대해서마저 나은진은 어제 일인 양 거칠게 쏟아내고 있다.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누구를 위한 용서인가. 주위의 자신들만을 위한, 자신들의 이기만을 위한 조언이고 요구는 아니었는가. 결국은 당사자들끼리 해결할 일이다. 자신들의 일이다.

절묘하게 두 커플이 엇갈리고 있다. 이혼을 결심하고, 가족을 위해 이혼은 피하려 하고, 마음껏 자신의 분노를 드러내고, 그런 자신마저 억누르고 말고, 그래서 어느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가 하면, 다시 상처가 덧나고 있기도 하다. 그냥 봉합해서는 안 된다. 덧나기 전에 터뜨려야 한다. 썩은 고름을 짜내야 새 살이 돋는다. 김성수와 나은진 부부는 마음껏 서로에게 부딪히고 있다. 유재학과 송미경은 의도적으로 피하고만 있다. 주제였을까? 서로 엇갈리면서도 지향하는 바는 같다. 인간이 타인을 용서하는 이유는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라는 것. 자기가 행복할 수 없는 용서는 기만일 뿐이라는 것. 가족의 의미이며 행복의 이유다.

비극이 다가오고 있다. 어쩌면 화해의 계기일 것이다. 나은영(한그루 분)이 송민수를 부모에게 소개하려 한다. 나은영의 언니가 바로 나은진이다. 송민수도 송미경도 어느새 나은영을 좋아하게 되어 버렸다. 용서인가? 사랑인가? 작위적이다. 그리고 잔인하다. 어느 쪽도 쉬운 물음은 아니다. 나은영은 그것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그들은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

남성심리와 아동심리가 같다던가. 유재학의 태도가 비열하다. 유아적 이기심이다. 자신은 상처받지 않겠다. 누구도 자신을 상처 주게 하지 않겠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자신을 아프게 하면 그것은 나쁜 것이다. 정작 송미경도 나은진도 돌아보려 하지 않는다. 레고는 어쩌면 드라마를 위한 정교한 장치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그런 유재학을 송민수는 남자라 말하고 있었다. 나은진을 원망하는 김성수와도 겹쳐진다. 그런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무슨 까닭일까.

모두가 피해자다. 다시 한 번 불륜이 죄인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은 사랑을 한다. 철저히 외면한다. 사랑이라고 하는 원초의 감정이 아닌 인간을 둘러싼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육체 관계는 없었다. 순간의 욕망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치열하다. 인간과 도덕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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