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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황규준 기자
  • 방송
  • 입력 2020.11.18 10:24

'PD수첩' 시한폭탄, 전세 사기 실태 공개

▲ 'PD수첩' 제공

[스타데일리뉴스=황규준 기자] 어제(17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전세대란 속, 전세 시장 곳곳에 지뢰밭처럼 숨어있는 위험한 전세, 그 실태를 취재했다. 

전셋값이 치솟고 물량이 귀해지면서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줄을 서고 있는 틈을 타 전세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의 표적은 주로 사회 경험이 적은 청년층이나 신혼부부들이다. 보통 등기부 등본을 통해 채무 관계를 확인하고 전세 확정일자를 받으면 안전하리라 생각하지만, 이것만 믿었다간 꼼짝없이 전세 사기를 당할 수도 있다. 

건축주가 직접 전세를 내놓은 신축 빌라, 김 씨는 권리관계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전세 확정일자까지 받은 후, 입주했다. 그런데 두 달 뒤, 집주인이 바뀌고 새 집주인은 집을 담보로 1억 4천만 원의 빚까지 내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김 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건물의 12집 가운데 8집에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당초 전세를 계약했던 건물 주인은 갭투자자에게 한꺼번에 집을 넘겼다고 했다. 새 집주인 이 씨는 지인에게 명의를 빌렸다가 깡통 빌라를 떠안고 빚까지 대신 갚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씨는 본인 명의로 집을 넘겨받아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챙겼다. 이 전세 사기를 주도한 이는 장 씨로 현재 일당과 함께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세입자 김 씨는 당초 계약을 한 건물 주인을 고소했지만 어떤 처벌도 내려지지 않았다. 김 씨는 할 수 없이 새 집주인이 빌린 금액을 갚고 원치도 않은 집을 떠안았다.

전세 사기는 주로 매매가를 확인하기 어려운 신축 빌라에서 발생했다. 집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근저당이 설정되거나 심지어 명의만 빌려주는 속칭 ‘바지 집주인’이 등장하게 되면 세입자들은 난감해진다. 건물주가 전셋값을 부풀려 계약한 뒤, 명의를 임대사업자에게 넘기도 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미 전셋값이 매매가와 비슷하거나 더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주택을 보유한 임대사업자 진 씨는 세입자들에게 경매에 넘어갈 수 있으니 웃돈을 얹어서 집을 구매하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세입자는 집을 사지도, 방을 빼지도 못한 채 전세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또 다른 임대사업자 강 씨는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자 유령 법인 등에 집을 넘겼다. 세입자들은 항의할 곳도 없는 처지에 빠졌다. 

‘PD수첩’이 만난 전세 피해자 중에는 신혼부부들이 많았다. 대부분 내 집 마련을 위해 한푼 두푼 모아 주택 청약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집주인들은 전세 빌라를 사거나 전세 폭탄을 남에게 떠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부풀려진 전세를 떠넘기고 빠져나간 건물주, 갭 투기를 노린 임대사업자, 문제를 뻔히 알면서도 리베이트를 노리는 중개업자들은 계속 새로운 희생양을 찾아 나서고 있었다. 건설업계 종사자는 빌라 등 소형 다주택은 분양이 어렵지만 전세로 인기가 높기 때문에 이런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다세대주택 분양업체는 무 갭투자, 돈을 내지 않아도 전세보증금만 떠안으면 빌라를 넘겨주겠다고 유혹하고 있었다. 투자 의향을 밝히면 분양업체가 세입자를 구해 전세 계약서를 쓰고, 3주 뒤에 투자자가 매매 계약서를 쓰면 법적 문제 없이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가 책정한 전세가에는 매매가는 물론이고 중개인에게 주는 리베이트 비용까지 포함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문제 될 일이 없다고 말한다. 

올해 8월부터 임대주택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전세 계약 시 보증보험가입과 임대사업자의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전세보증금 사고를 낼 경우 임대사업 자격을 박탈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담고 있다. 국토부는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없는 경우 사기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서는 전세보증금으로 편법 분양을 하는 건축주와 중개인을 처벌하는 법안을 강구하고 있다. 

제작진이 만난 피해자들은 벼랑 끝에 몰려있는 심정이라고 했다. 이는 그동안 전세 시장의 사기 설계자들을 방치해온 결과다. 마지막으로 ‘PD수첩’은 전세 시장을 교란해 여러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이들을 사법 당국이 엄정하게 대응하기 바란다고 전했고,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MBC ‘PD수첩’은 매주 화요일 밤 10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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