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오정택 기자
  • 영화
  • 입력 2014.01.12 19:40

[리뷰] '수상한 그녀', 심은경에 의한 심은경을 위한 영화

과다한 비판보다 웃음으로 가볍게 메시지 전달한 감독의 연출 돋보여

[스타데일리뉴스=오정택 기자] 수십, 수백 억 제작비에 탑클래스 배우들이 출연해도 흥행을 보증 할 수 없는 대한민국 영화계에 아역 출신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수상한 코미디가 떴다. 감독의 전작은 '도가니', 코미디와는 거리가 먼 영화였다. 제목부터 수상함이 느껴지는 영화 '수상한 그녀'다.

▲ 영화 '수상한 그녀'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나문희 분)은 어느날, 가족들이 자신의 요양원으로 독립시키려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뒤숭숭한 맘을 안고 밤길은 방황하던 말순은 오묘한 느낌에 이끌려 '청춘 사진관'으로 들어가게 되고 난생 처음 영정사진을 찍고 나오는길, 본인의 모습이 스무살 꽃처녀 시절로 돌아가 있음을 확인하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오드리 햅번처럼 뽀얀 피부에 날렵한 몸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자시의 젊은 모습에 그녀는 스무살 오두리(심은경 분)가 되어 빛나는 전성기를 즐겨 보기로 한다.

사실 과거로 돌아간다는 '타임슬립' 설정은 최근 드라마 '나인', '미래의 선택' 등에서 잇따라 등장하며 꽤나 식상한 소재가 된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수상한 그녀'도 그저 그런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뻔한 소재를 잘 버무려 충분한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뻔한 영화'가 아닌 높은 점수를 줄 만한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영화 '수상한 그녀'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황동혁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과연 코미디라는 장르에 적합한가 라는 의문이 생기지만 감독은 그런 우려를 불식시킨다. 오히려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에 '노인 문제'라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녹여내면서 전작 '도가니'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사회 비판도 놓치지 않았다.

감독의 연출은 어떤 비판적인 메시지를 과도하게 담거나 '자식을 위해 희생만 한 어머니'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는다. 영화 속 오두리를 통해 할머니나 할아버지도 꿈을 꾸던 젊은 날이 있었음을 말해주며 세대를 하나로 묶는 따뜻한 힘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감독은 상당히 성공적으로 보여줬다.

▲ 영화를 이끄는 가장 큰 힘, 배우 심은경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들 중에서는 오두리로 분한 심은경이 단연 돋보인다. 이미 영화 '써니'와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심은경은 성인이 된 후 첫 작품인 이번 영화에서 차세대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다.

심은경은 몸은 스무살이지만 마음은 할머니인 오두리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며 극을 이끈다. 비록 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상 과장된 느낌을 풍기기도 하지만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은  '심은경의, 심은경에 의한, 심은경을 위한 영화'라는 식상한 평가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의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연기에 대해 평하자면 입이 아플 배우 나문희, 박인환의 연기는 물론 주,조연들의 연기 역시 맛깔나게 묻어나고 엔딩씬에 등장하는 엄청난 카메오 또한 극의 재미와 완성도를 더한다.

'수상한 그녀'는 분명 수상해 보였지만 전혀 수상하지 않은 영화였다. 1,20대 젊은 관객은 물론 70대 노인들까지 모두 아우르며 재미와 감동을 맛있게 버무린 비상(非常)한 영화였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