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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병준 기자
  • 영화
  • 입력 2020.11.03 19:48

[S리뷰] 영화 '애비규환', 현시대에 맞는 결혼과 행복의 관계론 '이혼이 꼭 불행은 아냐'

▲ 리틀빅픽쳐스 제공

[스타데일리뉴스=박병준 기자] 에프엑스 크리스탈이 배우로서의 첫 스크린 주인공을 맡은 '애비규환'은 '아이돌 출신 배우의 주연작'이라는 선입견과 연출을 맡은 최하나 감독이 페미니즘 관련 굿즈를 제작했다는 과거로 정작 작품에 대한 관심이나 감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평가절하가 발생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오늘(3일) 공개된 '애비규환'은 아직 유교적 색채가 남은 사회에 대해 변화를 인정하고 결혼과 행복의 관계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훌륭한 작품이다.

기자가 콧물 흘리던 어린 시절에는 한 반에 50명대의 학생이 있었지만 딱히 이혼가정을 볼 수 없었다. 주위에 알리지 않아서 그랬을수도?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고등학생 시절 이후로는 많진 않지만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지금은 친구들 중에서도 이혼을 한 돌싱친구들이 있다.

과거에는 '이혼'이라는 개념이 죄악시 되고 창피한 이력이 되는 사회적 풍조가 만연해 있어 부부간에 아무리 큰 갈등이 있어도 '이혼만은 안된다'라는 암묵적 동조의식이 있었고 이후에는 '아이들에게 불행이 된다'라는 또 다른 핑계로 이혼이 아닌 갈등의 지속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 리틀빅픽쳐스 제공

시대가 바뀌며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는 상당히 증가했지만 '이혼=불행'이라는 사회적 인식은 아직도 만연하다. 아직 이혼은 숨겨야 하는 것이고 이혼을 겪은 사람은 주위에서 안타까운 시선으로 봐줘야 하며 '돌싱'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좋은 '웃픈 상황' 먹잇감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런 사회에 대해 '애비규환'은 날카롭게 꼬집는 것이 아닌 부드럽게 토닥거리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애비규환'의 주인공인 정수정(토일 역)은 과외 학생이던 신재휘(호훈 역)과 불꽃 같은 사랑을 통해 임신을 하게 된다. 부모인 최덕문과 장혜진에게 알렸다간 반대할 것이 뻔하기에 5개월 만에 알리며 갈등을 빚게 되고 최덕문과의 설전 끝에 친아버지였다면 축복해줬을 것이라며 집을 나간다. 그리고 친아버지를 찾아 대구로 향한다.

▲ 리틀빅픽쳐스 제공

토일이네 가족은 딸이 어렸을 적 이혼한 엄마가 현남편과 재혼을 한 재혼가정이다. 영화 초중반은 임신한 토일에 대한 가족과의 갈등, 토일의 가족사가 펼쳐진다. 과거 토일과 엄마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재혼가정에서 자란 토일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디테일하다고 명확히 하기는 모호하지만 분명하게 공감대가 형성되는 묘사가 이어진다.

또한 상황적 묘사뿐 아니라 인물들을 통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된다. 토일은 자기주관이 확실하고 당차지만 마냥 강한 마음만 갖고 있지 않은 현대 여성, 토일母는 딸의 생각을 이해하기 보다 타박이 앞서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많이 딸을 생각하는 엄마, 토일父는 자신의 친딸이 아니지만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하고 토일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듬직한 아빠다.

호훈 가족은 고등학생이지만 유급해서 20살이고 몸 건강하지만 연두부 멘탈인 연하 예비남편, 호훈의 부모인 남문철과 강말금은 개방적이고 독특한 마인드와 취향을 가진 인물들이다. 

이 두 단면적이면서도 입체적인 가족에 더해 주변에 있음직하지만 개성이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인물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 리틀빅픽쳐스 제공

최하나 감독은 이런 공감가는 묘사로 현사회의 재혼가정에 대한 인식을 상기시키고는 토일이 대구에서 친아버지를 찾은 뒤로부터 토일 가족을 통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한다. '이혼=불행'이 아닌 '새로운 행복을 찾는 행위'일수도 있다는 것을.

이혼이 터부시 되던 시대는 이미 지났고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뀌긴 했다. 하지만 정말 부부가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혼하면 아이들 상처가 클 것'을 '핑계'로 하며 스스로 '참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애비규환'을 보며 머릿속에서는 하나의 뜨끔함과 가슴 한 켠에서는 무엇인가 뻥 뚫리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한다.

물론 이혼이 너무 좋은 것이라 추천해야 된다는 것이 아니다. 실패를 인정한다면 다시 성공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이혼을 하면 아이들이 상처를 입을 것이라 걱정된다는 마음으로 갈등 속에 아이들과의 시간을 이어간다면 그것이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가 될지도 모를 일.

▲ 리틀빅픽쳐스 제공

공감가는 이야기와 입체적 인물들 외에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은 클리셰를 어떻게 빌드업 하느냐가 흥행요소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즘 영화들 속에서 참신한 이유의 설정들이다. 시사회에서 최하나 감독은 호훈 가족의 집을 해외 휴양지 느낌으로 만들고 사과나 귤 같은 과일이 아니라 용과, 람부탄 등 열대과일을 간식으로 먹고 저녁식사로 파에야를 먹는 이유에 대해 색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든지 토일이 도토리묵을 좋아한다는 설정에 대해 그냥 최하나 감독 자신이 도토리묵을 좋아해서라는 참신한 이유를 밝혔다. 어떻게 보면 뜬금없을 수도 있지만 큰 의미 없는 단순한 설정이 더욱 현실적인 모습으로 묘사돼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인물들이 완성됐다.

게다가 첫 주연작을 맡은 정수정의 선입견을 완전 박살내는 연기력과 두말하면 입 아픈 배우들의 열연은 '애비규환'을 보며 느끼는 재미에 덤으로 다가올 정도.

결혼과 이혼, 재혼에 대한 인식, 그리고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에 대해 한 번 생각해봄직하게 만드는 영화 '애비규환'은 오는 12일 개봉한다.

박기자의 영화 '애비규환' 평점
★★★★☆ 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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