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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4.01.07 10:32

[권상집 칼럼] 게임의 룰을 스스로 저버린 더 지니어스 시즌2

천재성이 아닌 시기와 연합, 스스로 왜 게임의 룰을 파괴하고 있는가?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케이블TV 프로그램 중에 시청률과 무관하게 유독 많은 팬심을 몰고 다니는 프로그램이 있다. 시즌 1의 열풍에 힘입어 지난 12월부터 방송이 시작된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는 현재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많은 네티즌들이 그 주의 탈락자, 그 주에 벌어진 게임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난상 토론을 벌인다. 첫 회 시청률이 2%가 넘었고, 색다른 게임, 그리고 지상파 TV에서 천재적인 지략가 면모를 보였던 노홍철 등의 합류로 프로그램은 초기에 적지 않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방송이 시작된 지 불과 한달 후, 지금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의 시청률은 1.1%로 떨어졌고 (1월 4일 방송 기준), 방송과 관련되어 많은 시청자들의 원망을 받고 있다. 시즌 1이 게임의 법칙이라는 부제 아래 매주 색다른 게임, 그리고 치열한 심리전과 두뇌 경쟁력을 출연자들이 보여주었다면 시즌 2는 이미 대전제인 ‘더 지니어스’라는 제목 자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불필요한 참가자들간의 협력과 왕따 등으로 게임이 진행되어 시청자들의 원성을 받고 있고, 더 나아가 게임의 흥미와 긴장감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많은 시청자들과 기타 언론들이 언급했지만 이 프로그램의 백미인 데스매치는 기본적으로 벼랑 끝에 몰린 참가자가 자신의 실력, 즉 지력과 상황 판단력을 바탕으로 개인의 실력을 위주로 대결을 하는 것이 맞다. 벼랑에 내몰린 두 명의 참가자가 왜 다른 참가자들의 지원과 전략에 휘말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시즌 2의 부제가 룰 브레이커라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데스매치에서 조차 룰을 깨뜨리고 ‘해달별’ 게임 같이 참가자의 지력과 전략을 감안하지 않은 게임이 진행되어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지금까지 방송이 5회 동안 진행되었지만 ‘결합 게임’ 이외 정말로 데스매치다운 게임, 즉 참가자의 실력만으로 승부하는 게임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 더 지니어스 시즌2: 룰 브레이커는 현재 끊임없이 논란을 낳고 있다. (출처:'더 지니어스 시즌2' 방송캡처)

더 나아가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는 대전제인 지니어스(지력과 상황 판단력), 소전제인 룰 브레이커(배신과 음모, 연합)이 서로 조화되지 못하고 상충하기에 프로그램이 보여주고자 하는 본질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시청자들이 온/오프라인 상에서 프로그램을 비난하는 이유는 매주 탈락하는 참가자가 정말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참가자들간의 연합과 시기에 휘말린 희생양이 되어 줄줄이 밀려났기 때문이다. 스스로 게임다운 게임을 해보지 못하고 다수의 힘에 밀려 데스매치로 내몰리는 참가자를 보고 안타까움을 느끼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또한, 시즌 1에 비해 시즌 2는 일부 참가자들이 매주 동일한 연합 체계를 형성함으로써 스스로 게임의 흥미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훼손시키고 있다. 시즌 1에서도 이상민, 성규, 홍진호, 김구라 등을 비롯해서 게임의 승패를 좌우하는 그룹간 연합과 단합은 존재했다. 그러나 당시엔 매주 게임의 성격과 참가자들의 양상에 따라 다양한 그룹 연합이 진행되었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선의의 참가자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즌 2는 매주 특정 방송인을 중심으로 공고한 연합체계가 형성되어 비방송인을 왕따 시키는 경향이 있다 보니 게임이 천재성을 살펴보는 것인지, 아니면 단합과 인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인지 스스로 헷갈리고 있다.

특히, ‘더 지니어스 시즌 2’에선 소수로 내몰린 참가자가 다수에 대항할 계기나 기회가 전혀 없다. 즉, 프로그램 초기에 연합을 형성한 다수가 특정 1~2명을 찍어서 데스매치로 몰아낸다면 이를 막아낼 수 있는 방안이 없기에 소수로 찍힌 참가자는 언제나 벼랑 끝으로 밀려난다. 프로그램이 좀 더 흥미진진해지기 위해 다수의 연합을 무너뜨리고 다시 분열되고 재연합되는 동태적인 양상을 기대하는 시청자로선 지루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다. 소수가 다수를 상대로 대항할 수 있는 기회나 방안이 게임 자체에 없다면, 이는 두고두고 ‘더 지니어스 시즌 2’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다.

‘더 지니어스 시즌 2’는 사실 방송 전부터 많은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시즌 1은 동태적인 게임 양상과 참가자들의 합종연횡 등이 이루어지며 매주 새로운 흥미를 선사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홍진호를 비롯한 일부 참가자들의 뛰어난 상황 판단력과 문제 해결력은 왜 프로그램 타이틀 자체가 ‘더 지니어스’인지 모두가 이해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 시즌 2는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게임의 승패, 탈락자 선정에서 ‘더 지니어스’라는 타이틀 자체가 어울렸던 순간은 지금까지 진행된 5회 동안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 탈락되지 않은 사람은 8명이다. 인원이 줄어들수록 게임 자체도 시기와 단합보다 게임을 풀어나가는 판단력과 이해도 중심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시기와 연합은 참가자가 단 3명이어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특정 참가자의 탈락을 원하고 있고, 게임의 공정성과 데스매치에서 참가자간 순수한 실력 대결을 원하는 이유도 룰 브레이커 이전에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는 바로 참가자들의 ‘상황 판단력과 지력’ 싸움이라는 점을 프로그램 제작진은 잊어서는 안 된다. 대전제가 흔들리는 순간 프로그램은 갈 길을 잃게 된다. 지금의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는 분명 갈 길을 잃고 표류 중이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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