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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황규준 기자
  • 방송
  • 입력 2020.09.23 09:39

'다큐 잇it'물고기를 죽이는 유령, '바다쓰레기'

▲ EBS '다큐 잇it'

[스타데일리뉴스=황규준 기자] 우리나라에서 연간 14만 5천 톤 가량 발생하는 바다쓰레기. 매년 관광버스 약 10,000대가 바다에 버려지는 것과도 같다. 육지에 사는 인간과는 관련 없는 이야기라 생각해도 괜찮은 걸까?

서천 홍원항에서 대를 이어 꽃게를 잡고 있는 어업인 김진권 씨는 바다가 고향이다. 20년 간 어업생활을 하며 바다를 쭉 지켜본 그는 예전에 비해 바다의 어족자원이 크게 줄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어민들이 어획량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꼽는 것은 다름 아닌 ‘쓰레기’다. 과연 바다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꽃게가 집중적으로 분포한다는 서해 바다. 금어기가 풀리는 9월쯤이면 서천 홍원항 위판장에는 꽃게가 산처럼 쌓이곤 했다. 그러나 대대로 꽃게 어업을 하고 있는 20년차 김진권 씨는 요즘 부쩍 줄어든 어획량에 마음이 좋지 않다. 꽃게가 덜 잡히는 대표적 원인은 다름 아닌 ‘유령어업’이다. 유령어업이란 바다에 버려지는 그물, 통발, 밧줄 등의 폐어구에 살아있는 바다생물이 걸려 죽는 현상을 말한다. 정부는 유령어업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연간 약 3,787억 원의 피해금액이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이는 연간 어획량의 10%에 달하는 수치다. 바다와 인접한 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김진권 씨는 유령어업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대로 수많은 폐어구들을 방치해둔다면 바다의 어족자원이 얼마나 더 황폐해질지 모른다. 

바다쓰레기는 종류를 구분하는 법이 다양한데, 크게는 수면 위에 떠 있는 부유쓰레기와 수중에 가라앉은 침적쓰레기로 구분할 수 있다. 해양환경공단에 소속된 ‘청항선’은 주로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항만에 유입된 부유쓰레기를 수거하는 역할을 한다. 부유쓰레기는 미관을 망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선박 엔진에 빨려 들어가 선박에 고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울산항 인근을 도는 청화2호 선원들은 미처 치우지 못한 쓰레기 때문에 선박사고라도 날까 매일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한다. 한편, 한국어촌어항공단에서는 침적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대형 선박을 동원하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침적쓰레기는 일반적으로 육지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에 비해 수거 과정이 까다롭고 위험해 수거비용이 약 10배가량 높다고 추정된다. 가장 큰 문제는 쓰레기가 눈에 보이지 않아 발견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막막하지만 어떻게든 수거는 필요할 터. 바다 깊은 곳을 큰 갈고리로 긁으면, 심상치 않은 쓰레기가 나온다.

상위포식자 포유류 사체에서 플라스틱 발견, 인간은 안전할까?

플라스틱은 바다쓰레기의 약 70%의 비율을 차지한다.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현재 바다에 1억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떠있으며, 2050년에는 바다에 사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지난 2017년부터 사체로 발견된 바다거북을 해부한 바에 따르면 49마리 중 40마리에서 1,572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 또한 인하대학교 연구팀에서 지난해 제주도 연안에서 폐사체로 발견된 대형 참고래를 부검한 결과 약 45개 정도의 플라스틱을 검출했다. 심지어 참고래는 젖을 떼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폐사한 것으로 밝혀져 더 큰 충격을 주었다. 해양 포유류는 바다의 상위 포식자이다. 전문가들은 인간 역시 상위 포식자라는 점에서 플라스틱의 위험성으로부터 자유로울지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미 바다에 만연한 플라스틱과 앞으로도 유입될 수많은 플라스틱에 대해 무관심해도 될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 많은 것을 베풀기만 해 당연하게만 여긴 사이, 바다는 죽어가고 있었다. 작은 물고기부터 인간까지 위협하는 바다쓰레기와 그로부터 바다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9월 24일 목요일 저녁 7시 45분 <바다쓰레기>편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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