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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2.24 09:20

'프레지던트' 마침내 드러나는 음모들..과연?

명품정치드라마는 막장치정음모극으로 끝나려는가?

아쉽다. 장일준(최수종 분)이 말하는 권력의지의 첨예함이 좋았다. 권력을 둘러싸고 엇갈리는 수많은 탐욕과 갈등과 이상들의 치열함이 좋았다.

이것이 정치구나. 이것이 권력이구나. 선거로구나.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정치드라마를 볼 수 있겠구나. 그래서 프레지던트를 시작부터 지금까지 단 한 회도 빼놓지 않고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기대가 컸으니까.

그러나 결국 명품 정치드라마를 지향하는 듯하던 프레지던트는 이제 장일준이 주장하던 권력의지의 첨예함을 대신해 막장 치정과 저열한 음모로 끝나고 말려는 모양새다. 유민기(제이 분)의 출생의 비밀이 마침내 홍기자에 의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그 홍기자는 그 사실로 인해 누군가의 사주로 죽임을 당하고 유민기는 홍기자의 죽음을 계기로 사고로 죽음 어머니 유정혜(김예령 분)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에 접근해간다.

그리고 이제는 홍기자와 유정혜를 죽인 흑막에 의해 그 지시를 받은 황팀장(강신조 분)이 유민기의 목숨을 노리려 하고 있다. 조소희(하희라 분)는 남편 장일준에 대한 애증과 유민기에 대한 증오로 엇갈리려는 하고, 장일준은 그런 조소희를 의심하며 아들 유민기를 지키려 대통령 선거까지 뒤로 젖혀둔 채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그리고 마침내 조소희와 유민기가 만난 창고에서 장일준은 총소리와 함께 몸을 던진다.

과연 함께 뒤엉켜 쓰러져 있는 장일준과 조소희, 그리고 유민기, 그 어디에 장일준이 말하던 권력의지의 치열함이 보이고 있는가? 그 더럽고 불쾌한 의혹과 음모와 감정의 편린들 가운데.

"대통령을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는 안 돼!"

차라리 처음부터 그 흑막에 집중했으면 더 좋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유정혜의 죽음을 둘러싸고 유민기가 그 비밀에 접근해가고 그리고 음모는 그런 유민기를 제거하려 한다. 장일준을 저격한 것도 그 흑막에 의한 것이었다. 아마 그쪽이 더 설득력이 있었지 않았을까? 

꾸준히 그에 대한 복선을 깔고 암시를 주었다면 극적 긴장감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보다 시청율도 더 올랐을 것이다. 시청자들은 그런 것을 좋아하니까. 그런데 이제까지 오로지 시청율까지 포기하며 정치드라마로서의 정도를 걷는 것처럼 해 놓고서는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이런 뜬금없는 음모를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충분한 단서도 없이, 그런 상황으로 이루기 위한 아무런 준비과정도 없이 한 순간에 그야말로 느닷없이 음모를 터뜨리고 마무리지으려 한다. 이제까지의 틀을 모두 깨 버리고서.

물론 24회를 예정했다가 무려 4회가 줄어들며 20회로 조기종결하게 된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아마도 4회 분량을 더 내보낼 수 있었다면 조금더 짜임새 있게 개연성 있게 유민기와 유정혜를 둘러싼 음모를 다루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것을 통해 유민기와 조소희, 장일준의 화해를 시도해 보려 한 것이겠지만, 그러나 총 20회 완결에 마지막 회를 앞에 두고 벌어지는 사건들은 너무 갑작스럽고 뜬금없다. 시청자조차 따라잡을 수 없게 갑작스럽게 전개되는 사건전개가 혼자서 내달리고 있는 느낌이다. 이러다고 바로 마무리되고 끝나는 것일까?

촘촘하게 짜여진 스토리의 얼개가 한순간에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아니 단초가 있기는 했다. 그동안도 선거와 장일준의 개인사와는 너무 유리되어 있었다. 유민기와 장인영(왕지혜 분)의 러브라인은 드라마의 집중도를 흐트러 놓았고, 유민기와 조소희의 갈등은 정치권력의 첨예함마저 덮어놓으려 하고 있었다. 극적인 재미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마치 사족같이 극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아마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문제였을 것이다. 사족이 너무 많고 길고 강하다. 그런데 이제는 마침내 그 곁가지들이 중심이 되는 줄기를 잡아먹으려 하고 있다. 막장으로 내달리려 하고 있다.

정치권력에 대한 묘사는 여전히 매우 훌륭하다. 장일준을 경계하는 대통령 이수명(정한용 분)과 백찬기 의원(김규철 분)의 음모에 의해 박을섭(이기열 분)이 당을 나와 일부 의원들과 새로운 당을 만들고, 오히려 경쟁자인 야당의 한대운 후보(정동환 분)는 장일준 저격사건에 대해 자작극의 가능성을 내놓는 김규철을 거부하며 정정당당하게 선거를 치를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전체적인 헤어스타일이나, 말하는 스타일이나, 이미지나, 마치 과거 야당의 모 후보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신희주에서 김경모, 한대운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깨끗하고 정정당당한 정치를 주장하는 후보자들과 그들을 둘러싼 대통령 이수명과 백찬기, 박을섭 등의 구태정치의 음모가 대비를 이루며 극의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차라리 이쪽에 더 집중했으면 좋았을 것을. 권력에 대한 탐욕 그 자체인 구태정치와 신념과 이상을 놓지 않은 새로운 정치의 대비를 통해 그 갈등과 투쟁의 전말을 그 한가운데에 있는 장일준을 통해 보다 치열하게 묘사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정치드라마로서 화룡점정을 찍지 않았을까?

그러나 기왕에 벌여놓은 것들이 있으니까. 원래 예정에 있었을 것이다. 말했듯 4회 분량이 축소편성되면서 너무나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전개로 극의 흐름을 해치며 나타나게 되었을 뿐. 그렇더라도 굳이 유민기와 유정혜의 죽음의 비밀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원래 의도한대로 정치권력 그 자체에 대해 보다 더 냉철하고 디테일하게 접근해갔어야 했을까? 명품이 될 수 있는 드라마가 아쉬운 마무리로 막장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느낌이다.

실망이 크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때문이다. 드라마 프레지던트의 가치는 다름아닌 현실과 이상을 오가는 첨예하면서도 치열한 정치권력에 대한 묘사였을 것이다. 그 권력에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정치인 장일준의 행보였을 것이다.

때로는 혐오스럽고, 때로는 증오스럽고,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기대를 하게 되는. 그러나 그 끝에는 출생과 죽음의 비밀을 둘러싼 추잡한 가정사와 저열한 음모만이 존재할 뿐이다. 치정과 음모로써 드라마를 마무리지으려 하고 있다. 시청율도 잡지 못한 채 작품의 완성도마저 얻지 못하고. 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과연 유정혜를 죽인 배후의 흑막은 누구인가? 누가 홍기자를 죽이고 유민기마저 죽이려 하는가? 조소희는 그 흑막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그녀는 무사한 것인가? 창고에서 조소희가 쏜 총에 맞은 것은 누구인가? 조소희의 진실은? 유정혜와 홍기자를 죽이고 유민기마저 죽이려 하는 황팀장의 배후에 있는 것은 우리가 아는 누군가일 것인가? 그 끝에 무엇이 결론으로 남을 것인가? 확실히 보고 나니 의문이 남는다. 누구인가? 무엇인가? 그러나 더 큰 의문은 이런 것들이 드라마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는가? 드라마의 재미나 완성도를 위해 필요불가결한 부분들이었는가?

하긴 어쩌면 한국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개인보다는 관계를 중요시 여긴다. 사실이나 사건보다는 정황이나 사정을 더 중요시여긴다. 구체적인 묘사보다는 감상적인 서사에 더 민감하다. 현실의 정치권력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보여주려는 프레지던트는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극 초반 고상열(변희봉 분)을 설득하여 끌어들이면서 상투적인 인정론에 호소했던 것처럼 말이다. 결국 그러한 한국 드라마의 전형에서 이 드라마도 벗어나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아쉽게도.

한 회 남았다. 과연 지금의 난맥을 어떻게 극복하고 얼마나 완성도있게 작품을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시간이 너무 없다.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유민기와 유정혜의 일을 마무리하고, 장일준의 개인가정사를 정리하고, 선거를 치르고 권력을 쟁취하기까지. 용두사미를 걱정하게 된다. 처음 프레지던트를 보면서 기대했던 것은 과연 헛된 바람이었는가. 내가 기대했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좋게 마무리되기를 바라지만. 속이 쓰리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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