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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6.30 07:44

넌 내게 반했어 "뻔한 순정만화, 그러나 가능성을 보다!"

진부하지만 매력있다!

 
한 마디로 클리셰의 연속이다. 내내 생각했다. 이 장면을 어디에서 보았더라...?

잘생긴 외모로 인기만점, 그래서 고백받는 것조차 이제는 지겹다. 오히려 잘생긴 외모가 상처가 된다. 더구나 남모를 사연이 차갑고 매몰찬 가운데 그늘을 만든다. 전형적인 남자주인공이다.

조금은 모자른 외모, 왈가닥에 실수투성이, 그러나 마음이 따뜻하고 일상에 활력이 넘친다. 남모를 재능도 있어 그것을 마침내 인정받게 된다. 여자주인공이다.

대신 올라간 무대에서 스타가 된다. 역시 이미 원더걸스의 히트곡 "Nobody"에서도 써먹은 상투적 코드다. 사정이 있어 나오지 못한 누군가를 대신해 무대에 올랐는데 때마침 관계자가 그것을 본다.

하필 여주인공 이규원(박신혜 분)의 집안이 그녀가 하게 될 현대음악을 하는 자체를 터부시하는 국악 명창 집인이라는 것도 너무 뻔하다. 이규원의 할아버지 이동진(신구 분)은 이제는 고인이 되신 박동진 명창의 오마주일가? 여기에서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물론 그 갈등은 지금은 없는 아버지에게서 시작된 갈등일 터다.

성공해서 돌아온 브로드웨이 감독 김석현(송창의 분)과 김석현과 어떤 사연이 있어 보이는 무용과 교수 정윤수(소이현 분), 그리고 그런 정윤수를 동경인가 사랑인가 지켜보는 남자주인공 이신(정용화 분), 의외의 순애가 반전을 주지만 역시 흔하게 써 오던 코드일 것이다.

저 자기 잘난 줄 아는 재수없는 남자에게도 저런 순정은 있다. 그것은 나쁜 남자 코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나라면 나쁜 남자를 바꿔 놓을 수 있다. 나쁜 남자에 빠져드는 일반적인 심리라던가? 그것이 일방적인 짝사랑일 때 그런 허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마치 한 편의 흔한 순정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순정만화가 꽂혀 있는 서가에서 아무 책이나 뽑았을 때 그 가운데 하나쯤은 반드시 이런 내용일 듯 싶은. 여준희(강민혁 분)의 식탐이나 독특한 성격, 더구나 미소년 이미지까지 역시 너무 익숙한 것이었다. 그는 짝사랑에 빠질 테고, 그리고 그런 그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반복해서 쓰인다는 것은 그만큼 반복해서 쓰여도 대중에 통한다는 뜻일 것이다. 대중이 바란다. 클리셰란 바로 그러한 대중과의 접점의 누적이다. 쌓이고 쌓이고 쌓여 어느 샌가 판단조차 필요없이 당연한 것이 된다. 그것을 달리 장르라고도 부른다.

핵심은 얼마나 비슷한 가운데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는가? 그런 뻔하고 흔한 코드 가운데서도 자기만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가? 캐릭터일 테고, 연출일 테고, 무엇보다 연기일 것이다. 어느샌가 흔한 작품의 캐릭터와 이야기에도 독특함과 생명을 불어넣는다. 정용화는 이신이 되어야 하고 박신혜는 이규원이 되어야 하며 그것으로 대중을 매료시켜야 한다.

비슷한 로맨틱 코미디가 너무 많다는 것도 사실 걸리는 부분이다. 얼마나 드라마는 다른 로맨틱 코미디와 차별화를 시킬 수 있겠는가. 일단 인기아이돌 씨엔블루의 보컬 정용화가 출연함으로써 비주얼적인 면이나 이신이 몸담고 있는 밴드 "더 스터피드"의 실체화에는 성공했다. 박신혜는 조금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이규원이라는 캐릭터에 훌륭히 안착했다. 매력이 있다. 그러나 과연 앞으로 얼마나 대중들에 자신의 매력을, 이야기의 특별함을 각인시킬 수 있는가.

일단 비주얼적으로는 합격이다. 보는 즐거움이 있다. 캐릭터와 배역의 조화에 대해서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연기와는 별개로 정용화는 훌륭히 이신이 되어 있었다. 다만 이야기에 있어서는 얼마나 진부함이라는 불안요소를 지울 수 있겠는가. 아니면 차라리 그 진부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야기가 추구하는 바 주제를 보다 명징하게 드러내 보일 수 있다. 이때 그 주제에 대해 얼마나 선명하게 차별화시켜 보이는가가 중요하다. 모두 일단은 뒤로 미룰 부분이다.

과연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하여 완성도를 높여갈 것인가? 아니면 시청자의 기대를 배반하고 조롱하여 충격을 줄 것인가? 그다지 기대하지 않고 보았는데 첫회는 그다지 나쁘지 않게 출발을 끊은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드라마는 설정이 전부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걸린다.

어느 정도 바닥이 보이는 듯한 시작과 설정들, 그러나 출연진 면면에 대한 신뢰는 아직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한다. 아직은 유보. 조금 더 지켜보아야 윤곽이 드러나겠다.

이야기로 이어지지 않는 설정은 의미가 없다. 설정은 비로소 마지막 그 순간에까지 수미일관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얼마나 지금까지 벌려놓은 것을 잘 살려 활용할 것인가? 흥미롭기는 했다.

아직은 지켜보기로 한다. 판단은 뒤로. 보기에는 좋다. 달달하니 맛깔나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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