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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방송
  • 입력 2020.08.25 18:08

중국은 어떤 경로로 '놀면 뭐하니'를 봤을까?

수출된 적도 없는 프로그램이 중국서 버젓이 스트리밍 서비스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최근 MBC 인기오락프로그램 '놀면 뭐하니'(PD 김태호)가 한국을 넘어 중국에서도 화제다.

최근 '싹쓰리'에 이은 두번째 프로젝트 '환불원정대'에서 이효리(예명 린다G)가 제작자 '지미 유'로 변신한 유재석을 찾아가서 했던 일부 발언(장면)이 중국 시청자들에게 알려지면서 바로 악플과 비난이 폭주하는 형편이다.

문제의 발언은 22일 '놀면 뭐하니'(56회) 프로젝트 '환불원정대' 편에서 비롯됐다. 이효리가 '환불원정대' 부가 캐릭터 예명(활동명)을 정하지 못했다며, "린다G에서 글로벌하게 중국 이름으로 짓자"라고 말하고는 "마오, 어때요?'라고 언급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네티즌들이 이효리 SNS까지 가서 악플을 달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국부나 다름없는 마오 쩌둥이 연상된다"며 "놀림감이 아니다"라고 분노를 담아 항의성 댓글을 쓰고 있다.

방송이 방영된 이틀 뒤 24일, MBC '놀면 뭐하니' 제작사 측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효리가 출연한 방송 장면이 일부 해외 시청자 분들께 불편함을 줬다"라고 언급하며, "의도는 없었으며, 더 이상의 오해를 막기 위해 어제부터 제공된 유료서비스에서는 해당 발언을 편집했다"라고 사과를 전했다.

▲ MBC '놀면 뭐하니' 프로젝트 환불원정대 편 포스터(MBC)

'놀면 뭐하니' 中 수출 사례 없어, 오히려 현지서 불법 유통되고 표절 프로그램마저 방영돼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하나 뿐. "어떻게 중국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봤냐"는 것. 중국 한한령으로 가로막힌 MBC 간판 주말오락프로 '놀면 뭐하니'가 어떤 경로로 중국 네티즌들이 봤냐는 점이다.

여러 곳을 문의해보니 '놀면 뭐하니'는 물론 어떤 콘텐츠도 중국에 수출된 사례가 없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 때문이다.

해당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한국 드라마, 오락프로그램이 불법으로 다운로드 됐거나, 중국 현지 스트리밍 서비스로 유료 방영되고 있다. 

더 황당한건 MBC의 '놀면 뭐하니'가 중국 방송사(中 후난위성TV) '헤이, 놀면 뭐하니'라는 제목으로 콘텐츠가 고스란히 표절된 채 배우 송치엔(한국 활동명 빅토리아)을 앞세워 버젓이 방영되고 있다.

중국 시청자들도 한국 드라마, 오락프로를 볼 권리가 있다!

여기서 따져 물어야할 대상은 중국 네티즌과 시청자가 아니다. 어떤 의미로 보건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온 발언이 누구에게는 불쾌할 수 있고, 웃고 넘길 일일 수도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 당국이다. 중국은 얼마전 특사를 파견해 한중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하지만 중국 방송사와 동영상을 포함한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들은 지금도 그 많은 한국 드라마와 프로그램을 무허가로 표절하거나 불법으로 유통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 시청자들은 수입 계약을 한 적도 없는 한국 콘텐츠를 돈을 내고 보거나 오리지널도 아닌 표절 프로를 보며 웃고 즐기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이런 일들은 중국에서도 자성과 비판의 대상이다. 중국 뉴스, 토론 프로에서 매년 언급되고 있다. 무분별한 한국 콘텐츠 표절이 현지 지식인들이 봐도 창피하다는 것이다.

MBC '놀면 뭐하니'도 국내를 넘어 중국 시청자들과 만나고 싶을 것이다. 중국 방송사들과 정식으로 계약하고 방영돼야 현지 시청자들도 불편한 장면을 보면, 바로 사과를 요구해도 더 떳떳하지 않는지? 

중국방송사, 나영석 PD의 진정 어린 충고 귀담아 듣길

아시아에서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삼시세끼'와 '윤식당'을 제작한 나영석PD(tvN)가 지난 2017년 1월에 했던 발언이 한국과 중국의 멀어진 간격을 심정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나영석 PD에게 기자들이 "최근 '삼시세끼', '윤식당'이 중국 유명TV에 불법으로 표절돼 시즌제로 방영한 걸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은 나PD. 그의 대답은 심플했다.

"우리 포맷이 비싸지 않다. 정품을 구매하면 우리가 디테일까지 가이드를 알려줄 수 있다. 친절하게 설명해 드리겠다. 사실. 베끼는 것이 더 힘들다"라고 명쾌하게 답변했다. 이 발언뒤 좌중 폭소가 이어진건 당연한 이야기.

한편 글로벌 OTT서비스 넷플릭스가 유일하게 진출 못한 나라가 지구촌 두 나라 뿐이다. 북한과 중국이다.

심지어 '한한령' 이전인 2014년부터 네이버 라인과 카카오톡 메신저 서비스가 중국에서 중지됐다. 당시 본지는 물론 국내 여러 매체에서 여러차례 보도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한국 IT기업의 온라인게임도 일부 송출 길이 막혔다. 모두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이전에 일어났다. 

당시 한국 드라마, 오락프로그램은 중국 TV에서 진작에 퇴출됐고, 콘텐츠 수출도 2014년 이후부터 서서히 막히고 있었다. 그뒤 중국 정부가 내린 한한령은 일부 수출 품목을 막거나 자국 관광객 한국여행 금지가 전부다.

반대로 한국에 진출한 한국 온라인게임과 유사한 중국 IT기업의 온라인 게임과 위챗, 틱톡 같은 서비스는 여전히 확장세다. 어떻게 보면 이건 불공평함을 넘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비상식적인 경우다.

덧붙여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면 "이것이 자유무역인가?"라는 것. 이제 중국 정부의 뼈를 깍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적어도 이웃 나라들과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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