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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3.12.24 15:50

[기자수첩] 허지웅은 역지사지가 없다

영화 '변호인', '노빠·일베 포함해 모두가 볼 가치가 있다'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최근 논란이 된 허지웅의 <변호인>영화 리뷰를 읽어봤다. 그는 리뷰 말미에 '<변호인>의 단점을 외적인 요인에 있다'고 서술하며 그 두 가지를 나열했다. 

첫 째는 "이 세상에 일베가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세상에 여전히 비뚤어진 정의감만으로 모든 걸 재단하며 민폐를 끼치는 열성 노무현 팬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허씨는 <변호인>을 잘 만든 상업영화라며,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처럼 유사 '슈퍼 히어로물'이라고 설명했다. 마치 커뮤니케이션에서 말하는 '탑다운' 방식처럼, 혼자서 모든 악을 상대하는 영웅으로, <변호인>에 나오는 송우석(송강호)변호사를 지목했다. 아울러 <변호인>은 영화로서 배우로서 송강호가 아니었다면 장면, 장면들이 연결안되는 작품이라고 부연했다.

▲ 영화 <변호인> 스틸컷. 송우석(맨왼쪽, 송강호)변호사가 부림사건 변호를 맡고, 단골국밥집 주인 최씨(가운데, 김영애)의 아들인 진우(맨오른쪽, 시완)를 찾아와 어머니 최씨와 면회를 하는 장면이다. 극중에서는 경찰 측이 진우가 시국사범이라며 면회조차 거부하자, 송변호사가 면회에 따른 법조항을 낱낱히 들어가며 항의해 겨우 허락됐다. (출처 NEW)

여기서 잠깐, 영화 <변호인>리뷰를 쓴 허지웅씨는 송강호를 제외한 나머지 출연 배우들이 '그냥 들러리'라고 생각한 걸까? 그렇다면, 한 번 살펴보자.

먼저 극중 대표적인 악역 차동원 경감을 맡은 곽동원의 절제된 연기도 돋보였고, 부산지검 강검사 역을 맡은 조민기는 출세에 눈이 먼 관료를 제대로 표현했다. 또한 법정 판사를 맡은 송영창은 권력에 줄을 선 영악한 모습이 잘 드러났다.

이뿐일까. 국밥집 주인 최순애역을 맡은 김영애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자식을 구해달라며 인상 깊은 연기력을 펼쳐보였다. 이어 박동호 사무장(오달수)의 감초연기, 부산출신 변호인들의 대선배 김상필 역을 맡은 정원중의 극중 역할도 짧지만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국밥집 주인 아들 진우로 나온 시완의 공포연기는 비록 신인이지만 달리 지적할게 없었다.

그럼 <변호인> 리뷰를 쓴 허지웅은 뭘 본 걸까? 

허지웅 리뷰는 역지사지가 없네..

기자는 허지웅씨의 <변호인>리뷰를 읽으며, 두 가지가 떠올랐다. 이 사람 참 어지간히 고지식하네. '소통부재'가 여기도 있었네. 뭐 이런 것들이었다. 그렇지 않나? 사회 곳곳에서 지적하고, 외치는 '소통의 부재'란 서로를 향한 '역지사지'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니체의 말처럼 새로운 것에 대한 선의를 갖지 않았기 때문이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호의가 없기 때문이다. 허지웅씨 리뷰가 그런 셈이다. 

참고로 영화<변호인>은 지난 1981년 '부림사건'(부산의 학림사건)이 배경이다. 이 사건은 군사정권이 부산 지역에서 교사, 회사원, 대학생, 근로자들의 모임인 사회독서모임을 용공간첩세력으로 조작하고, 영장없이 체포해 갖은 고문과 구타를 자행한 최악의 인권탄압 사건이다.

당시는 군부의 공안통치가 극에 달했던 시기로, 현직 박근혜 대통령과 故김대중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 가택연금은 물론 온갖 정치탄압을 받던 시기이다. <변호인>은 당시 부산에서 세무 변호사로 잘나가던 故노무현 대통령이 부림사건 변호를 맡아 정부의 폭압에 맞섰던 일화가 담겨있다.

그럼에도 <변호인>이라는 영화는 그 때 당시를 살았던 모두의 이야기이다. 때문에 이 영화를 보며, 굳이 배우 송강호와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억압 통치의 어두운 일면은 충분히 느낄수 있다. 덧붙이자면 설령, 지금 '나는 일베성향'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과연 그는 살아가는 동안 억압의 공포가 없을까?

<변호인>은 21세기에도 적용되는 '공포'를 표현했다

공포는 누구에게나 닥쳐온다. 다만 오늘날처럼 사회·경제가 성숙되고, 민주주의에 대한 변화된 인식을 가진 이 세상에서 느끼는 공포란 정치권력이 될수도 있고, 화폐가 될수도 있으며, 또한 SNS와 인터넷 같은 미디어가 될수도 있다.

물론 영화 <변호인>은 바로 위에 나열된 세 가지 공포들 중 한 가지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바로 정치권력이다. 그것이 우리네 삶을 송두리째 빼앗고, 없던 죄 마저 뒤집어 씌운 채, 이름 석 자에 빨간줄을 그어대던 시기가 바로 1981년, 즉 1980년대이다.

마찬가지로 현대에서는 어느 학교건 시험성적으로 차별되는 교실과 '왕따'라는 공포가 있으며, 어느 일자리건 '해고'라는 공포가 존재하고, 또한 수많은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 일부 조차 회수못하고 가산을 모두 탕진해버린 동양증권 사태라는 '공포'도 있다.

우리는 위 같은 틈바구니에서 겨우 밥벌이를 하며 살아가는 서민들이다. 이를 역지사지 바라보면,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가진자 0.1%가 아니라면, 한 번 쯤은 봐야할 영화가 <변호인>이라는 이야기이다. 그것이 일베건, 노빠건, 혹은 전직대통령의 일화를 모티브로 삼았건 상관없다. 

이 영화가 상징하는 주된 포커스는 한국에 사는 한 명, 한 명의 인권이다. 거대한 집단사회 속에서 한 인간이 살아가는 기본적인 권리 말이다. 

<변호인>은 또한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이 어느날 법정에 섰을 때, 두 어깨를 짓누르는 공포와 분노, 그리고 눈물 등을 표현했다. 이를 두고 다양한 상황에 익숙치 않은채 억지로 선의와 호의를 갖추지 않고도, 일말의 호기심으로도 볼 수 있는 영화가 <변호인>이다.

허지웅 리뷰<변호인>의 단점은?

허지웅씨는 영화 <변호인>리뷰를 통해 외적인 단점으로 지적한 노빠와 일베가 각자 알아서 영화를 보고, 고민하고, 서로 토론 할수있는 기회를 자신의 지적유희로 깍아버렸다. 그래서 그는 역지사지가 없는 고지식한 사람이다. 

하물며 허지웅씨 리뷰<변호인>의 단점은 허씨 자신은 익숙치 않은 것에 대해 호의로 대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대한 선의가 없어서 문제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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