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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3.12.23 15:55

[권상집 칼럼] 점점 외면 받는 연말 시상식, 무엇이 두려운가?

본말전도된 나눠먹기식 연말 시상, 핵심은 공정성이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지난 주말, KBS 연예 대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상파 TV 연말 시상식의 막이 올랐다. 물론, 이미 케이블 TV 등에서 주관하는 가요 대상, 음악 대상 등의 시상식은 있었지만 아무래도 연말 시상식의 포커스는 지상파 3사에서 주관하는 연기, 연예, 가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음악 분야의 경우 가요 대제전으로 바뀌고 있지만..)

필자는 이미 연말 시상식을 외면한지 꽤 오래 되었다. 이에 대한 충분한 이유는 최근 JTBC <썰전>에서 통합 3사의 연말 시상식 필요성을 제기한 측면과 본지의 임동현 기자가 칼럼에 게재한 <방송 3사 통합의 연말 시상식> 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즉,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것 저것 다 주는 시상식엔 이미 수상의 권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헌한 인물 중심이 아닌 특정 방송사에만 기여한 인물을 중심으로 주는 시상식에 대해 시청자들이 기대할 만한 가치는 거의 전무하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방송 3사의 통합 시상식>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필요성이 이곳 저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고생을 한 모든 연기자와 개그맨, 가수에게 수상을 골고루 나누어 주어 다 같이 즐기자는 축제의 측면도 물론 고려할 수 있겠으나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수상의 권위와 시상식의 위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수상한 사람의 기쁨을 모두가 공감하고 비록 수상하지 못한 사람들이 상의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참석해서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자리를 시청자들은 지켜보고 싶어 한다.

또한, <방송 3사의 통합 시상식> 이전에 가장 중요한 점은, 수상 기준의 공정성과 객관적인 평가를 토대로 한 엄선된 수상자의 선정에 있다. 가령, TV 시청률 및 광고를 위해 <방송 3사 통합 시상식>이 여전히 통합만 되었을 뿐, <뉴스타상>, <인기상>, <네티즌상>, <커플상>등 상의 종류를 무한정 지금과 같이 늘린다면 이는 기존의 시상식과 전혀 다른 차별성을 거두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지상파 3사가 적절히 자사 방송 작품의 수상 숫자를 암묵적으로 합의해서 분류한다면 <방송 3사 통합 시상식>도 큰 효과는 보기 어려울 수 있다.

그 동안 우리는 <대종상>과 <청룡영화상>등 비교적 TV 연말 시상식에 비해 권위를 인정 받았던 영화상에서조차 끊임없는 공정성 시비가 발생했던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건, <통합 3사 시싱식>이전에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필요한 객관적인 심사 기준과 공정한 평가를 통한 엄선된 수상자의 선정에 있다. 사실, 지금과 같이 상을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심사와 평가를 바탕으로 정말로 상을 받을 만한 인물들이 수상자의 이름에 오르내린다면 굳이 시청자들 역시 <방송 3사 통합 시상식>의 필요성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방송사들의 입장을 모르는 건 아니다. 과거 80~90년대 초반 방송사의 입김이 강했을 때와 달리 지금은 특정 작가의 파워가 드라마를 좌지우지하고 있고 한류 스타와 인기 가수들이 출연을 빌미로 방송사에게 오히려 슈퍼 갑으로 행세하며 절대적인 협상력을 행사하는 걸 시청자들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방송사들이 단기적으로 이들 기획사와 작가, 연예인 파워에 두려움을 느껴 지금과 같이 무의미한,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인정 받지 못하는 시상식을 계속 유지한다면 점점 더 많은 시청자들이 지상파 연말 시상식에 등을 돌릴 것이다.

이미 올해도 각 지상파는 자사의 드라마와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향후에 자사 프로그램에 대해 더 소중한 가치를 공헌할 수 있는 젊은 연기자와 개그맨을 중심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려 들 것이다. 이를 통해 외면 받는 건 정말 실력 있는 중견 연기자들이다. 연예 대상과 달리 연기 대상은 철저하게 10~30대 시청자들을 위해 진행되다 보니 여전히 20대 ~ 40대 초반의 젊은 연기자들 중심으로 수상자가 선정되고 있다. 2012년 SBS에서 <추적자>로 대상에 선정된 손현주씨가 그토록 놀라워한 건, 바로 이 같은 방송사의 수상 메커니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결론은 하나다. <방송 3사 통합>이든 지금과 같은 현 체제든 가장 중요한 건, 모든 시청자들이 믿고 볼 수 있는 수상의 공정성이다. 상을 30개 이상 나눠주는 순간, 받은 사람도 헷갈리고 보는 사람도 정리가 안 된다. 이는 더 나아가 더 많은 시청자들의 눈을 연말 시상식에서 멀리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나눠먹기가 아닌 엄선된,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권위와 품격을 인정받는 진정한 수상자의 면면을 우리는 보고 싶다. 공정성만이 오직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올해 연말 시상식을 앞두고 지상파 3사에 고언하고 싶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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