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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칼럼
  • 입력 2013.12.20 19:05

[기자수첩] 영화 '그래비티'로 보는 중국의 위상

한국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정말 잘하고 있는걸까?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올 한해 세계 영화계에서 꼽은 가장 큰 이슈는 <그래비티>이다. 美타임지 선정 최고의 영화에 이어, 영국 가디언과 프랑스 르몽드, 독일의 슈피겔, 그리고 글로벌 연예매거진 버라이어티 등 세계유수의 잡지들이 꼽은 최대 이슈도 영화 <그래비티>이다.

▲ 영화 <그래비티>에서 스톤박사가 중국 우주정거장 텐궁1호로 들어가 기기를 조작하는 장면이다. (출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그래비티>는 지난 10월 17일 국내에서 개봉, 지난 달까지 관객수 318만명(3,188,688)을 동원했다. 또한  MOJO 박스오피스 집계(18일자)에 따르면, 11개국에서 10.9주차까지 상영된 그래비티는 북미 포함, 전 세계 극장가에서 매출 6억4천2백5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한화로 약 6,820억원이다.

덧붙여 영화관계자에 따르면, 세계에서 <그래비티>를 본 관객수는 어림잡아 5천5백만 명 이상으로 추정했다. 제작비 5,500만 달러에 불과한 이 영화가 무려 1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것이다. 또한 현재(15일)영국 박스오피스 4위, 일본 박스오피스 2위에 올라있다. 

만약 이 정도 영화에 기업광고가 들어갔다면 엄청난 광고효과가 뒤따랐을 것이다. 분명한 점은 중국만큼은 <그래비티>라는 영화를 통해 자국위상이 높아졌을 거라는 점이다.

영화 그래비티, 중국과 어떤 관계?

영화 <그래비티>를 본 관객이라면 영화보는 내내 세 나라 언어와 문자를 기억할 것이다. 하나는 당연히 미국 우주인들이 겪는 재난 영화니까 영어가 있고, 그 뒤로 러시아어, 그리고 중국어가 있다. 그럼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어떻게 영화 <그래비티> 배경으로 등장했나.

영화 줄거리를 보면, 주인공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가 러시아 위성 파편에 파괴된 미우주왕복선을 벗어나, 우주미아가 된채, 러시아 우주정거장을 거쳐, 중국 우주정거장 텐궁1호로 접근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중국어와 한자가 등장하는건 당연한 수순이다.

참고로 중국은 지난 15일 독자개발 무인우주선 청아3호기가 미국(1972), 러시아(1976)에 이어 달 착륙에 성공했다. 또한 지난 해 미국,러시아에 이어 유인우주선 선저우8호와 우주정거장 텐궁1호의 첫 도킹에 성공했다. 중국이 우주정거장까지 갖춘 국가로서, 미국 러시아와 함께 세계 3대 우주강국이 된 것이다. 

▲ 2011년 중국의 우주정거장 텐궁1호와 무인우주선 선저우 8호가 첫 도킹에 성공했다. 또한 위 캡처 화면처럼 지난 해 6월18일 중국의 유인우주선 선저우 9호가 우주정거장 텐궁1호와 도킹에 성공했다. 화면은 환호하는 중국우주인 3인방의 모습(출처 CCTV)

영화 <그래비티>, 중국 위상 실감, 반면 한국은 뭐했나?

미국과 더불어 세계 경제강국으로 등극한 중국, 이 나라는 영화 <그래비티>에서 보면 세계적인 우주강대국인 동시에 문화강국이다. 지난 2004년부터 해외에 자국언어 보급사업의 일환으로 '공자아카데미'를 설립한 이래, 현재까지 세계 440개 공자아카데미와 638개 공자학당을 갖추고 있다. 즉 중국정부는 10년 전부터 세계 각국에 자국의 문화 인프라를 구축했다. 

반대로 한국은 중국 보다 10년이나 늦은 2012년 한글보급사업을 위해 해외 각국에 세종학당설립을 추진해오고 있다. 현재 세종학당은 51개국에 117개 소가 설립됐다. 한국은 현재까지 드라마와 영화에 이어 케이팝이 세계에 전파된지 10년도 넘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중국에 비해 한참 늦었다. 

한국의 우주산업 현주소는 어떤가?

영화 <그래비티>가 국내 상영될 무렵인 10월, 국내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 하나가 한국의 우주산업이 처한 한심한 백태를 드러냈다. 내용은 이렇다. 지난 10월 31일 국정감사에서 최문기 미래과학부장관이 "KT(한국통신공사)가 무궁화호 위성 2,3호기를 홍콩 위성서비스 업체에 팔아 놓고도 계속 자신들이 쓰는 것처럼 정부를 속였다"고 폭로했다. 

이 사건은 공기업 KT가 정부와 협의 및 절차를 무시하고, 정부가 예산 수 천억 원을 들여 제작한 무궁화호 두 대는 물론, 위성을 쏘아올린 국가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으로부터 배정받는 특정 주파수까지 홍콩위성서비스회사에 45억원이라는 헐값에 매각된 황당한 사례로 현재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2007년 우주산업으로 먹고 살자며 여야 대선후보가 외쳤지만 결과는 최근 KT의 위성 헐값 매각 사태처럼 참담했다. 이렇듯 중국이 자국 우주선으로 우주를 누비고, 영화<그래비티>에서 그들의 위상이 재고되는 동안, 한국은 4대강 사업으로 멀쩡한 강바닥을 파헤치고, 심지어 자국 위성마저 중국에 내다 팔고 있던 것이다. 국가 이미지만 실추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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