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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수빈 기자
  • 문화
  • 입력 2020.08.03 20:31

[박수빈의 into The book] #1. 철학, 삶의 산재한 문제와 관계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

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 허유선 저자, 철학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지만, 문제와 함께 사는 법을 익히기 위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학문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 도서'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

내가 가고 있는 삶의 길을 누군가 가이드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삶에 그런 친절한 가이드는 없다. 스스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동시에 삶의 갈림길에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누군가는 ‘잘 하고 있어’와 같은 따듯한 위로를 해주기도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스스로 질문을 해보지만, 자신의 의문데 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다시 돌어오는 일이 반복되면 불안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최근 출간된 ‘소크라테스 씨, 나 잘살고 있는걸까요’의 허유선 저자는 이러한 생각이 바로 철학의 시작이라 전한다.

스스로 괜찮은지, 자신의 삶을 멈추고 돌아보는 질문, 살면서 튀어나오는 물음은 살아 있기 때문에 생기는 질문이다. 그래서 무조건 외면할 수도 그렇다고 대답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출처 Pixabay

우리가 생각한다고 믿는 대부분의 것은 이미듣거나 본 것, 생각했던 것의 반복 재생에 가깝다. 생생하게 움직이는 생각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것과 마주쳤을 때 일어난다. 꼭 부정적인 경우만이 아니라 태어나 처음 보는 무지개, 처음 느끼는 사랑과 같은 강렬한감정 앞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런 것들을 마주하면 우리는 잠시 말문이 막힌다. 잠깐 멈추었다가, 곧 억누를 수 없는 생각이 펼쳐진다. 도대체 이건 뭘까? 지금 이 느낌은 뭘까? 왜 이렇게 느끼는 걸까? 우리는 그러한 생각에 그저 휩쓸릴 수도 있지만 잠시 멈출 수도 있다.습관처럼 굴러가던 마음의 흐름을 잠시 멈추고, 최초에 마음을 움직인그 무언가를 다시 찬찬히 바라보는 일이 바로 생생한 생각이다. 그리고 이것이 철학의 시작이다.

우리는 멈추어 바라봄으로써 자신이 지금 있는 곳, 관계하는 것, 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게 되고 다른 길을 고려할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은 때로 어렵고 괴로우며 잠시간의 멈춤, 숨죽임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는 그저 그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삶을 멈추고 그 자리에 못박히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삶에서 마주한 것이 무엇인지 밝히고 그와 잘관계하며 살아가기 위한 부단한 움직임이자 활동이다.

철학의 기초는 이처럼 생생한 생각, 그리고 삶에서 시작한 생각을 삶으로 되돌리는 생각 활동에 있다. 결국 생각도, 철학도 정지된 결과물이 아니다.

▲ 출처 Pixabay

그렇다면 철학의 끝은 문제해결일까. 사실 철학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정답을 약속하지 않는다. 철학을 통해 세상의 물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모든 물음에 명확한 해결방안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학은 물음 자체를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삶의 문제와 관계하는 법을 생각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명확할 것이다.

따라서 맞닥뜨린 어려움을 전부 제거한다는 의미에서 확실한 답변을 요구한다면 철학은 그다지 큰 쓸모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해결은 안 되는 물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시작한그 자리에만 머무르지 않으려 한다면, 물음을 생각할 때 잡념에 빠져 헤매지 않으려 한다면, 문제가 자신을 짓눌러 살 힘을 앗아가지 않도록 문제와 함께 사는 법을 익히려 한다면 철학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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