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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0.07.14 18:08

16일 개봉 '비바리움' 21세기 파시즘 경고하는 이 영화

가난한 청춘을 사육하는 시대착오적인 현실을 비판했다

▲ '비바리움' 스틸컷(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동베를린을 넘어가면 구동독에서 만든 주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국도를 통해 마을과 마을을 지나가는 동안 모두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살짝 소름이 돋았던 적이 있다. 같은 색상의 페인트 칠을 한 교회, 붕어빵 제조기에서 나온 것처럼 같은 모양과 회색톤으로 단장된 주택들이 지금도 기억난다.

사회주의체제가 원래 이런건가 싶었던 동독에서의 추억. 사실 1920년대와 1950년대 미국에서도 유행했었다. 공장에서 막 제작한 듯한 똑같은 집들이 거대한 단지를 구성하고, 그곳에 GM과 포드에서 내놓은 길다란 자동차들을 타고 다니는 미국인들의 모습은 팀 버튼의 '가위손'(1990)에서도 뚜렷히 묘사된다.

구매자 혹은 입주할 사람들의 의사는 아예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어진 집들. 한국에서는 아파트단지가 대표적이다. 

일방적인 소통은 사육이라고 말하는 영화 '비바리움'

16일 개봉 예정인 '비바리움'도 위에 설명한 세상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이 영화 SF다. '언더 더 스킨'(2013)처럼 인간을 대하는 외계생명체의 일방적인 모습이 돋보인다. 그야말로 모처럼 만에 보는 흥미롭고 기괴한 작품이다. 

하지만 '비바리움'은 우화라고 봐도 무방할만큼 우리네 현실과 맞닿은 공포스러운 에피소드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무주택자들의 설움, 기득권의 일방적인 언어도단, 알면서도 착취를 당해줘야만 하는 서민의 공포가 그것이다.

유튜브에서 무료로 공개된 피네간 감독의 단편작들을 본 사람들이라면, 이번에 국내 개봉예정인 장편 '비바리움'의 등장에 어느정도 고개를 끄덕일듯 싶다.

가령,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전설의 고향처럼 공포, 컬트 장르가 뒤범벅이 된 'Foxes',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Fear of Flying' 등을 보면 감독 피네간이 지향하는 바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영화 '비바리움' 즉, 라틴어 Vivarium이란 단어는 동물 사육장으로 뜻을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갈래의 의미가 제시된다. 독일에서는 "깊이를 알수 없는 물웅덩이"를 일례로 내놨고, 영어권에서는 '사육장' 보다 특정 장소에 가둬 놓고, 죽을 때까지 이용해 먹는 존재 정도로 묘사했다. 기쁨 보다는 구속과 핍박이 연상된다.

간략한 스토리는 이렇다. 시골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젬마(이모겐 푸츠), 학교 관리인으로 일하는 톰(제시 아이젠버그).

이 둘은 극중 주인공들이자 연인이다. 그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해 새 임대주택을 마련하려고 동분서주하지만, 작은 마을에 마음에 드는 집도 없고, 가격도 적절하지 않다.

그렇게 해서 우연히 찾아간 동네 부동산. 결벽증 환자처럼 보이는 마틴(조나단 아리스)이라는 중개업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욘두'라는 신개념 주택단지를 소개하겠다며 그들을 마을 저편에 있는 외딴 곳으로 인도한다. 

잘 지어진 초록색 집. 똑같은 주택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이곳은 왠지 괴이하다. 그럼에도 낙천적인 성격의 젬마와 톰은 아무생각 없이 마틴의 호의적인 제안을 받아들이고 9번 집으로 들어선다. 하지만 상황은 이때부터 꼬인다. 밑도 끝도 없는 곳으로 빠져버린 듯한 현실이 너무도 무섭다.    

달콤한 파시즘을 경고하는 듯하다

감독과 시나리오를 공동집필한 작가가 아일랜드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현지의 열악한 부동산 사정을 고스란히 영화 '비바리움'의 배경으로 사용한 듯 싶다.

이와 유사한 다른 작품을 살펴보면, 2018년작 '로지'가 있다. 이 작품은 아일랜드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지속된 주택난과 길거리로 내몰린 서민 부부의 고통을 그린 픽션이다.

'로지'가 아일랜드 청년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표현했다면, 이듬해 아일랜드와 영어권 국가에서 개봉한 '비바리움'은 판타지로 비현실적인 상황에 내몰린 젊은이들의 고통을 담아냈다.

화제를 돌려, 흔히 우리가 배웠던 파시즘은 이념이다. 이들은 집과 차, 고속도로, 심지어 휴양지에 일자리까지. 모든 것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는 2차세계대전 전 유럽에 퍼졌던 파시스트들의 선행은 절대 다수의 희생을 요구한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지금까지 지구촌을 지나쳤던 모든 이념은 소수를 지탱하는 결과물일 뿐, 다수는 희생양으로 내몰렸다는 것. 

실제로 1930년대 파시스트들은 경제위기에 봉착한 다수 국민을 유혹해 대공황을 이겨낼 수 있다고 독려하고, 이를 소통이라고 쓰고, 그들만의 선동책을 세뇌시키며 다양성을 제거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사이비 종교단체가 이런 유혹을 통해 교세를 확산하고자 전도라는 이름으로 선동하며 일방적인 착취를 강요하고, 다양성을 배제한 사회주의와 민족주의 체제를 앞세운 정치집단이 일당독재와 희생을 미화한다.

오는 7월 16일 개봉하는 '비바리움'은 실시간 예매율 6위에 랭크되어 있다. 영화 후기 반응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또한 유튜브 소개 영상과 리뷰 블로그를 통해 많은 마니아들과 일반 관객들의 선택을 더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루믹스미디어가 수입하고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비바리움'의 러닝타임은 96분, 15세 이상 관람가다. 

▲ '비바리움' 메인포스터(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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