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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칼럼
  • 입력 2013.12.13 17:35

[기자수첩] 김지훈의 죽음, '그보다 못한 나는...'이란 위험성

비슷한 문제 겪는 이들에게 엄청난 영향 줄 수 있어, 극복할 책임 우리 모두에게 있다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듀크의 김지훈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이로 인해 한동안 잠잠했던 '연예인 자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간 자살로 생을 마친 연예인들의 이름이 다시 오르내리고 그들의 사례를 다시 들먹거리기 시작한다. 자살의 연쇄 효과를 걱정하고 자살을 막아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모든 게 똑같다. 한창 시끄러웠던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많은 이들이 연예인의 자살 소식을 접할 때 가장 우려하는 것이 '베르테르 효과'다. 즉 이를 통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에 생을 마감한 김지훈의 경우도 마약 사건과 이혼, 생활고 등에 시달리면서 1년여간 우울증을 앓아왔다. 그리고 다시 연예계 복귀를 시도하던 찰나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 12일 세상을 떠난 故 김지훈(SBS 제공)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고 대중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이가 연예인이지만 정작 자신이 위험에 빠지고 낙망하게 되면 힘을 주는 이가 그렇게 많지 않다.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자책감,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 등을 누구보다 쉽게 겪는 연예인들은 이처럼 목숨을 포기하는 유혹을 여러 차례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연예인들은 힘든 고난을 겪던 이야기를 하면서 '자살을 시도하려 했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물론 당사자들은 그만큼 힘들었다는 것을 밝힌 것이지만 그조차도 다른 이들에게 큰 파장을 줄 수 있다. 오죽하면 배우 손현주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방송서 자살 이야기를 안했으면"이라고 말을 했을 까?

과거 최진실의 자살이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던 것은 '또순이' 이미지로, 가난을 딛고 만인의 사랑을 받는 연기자로 떠오른 성공한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기억됐기 때문이었다. 연예인들의 자살은 자칫 어떤 이에게는 '그보다 못한 나는...'이라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언론도 신중하게 자살 보도를 해야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자살 방법이나 추측성 기사,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기사 등을 쓰지 않으려 한다. 그것은 죽은 이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삶의 의욕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김지훈의 죽음은 한 연예인의 죽음이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한 인간의 죽음이다. 어려움을 딛고 새로 시작하려했던 그에게 우울증은 가장 큰 덫이였다.

점점 개인화되어가고 인기의 등락이 수시로 일어나는 연예계의 상황, 점점 1등만을 추구하고 개인의 삶이 망가져가는 현실의 삶에서 그 덫을 피하기는 쉽지가 않다. 자살을 단순히 '현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하는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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