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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 2013년 복고 현상을 다시 살펴봐야 하는 점
<응답하라 1994>를 통해 바라본 복고 현상 재고찰
2013년 12월 08일 (일) 15: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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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니스트 messiah21th@gmail.com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2013년 올해 문화 산업에서 가장 화두가 된 키워드 중 한가지는 ‘복고 현상’이다. 지난해 <응답하라 1997>이 HOT, 젝스키스 등 90년대 후반 문화를 주도한 아이돌 그룹과 당시 시대상을 조명하며 잔잔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 데 비해 올해 <응답하라 1994>가 보여준 복고 열풍은 훨씬 더 강렬한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시대에도 복고 현상은 물론 존재했다. 90년대가 종반으로 치닫을 무렵, 세기말을 지나 2000년을 맞이하기 직전, 되살아난 문화 역시 ‘복고’ 였다. 복고의 사전적 의미가 ‘옛 것으로 돌아감’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복고 현상은 급격히 변하는 시대상과 함께 이질적인 문화와 세태가 뒤범벅 될 때 사람들이 심리적 안정과 위로를 찾기 위해 되살려낸 측면도 있었다. 90년대 후반 급격히 X세대와 영상문화, 랩/힙합 등의 서구 음악이 도입되며 이른바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의 갈등이 곳곳에서 충돌할 때 복고 현상, 복고 문화가 발생했던 이유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이다.

그렇기 때문에 90년대 복고는 ‘과거’를 통해서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피곤함과 빠른 변화를 거부하려는 일종의 심리가 도사리고 있었다. 90년대 상품 광고 중 모 제과 CF에서 ‘정(情), 효(孝) 등을 강조하거나 모 이동통신사 광고에서도 ‘잠시 쉬어가는 걸’ 권했던 이유도 한 템포 쉬면서 지난 날의 추억,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자는 차원에 중심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복고 문화를 언급했던 언론들에서 비평가들의 상당수가 ‘미래에 대한 불안’, ‘가치관의 혼란’ 등을 복고 현상의 원인으로 언급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지금 불고 있는 복고 문화 열풍은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과거 복고 현상들이 70~80년대 통기타 문화, 대학 문화 등 기성 세대의 지난 세월을 재조명했기에 젊은 세대까지 그 영향력이 크진 못했지만 지금의 복고 문화는 10대~20대 초반인 현재 대중문화의 중심에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 효과가 조금 다르다. 지난해 <건축학 개론> 영화를 통해 재조명된 전람회의 노래와 <응답하라 1997>에서 강조한 90년대 문화는 지금의 10~20대에겐 다소 낯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에서 지금의 청소년층과 대학생들이 공감하고 있는 건 90년대 문화가 2010년대 문화에 비해 이질적인 부분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1994>에서 강조된 농구 스타의 인기, 서태지로 대변되는 신세대 아이콘의 패션과 힙합음악에서 현재의 대중문화가 더 한발 앞서가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문화는 90년대 문화의 연장선상이라고 평가한 하재근 문화평론가의 주장에 대해 필자 역시 동의하는 바이다. 90년대 문화의 중심에 선 서태지, 신승훈, 이병헌, 배용준, 정우성, 이정재 등은 여전히 40대가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상당수가 미혼으로서 아저씨보다는 오빠(?)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어주고 있다. 특히, 이들이 90년대 문화의 아이콘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2013년에도 대중문화 아이콘의 중심으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에 이들이 출연한 90년대 문화 작품은 복고라기보다 현재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는 줄기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90년대 X세대라는 과거의 기성세대와는 다른 젊은 세대를 표현하는 슬로건이 등장했고, 서태지는 전통가요 중심의 대중음악 시장을 랩/힙합 음악으로 트렌드를 바꿔놓았다. 한편, 그 시기 <질투>라는 드라마가 트렌디 드라마의 제작을 불러일으킨 점, 그리고 지상파 외에 케이블 TV가 등장하며 다매체 시대를 통해 영상중심의 문화가 90년대에 더욱 조명을 받은 점만 살펴봐도 이 시기 문화가 지금의 대중문화, 트렌드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실 2000년대 이후 새롭게 문화에 영향을 미친 키워드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90년대 문화가 당시 얼마나 풍성했고 X세대를 열광하게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4>에서 과거의 X세대를 현재의 ‘어른 아이’로 표현했다. 결혼이 늦어지고 이들의 감수성과 언행이 지금의 10대~20대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아이로서의 느낌과 아직 완전히 성인으로 성숙되지 않은 어른으로서의 부분이 겹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의 지금의 복고는 ‘과거를 그리워함’에 있기 보다 ‘또 다른 대중문화’를 향유하는데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지금 일고 있는 복고 열풍이 90년대에 비해 현재 대중문화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발전하지 못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지도 모른다.

과거 평론가들은 복고 바람을 단순한 과거에 대한 추억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현재를 지나 미래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었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복고는 과거에 대한 추억 외에 문화의 눈높이, 다양성이 90년대 이후 멈춰 있거나 또는 더 퇴보했기에 과거 문화에 대해 사람들이 더 많이 열광하고 흥분하는 건지 생각해봐야 한다. 과거를 통해 현재 우리 주변에 있는 대중문화를 다시 둘러보고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90년대 문화의 연속선상이 아닌 2010년대 만의 새로운 문화가 발전되고 조성되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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