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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정수경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3.12.03 09:11

[정수경 아트칼럼] 현대 스테인드글라스 이야기(7)

독일서 만난 영국 스테인드글라스 작가 : 마크 앵거스(Mark Angus, 1949~ )

 

▲ 작업 중인 마크 앵거스(출처: www.markangus.com)

[스타데일리뉴스=정수경 칼럼니스트]  독일 현대 스테인드글라스의 첫 기행에서 필자가 두 번째로 만난 작가는 영국의 대표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작가인 마크 앵거스였다. 박사논문을 준비하던 때에 접한 마크 앵거스의 영국 교회의 현대 스테인드글라스(Modern Stained Glass in British Churches)(1984)는 현대 스테인드글라스의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감동을 주었다. 특히 서문에 거침없이 피력된 현대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한 작가 개인의 의견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크 앵거스는 1949년 영국 배스(Bath)에서 태어나 스테인드글라스와 건축 유리 예술 전공으로 명성이 높은 스완지(Swansea) 대학에서 건축스테인드글라스(Architectural Stained Glass)를 전공하였다. 그는 1979년부터 유럽 전역의 교회와 성당, 일반 건축물에 300개가 넘는 스테인드글라스 프로젝트를 실행했고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앵거스에 대한 첫인상은 전형적인 영국 신사의 모습이었다. 길게 드리운 백발과 흰 눈썹을 하고 부드럽게 미소를 띠고 있던 모습은 판타지 영화에 나올법한 신비스러운 인물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매너 좋고 깔끔한 그의 성격은 군더더기 없는 그의 작품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유럽의 대표적인 유리예술 가문의 한 사람

마크 앵거스는 유럽의 대표적인 유리예술 가문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의 장인인 에르빈 아이슈(Erwin Eisch, 1927~ )는 유럽의 글라스스튜디오운동(Glass Studio Movement)을 이끌었던 유럽 유리 공예사의 살아있는 전설로 칭송되는 인물이다. 앵거스의 아내인 카타리나 역시 문화사적 측면에서 유럽의 유리예술을 연구해온 학자로서 현재 오스트리아의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다. 앵거스 부부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독일 바바리아 지역의 프라우엔아우(Frauenau)에는 아이슈 가문이 살고 있는 도시답게 유리박물관, 유리갤러리, 야외 유리 조각공원, 유리공장 등 다양한 유리예술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고 글라스페인팅 학교를 운영해 작가 양성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었다.

작가 개인의 이코노그라피 창조

마크 앵거스는 현대의 교회에서 스테인드글라스는 더 이상 중세와 같이 가난한 자의 성경(Poor Man’s Bible)’으로서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작가 개인의 이코노그라피’(personal  iconography)를 창조해내는 것이 현대 스테인드글라스 작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교회에 설치된 그의 작품에는 여지없이 그리스도교 상징이 등장하지만 이는 과거 교회에 등장하는 전통적인 도상이 아닌 작가의 새로운 해석에 따라 재창조된 상징성을 내포한 이미지로 거듭나 있다. 앵거스는 현대인과 소통하고자 한다면 현대의 교회와 신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과거의 세세한 이미지들보다는 그리스도교의 메시지를 내포한 최소화된 상징들이 오히려 우리의 영성을 고양시키고 보다 깊은 내적 성찰로 인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 마크앵거스, 성 바르톨로메오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 영국 배스, 1980년 작(출처: Modern Stained Glass in British Churches, 103페이지)

성 바르톨로메오 교회(영국 배스, 1980)

마크 앵거스의 300점이 넘는 여러 작품 중에서도 그의 출생지이기도 한 영국 배스의 성 바르톨로메오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작가가 창조한 그리스도교 상징을 제시한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936년 시작된 영국 배스의 성 바르톨로메오 교회 건축은 네이브(nave)만 완성된 상태에서 1939년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제2차 세계대전 중 폭격으로 파손되는 수난을 겪었다. 교회는 전쟁 후에 새롭게 재건되지만 교회 동쪽의 벽면에 대한 계획은 1979년에 이르러서야 완성될 수 있었다. 건축가인 존 비비안(John Vivian)은 마크 앵거스에게 이곳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의뢰하여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현대적 감각의 상징 제시

마크 앵거스는 성 바르톨로메오 교회의 동쪽 창에서 그가 이야기했던 작가의 개인적인 상징을 간결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형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성 바르톨로메오 교회 동쪽 벽면에는 제대 위에 십자형 창과 그 위쪽으로 7개의 창이 놓여있다. 앵거스는 제대 위쪽에 그리스도교의 가장 궁극적인 상징으로 존재하는 십자형의 창문을 중심 지점으로 하여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는 십자고상의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그려 넣지 않고 비어있는 십자가를 제시하고자 했고, 십자가의 수난과 고통 그리고 부활의 실재를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로 택하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혈과 성령의 힘을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에워싸인 제대 위편 십자형 창에는 예수수난을 나타내는 오상(五傷)이 못이 지나가는 다섯 개의 작은 원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십자가 윗부분에는 가시관을 암시하는 뾰족한 선들을 그려 넣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을 추상적으로 표현하였다.

동시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종교 메시지 전달

앵거스의 성 바르톨로메오 교회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구체적인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색채의 상징과 작가가 새로이 창조해낸 현대적인 그리스도교 도상들을 통해서 동시대인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그리스도교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간결한 선과 원, 절제된 색의 사용을 특징으로 하는 그의 작품은 산문이기보다는 한 편의 시와 같은 깊은 여운을 드리우며 보는 이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의 작품은 추상적으로 표현되었지만 그 의미는 오히려 구체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암호를 풀 듯 마주하게 되는 그의 창은 이를 마주 대하는 사람들과 개별적인 차원의 관계를 형성하며 그 해석의 폭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그의 창에 제시된 색, 빛과 상징들을 통해 그리스도교의 신비를 보다 깊이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약간의 유머와 천진함이 깃들어 있는 그의 작품은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2000년대에 들어 앵거스는 안티크글라스에 페인팅 기법을 이용해 인체의 다양한 움직임을 표현한 구상 작품을 선보이며 보다 폭넓은 작품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 마크 앵거스의 스테인드글라스〈붉은 인물(Red Figure)〉2011년 작 ⓒ 정수경

정수경

미술사학 박사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초빙교수

저서 : 한국의 STAINED GLASS

참고 사이트 : www.markang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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