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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방송
  • 입력 2013.11.25 11:58

'황금무지개', 김수현 잡는 드라마로 마무리될까?

'잔잔한 전개'에 시청자들 조용한 호응, '세결여' 앞선 큰 힘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호랑이 잡는 담비'라는 말이 있다. 담비는 일대일로 붙으면 호랑이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담비는 혼자 다니는 동물이 아니라 무리를 지어 다니는 동물이다. 우두머리가 공격을 하면 나머지 담비들도 공격을 한다. 이렇게 떼로 공격하면 제아무리 호랑이라도 배겨날 수 없다. 그래서 나온 말이 '호랑이 잡는 담비'다.

최근 '담비의 힘'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있다. MBC 주말특별기획드라마 '황금무지개'다. 이 드라마는 예상을 깨고 여전히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예상을 깨고'라는 말을 쓴 이유는 이 드라마의 경쟁작이 바로 김수현 작가의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이기 때문이다.

일단 '황금무지개'는 방송을 한 주 먼저했고 우위를 차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한 주만에 뒤집힐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상대가 누구인가, '시청률의 마왕' 김수현 작가다. 그의 위력이 얼마나 셌으면 제작진조차도 "김수현 작가 드라마가 같은 시간에 편성됐다고 했을 때 솔직히 두려웠다"라고 털어놓았을까.

하지만 방송이 시작하고 3주가 지났지만 '황금무지개'의 시청률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세결여'도 10% 안팎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고정층을 만들고 있지만 '황금무지개'를 아직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김수현 드라마가 이처럼 고전하는 것도 오랜만에 보는 듯 하다.

▲ 조용히 두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하며 '세결여'를 앞서고 있는 MBC '황금무지개'(MBC 제공)

사실 '황금무지개'도 그렇게 호평을 받는 작품은 아니다. 작가의 전작인 '메이퀸'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 드라마다. 오히려 언론에서 칭찬하는 것은 '세결여'다.

언론의 기사대로라면 '황금무지개'는 전작을 거의 베낀 '모사품'에 불과한 반면 '세결여'는 이지아의 물오른 연기가 빛을 발한 '이지아가 이끄는 수작'이다.

그러나, 시청자가 느끼는 것은 언론과 정반대다(!).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황금무지개'와 '메이퀸'은 엄연히 다른 작품이고 배우들, 특히 김상중과 도지원, 안내상 등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진 반면 '세결여'는 김수현 작가의 '감'을 걱정하는 평가와 함께 흡입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행히 이지아의 연기력은 초반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작품의 메인을 이끌기에는 부족함이 많이 보인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최근 시청자들의 비판은 이지아의 연기보다 김수현의 '시대 감각'에 더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언론은 의외로 이런 비판적인 시각을 잘 다루지 않는다. 이지아의 연기만 칭찬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이 '세결여'를 앞세우고 '황금무지개'를 '메이퀸' 아류작으로 보도하는 중에도 '황금무지개'는 자기 길을 갔다. 물론 김상중, 도지원, 안내상, 조민기, 박원숙과 김유정을 위시한 아역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황금무지개'가 지금 그래도 순항하는 이유는 바로 '자기 길을 잘 가고 있기' 때문이다.

'황금무지개'를 보면 아직까지는 큰 욕심을 부리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다음 주 방송분에서 드디어 김한주(김상중 분)의 수난이 시작되지만 갑작스런 극 전개나 사건을 일으키기보다는 천천히 예열하는 느낌으로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서두르지 않는다. 그것에 사람들이 호감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황금무지개'를 '담비'에 비유했던 거다. '황금무지개' 자체는 김수현의 드라마와 상대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그러나 '잔잔한 전개'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의 호응이 나오자 김수현이라는 호랑이가 힘을 못쓰고 있다. 조용한 시청자의 호응이 '세결여'의 상승세를 막고 있다.

아직 속단은 이르다. '황금무지개'가 성인 연기자로 바뀌는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이라면 충분히 경쟁이 가능한 구조다.

물론 그러려면 유이가 '메이퀸'의 한지혜의 연기력을 보여줘야한다는 숙제가 있긴 하지만 지금의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이야기 구조만 잘 갖춘다면 '황금무지개'는 끝까지 '담비'같은 드라마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의 무신경도 보기좋게 깨뜨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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