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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6.27 08:27

나는 가수다 "나는 가수다의 음유시인 조관우"

조관우의 '하얀나비', 여백과 한을 보다

 
확실히 지난주부터도 그런 조짐을 보였다.

"이승철은 매처럼 노래를 부르고, 조관우는 뱀처럼 노래를 부른다."

이 무슨 뜬구름잡는 소리인가? 하지만 조관우는 임재범이 했다는 이 말을 듣는 순간 바로 그 뜻을 이해해 버린다.

"매는 사냥감을 향해 일직선으로 내려꽂힌다. 반면 뱀은 사냥감을 천천히 조여간다. 나의 노래는 청자를 서서히 밖에서부터 조여가는 노래다."

이런 걸 지음이라 하는 것일까? 역시나 조관우쯤 되는 대가이고 보면 임재범의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말도 바로 들리는 모양이다. 그들만의 언어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런 표현도 가능하다는 뜻이었을 게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중인 가수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니.

"태풍에 나무는 뿌리째 뽑혀도 그 가지는 살아있는... 그만큼 생명력이 긴 음악을 느꼈어요."

그런 것을 다른 말로 심지라 부른다. 어떤 장르의 노래를 부르더라도 한결같은. 어떤 가수의 노래를 부르더라도 박정현의 노래가 되는. 박정현만의 음악.

아마 BMK에 대한 평가는 그 대척점에 있을 것이다.

"만일 배를 타고 간다면 믿고 타고 가는 배..."

그것은 BMK만의 단단함일 것이다. 달리 말하면 우직하다. 박정현이 내면의 단단함이라면 BMK의 경우는 외형마저 단단하다.

물론 필자만의 해석이다. 과연 조관우는 그런 뜻으로 이야기를 했을까? 필자가 본 느낌일 것이다.

이렇게 <나는 가수다>를 보는 재미가 하나 더 늘었다.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은유하며 들려주는 조관우의 평가. 임재범이 출연하던 시절에도 임재범의 입으로 듣는 출연가수과 노래에 대한 평가는 무척 흥미로웠었다. 조관우나 임재범이나 되니까 할 수 있는 것일 테지만.

무엇보다 언어가 아름답다. 장황하게 설명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식자랑하듯 풀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감성이 시키는대로 직관에 의한 언어로써. 그 자체도 음악이다.

"나가수의 음유시인", 제발 지난주 공동꼴찌를 했으니 다음 경연에서 탈락만은 말아야 할 텐데. 그의 시어적인 비평을 듣지 못한다는 것은 그의 노래를 듣지 못하는 것 만큼이나 큰 손실이다. 음악이야 콘서트장에서도 들을 수 있지만, 워낙 낯을 가리고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라 방송에서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경험이다. 역시 조관우는 아름답다.

물론 음악도 아름다웠다. 원래도 김정호라는 가수는 한을 노래하는 국악의 느낌을 물씬 풍기던 음악인이었다. 어쩌면 70년대의 한 흐름이었을 것이다. 이제까지 트로트 안에만 머물러 있던 전통음악을 포크를 통해 재해석하는. 송창식도 그런 흐름 가운데 있었다. 그리고 김정호의 노래는, 그가 쓱 노래들만큼이나 그 한을 깊이 체화하여 담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김정호의 노래를 더욱 깊은 슬픔으로 녹여내고 있었으니.

원래 한국화에서의 여백이란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동아시아의 전통적 사상에서도 공(空)이니 허(虛)니 하는 개념은 단지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제로zero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느껴지지 않을 뿐이다. 인지와 인식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존재다. 보이지 않는 무엇이 머물고, 그를 따라 감상자의 마음이 머무는 곳. 그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는 공간 역시 그림의 연장인 것이다.

마치 조관우의 노래는 그런 한국화와도 같았다. 가녀린 가성의 떨림이 머무는 자리에 애잔한 감정이 머문다. 곱게 가꾸어진 목소리가 머물다 떠난 그 자리로 소용돌이치는 처절함이 다시 깃들어 머문다. 귀에 들리는 소리는 없지만 마음으로 들리는 소리는 있다. 그의 목소리가 어느새 그의 목소리가 멈춘 사이에도 그 소리를 듣게 만든다.

사실 이것은 조관우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임재범도 "여러분"을 통해 소리와 소리 사이에 들리는 마음으로 듣는 소리를 들려주었었다. 아마 이승철도 가능하지 않을까? 굳이 소리를 채우지 않아도 어느새 청자가 그것을 듣고 마는. 그것이 아마도 조관우의 목소리가 갖는 힘일 것이다. 당연히 힘이 떨어지기 마련인 가성에서조차 느껴지는 그 강렬한 힘.

다만 아쉽다면 과연 이런 노래가 다음주 경연에서 청중평가단에게 어떻게 들려질 것인가. 그것은 마음을 열고 가수에게 보다 다가가려 하고서야 들을 수 있는 소리다. 단지 나를 즐겁게 해주기를, 놀라게 해주기만을 일방적으로 기대하고 들으려 한다면 들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이소라 등 여운을 들려줄 수 있었던 가수들이 하위권에 머물고 마침내 탈락했던 전력에 비추어 조금은 힘들지 않을까. 결국 전반과는 다른 후반의 반전에 - 아니면 편곡 자체를 바꾸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기는 어차피 조관우를 제외하고도 다른 가수들도 아직 편곡이 끝나지 않은 상태라 무어라 말하기가 애매하다. 단지 조관우의 평가처럼 여전히 심지 굳게 원곡 "겨울비"의 맛을 충실히 살리면서도 자기식의 개성을 녹여내는 박정현의 놀라운 균형감각이나, 어려운 노래를 더욱 어렵게 부를 수 있는 BMK의 우직함에 감탄할 뿐. 옥주현의 능숙한 정직함과 장혜진의 관록있는 투명함, 그리고 김범수에 대해서는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단지 그는 가수다. YB의 메탈 어레인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호감이 없는 관계로 그 부분은 패스한다. 다만 윤도현의 기타까지 세 대의 기타가 들려주는 메탈 사운드는 어떨까 하는 호기심은 있다. 결국은 다음주 본경연에서 직접 듣고 확인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준비조차 미흡한 짧은 무대로는 한계가 있다.

아무튼 이번의 중간평가를 보면서 역시 임재범이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은 조관우 정도가 유일하지 않을까. 음악적인 깊이도 깊이거니와 대가의 경지에서 들려주는 시어와 같은 아름다운 비평은 앞으로 김범수의 변신과 더불어 <나는 가수다>의 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다만 과연 조관우가 어디까지 탈락하지 않고 버티는가가 있겠다. 김범수처럼 롱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능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던 조관우의 재발견일 것이다. 역시 음악인은 음악을 할 때 빛이 난다. 음악에서 그는 없던 예능감마저 찾아낼 수 있었다. 가수이기에 가능한 예능. 그래서 <나는 가수다> 아니었을까. 예능의 전성시대 조관우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낸 것 같다.

아쉽다면 원곡자며 편곡자를 등장시키며 노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 건 좋은데, 어째서 첫경연에는 이런 것들이 빠져 있었을까? 그 전주에 탈락자가 가려지고, 다시 새 멤버가 참가하는 과정에서 너무 성급하게, 빠르게 경연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도 자기 노래가 있을 텐데도 그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이제서야 겨우 짧게 편집된 것으로 들려주고. 차라리 처음의 4주체제가 낫지 않았을까? 새로 투입되는 가수의 첫무대는 처음 계획한 것처럼 탈락자가 가려진 그 날 내보내도록 하고.

편애는 좋지 못하지만 워낙에 조관우라고 하는 가수의 팬이라. 말 그대로 국악의 악기 하나 없이도 국악의 느낌이 드는 목소리일 것이다. 팝페라를 하는데 마치 판소리를 듣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전통의 정제된 한의 소리일 것이다.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주 조관우의 선전을 기대하며. 중간평가와는 전혀 다른 완성된 편곡도 기대해 본다. 어떤 편곡으로 어떤 가수의 목소리들을 들려줄까. 역시 <나는 가수다>의 꽃은 본경연이다. 에피타이저로써 훌륭했다 본다. 기대는 높아진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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