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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0.03.27 18:28

'그 누구도 아닌' 프랑스에서 핫한 두 여배우 아델과 아델의 열연

아델 아에넬+아델 엑사르쇼폴로스, 두 아델이 펼쳐보인 한 여인의 기구한 삶

▲ '그 누구도 아닌' 스틸컷(제공 그린나래미디어)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기생충'과 막판 경합을 벌인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쳐보인 아델 아에넬.

여기에 제6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가장 따뜻한 색, 블루'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아델 엑사르쇼폴로스가 각각 27살 성인으로, 혹은 20대 여성으로 분하며, 한 여인의 기구한 삶을 표현했다.

지난 26일 개봉한 이 영화 제목은 '그 누구도 아닌'(15세 관람가). 원제는 'Orphan' 우리 말로 고아다. "그 누구도 하나의 인생을 살지 않는다"는 독특한 포스터 카피 문구가 인상적인 이 작품은 파리 변두리 학교 교장으로 살고 있는 르네(아델 아에넬)가 7년 만에 교도소에서 출소한 타라(젬마 아터튼)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살아야만 했던 한 여인의 기구함

르네는 사실 7년 전까지 경마장과 길거리를 오가며 몸을 팔던 산드라(아델 엑사르쇼폴로스)였다. 7년전 살기 위해 몸부림을 쳤던 산드라는 불법도박조직의 일을 봐주다, 시종일관 사고만 치다 경마장과 업계에서 왕따가 된 타라와 만나고, 한탕주의에 빠진 타라에 의해 급기야 대형 사고를 치고 만다. 결국 산드라에서 르네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학교 교사로 교장으로 살며 남자친구 다리우스와 동거하고, 겨우 임신을 한 르네. 그녀의 과거가 출소한 타라에 의해 드러나면서, 순간 구속되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면서 시작된 그녀의 회상. 한때는 산드라, 그 이전에는 13살 카린(솔렌 리갓)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무렵이 떠오른다.

폐차장 관리업자였던 젊은 아버지로부터 잦은 폭행에 시달리던 카린.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이라곤 시내에 있는 선술집(Bar)과 길거리 뿐. 단 한번도 사람을 신뢰하지 않았고 오로지 살기 위해 하이재킹을 하고 어린 몸을 팔고 다녔던 소녀.

돌봐주던 사람 한명 없는 그녀의 기구한 삶은 사회 복지 시스템이 완벽하다는 프랑스의 사각지대를 여과 없이 비춘다.

누가 봐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르네의 추억 

18세기 이후 자유주의와 톨러랑스를 앞세우며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다문화권을 유지하면서 정작 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관찰조차 하지 않은 프랑스 사회의 민낯이다.

뒤이어 르네가 마지막으로 회상한 과거는 6살의 키키(베가 쿠치텍). 폐차장을 오가며 이웃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던 한 어린소녀.

당시 젊은 탓에 키키 엄마와 함께 유일한 자신의 아이 키키를 돌보며 이성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했던 아버지. 하지만 운명은 이들의 행복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러닝타임 111분이 결코 아깝지 않은 르네가 품은 3개의 과거는 어떻게든 자신이 사는 사회에 편입해 살아 가야만 하는 한 여인의 애절함으로 다가온다.

이 영화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혹은 국가)가 그렇게 교육하고 약속했던 정의, 도덕, 완벽한 사회 시스템과 상생이 얼마나 많은 틈을 보이고, 무관심한 형태로 남아 있는지를 비춘다.

그저 평범한 삶과 자유를 원했던 르네. 그녀의 과거 어디에도 피해를 주거나, 사회적으로 말썽을 피운 흔적은 없다.

르네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다. 하지만 7년전 스쳐 지나가던 인연 하나가 모든걸 송두리째 앗아간다. 그럼에도 그녀는 변명조차 못한다.

상식을 벗어난 르네의 과거가 그녀 머릿 속 깊숙히 박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잡으려고 떠났고, 바로 살려고 노력했지만, 여지 없이 쫓아다니는 어설픈 추억. 그것이 이 영화 전반을 가로지르고 있다.

영화 제목처럼 그 누구도 아닌 삶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기구한 운명은 르네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석구석에 갇혀 사는 많은 이들이 토로조차 하기 힘든 과거 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부모를 뒀건, 혹은 그 반대건 고아 아닌 고아의 삶을 살아야만 했고, 씁쓸한 추억과 콘크리트로 덮힌 현재를 번갈아가며 비춘다.

영화사 그린나래미디어가 수입하고 배급하는 '그 누구도 아닌'의 감독은 아르노 데 팔리에르. 2014년 독일, 프랑스 합작영화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초청받으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또한 단편은 물론, 다큐영화부터 시작해 TV시리즈 연출을 맡았으며, 각본가로도 활동했다.

한편 '그 누구도 아닌'은 여성 관객들의 호평이 잇따르며 점차 상승세를 타고 있다. 상영관은 극장 체인점과 영화수입배급사협회가 마련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일환으로 비교적 널널한 좌석을 제공받으며 관람할수 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대한극장, 서울극장,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씨네큐 신도림,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 '그 누구도 아닌' 메인포스터(제공 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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