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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정수경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3.11.19 17:13

[정수경 아트칼럼] 현대 스테인드글라스 이야기(4)

독일의 스테인드글라스 예술 교육

▲ 스투트가르트 쿤스트아카데미의 스테인드글라스 실기기사인 클라우디아 하인즐러(Claudia Heinzler)가 스테인드글라스 설비(화학 에칭실)를 설명하는 모습. ⓒ 정수경

[스타데일리뉴스=정수경 칼럼니스트] 독일의 스테인드글라스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독일 스테인드글라스의 이모저모를 체험하던 중에 스테인드글라스의 교육, 특히 쿤스트아카데미에서의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스테인드글라스로 명성이 높다는 스투트가르트 쿤스트아카데미(Staatliche Akademie der Bildenden Kunste Stüttgart)를 방문했었다. 메르세데스와 포르쉐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고, 우리에게는 발레리나 강수진이 활약했던 도시로 친숙한 스투트가르트의 쿤스트아카데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대표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로 활약하다 2011년 별세한 루드비그 샤프라스(Ludwig Schaffrath, 1924~2011)가 교수로 재직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밖에도 독일 스테인드글라스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불리는 요하네스 슈라이터(Johannes Schreiter, 1930~ )와 학생들의 잠재적인 재능을 알아보고 작가로 키워나갔던 요하네스 헤벨(Johannes Hewel, 1947~2011)이 교수직을 맡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유럽의 대표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들 여럿이 이 학교에서 배출돼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독일 스테인드글라스 교육은 작가와 장인 양성, 두 방향으로 차별화되어 있다. 장인 양성은 앞서 소개했던 글라스스튜디오에서 견습생으로 지내며 스테인드글라스의 다양한 테크닉을 익히고 개발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수석 마에스터가 되기까지는 20~30년간 도제식 교육을 받으며 자신의 경력을 쌓아나간다. 본 칼럼에서는 독일 스테인드글라스의 교육, 그 중에서도 학생들의 창의적인 예술 표현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쿤스트아카데미의 교육 현장을 엿본 소감을 소개하고자 한다.

작가로서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의 가능성을 탐구

장인을 양성하는 기술학교나 글라스스튜디오와는 달리 작가를 양성하는 쿤스트아카데미에서의 교육은 기술 습득을 위주로 한 것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예술세계를 표현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들은 회화, 조각, 건축 분야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표현하는 하나의 매체로서 스테인드글라스를 수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작가들에게 있어 작품을 실현할 수 있는 테크닉 보다는 주어진 건축공간에 가장 잘 융합될 수 있는 최상의 디자인을 해내는 능력이 보다 중요시 된다.

교수와 실기기사가 함께 하는 교육 시스템

독일의 쿤스트아카데미에는 담당 교수 외에 각 분야별로 기술 지도를 맡을 실기기사를 두고 학생들이 연구한 디자인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도록 하고 있으며 스투트가르트 대학에서도 이러한 체제에 따라 스테인드글라스 교육이 실행되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기술적인 문제로 창작의 어려움을 겪는 것을 최소화하고 있다.

스투트가르트 쿤스트아카데미에는 회화과 교수의 책임 하에 두 명의 실기 기사가 스테인드글라스 표현 기법 연구를 위한 학생 지도를 맡고 있었다. 두 실기기사가 모두 여성인 것이 인상적이어서 독일에는 여성 실기기사가 많은지 묻자 한 전공에 실기기사가 두 명인 것도, 그것이 모두 여성인 것도 흔한 경우는 아니라고 설명해 주었다. 스투트가르트 쿤스트아카데미에는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을 위한 각종 시설들이 구비되어 있고 사전 약속을 통해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실기기사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교육체제가 잘 갖추어져 있었다.

학생은 담당 교수와 자신의 작품 컨셉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에 구체적으로 작품을 시각화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인 문제들을 실기기사와 상의한다.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실험하는 작업에서부터 실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학생, 교수, 실기기사가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하며 함께 작업에 임하고 있었다. 

 

▲ 스투트가르트 쿤스트아카데미의 교수와 학생들이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소개. ⓒ 정수경

타과와의 교류, 공동 프로젝트 실행을 통한 실전 경험

스투트가르트 쿤스트아카데미에서 필자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그곳의 교육체제나 시설보다는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진행했던 스테인드글라스 프로젝트였다. 교수를 통해 의뢰 받은 스테인드글라스 프로젝트를 두고 여러 학생들이 경합을 벌여 최종적으로 선택된 학생의 안을 가지고 실제 작품을 실행했던 결과물들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학생들은 같은 대학의 건축학과 학생들과 교류하며 1년여에 걸쳐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지속적인 토론과 실험을 통해 실제 건축 공간에 놓이게 될 스테인드글라스를 기획, 제작, 설치하는 전 과정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얻고 있었다.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교수와 학생들이 모두 각자 하나씩의 창을 맡아 디자인하기도 하고, 때로는 실제로 실현되지 못한 채 계획안으로 끝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사례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우리의 교육에도 적용해 볼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새로운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을 위해 학생들을 스카우트하기도

스투트가르트 쿤스트아카데미를 방문했을 때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에 열심이었던 한국 학생 김현정이 얼마 전 졸업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작년 한국에서 김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어떻게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김작가는 자신의 스승이었던 요하네스 헤벨 교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11년 64세의 나이로 별세한 헤벨 교수는 서양의 매체인 스테인드글라스를 동양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작가를 양성하기 위해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한국, 중국, 일본 학생을 각각 한 명씩 직접 찾아가 설득하고 제자로 받아들여 스테인드글라스를 연구하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그는 학생의 잠재된 능력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었으며 학생들의 연구를 위해서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헌신했던 인자하면서도 매우 엄격한 교육자였다고 전했다. 헤벨 교수는 현대 스테인드글라스 연구에 필요한 각종 프로젝트와 세미나를 수시로 열어 학생들을 담금질하면서도 제자가 스스로 능력을 발휘할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스승이었다고 회고했다. 헤벨 교수는 안타깝게도 자신이 직접 발굴하고 가르친 아시아의 세 젊은 작가들의 활약상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지만 그에게 배운 제자들은 현재 세계 곳곳에서 현대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전파하고 있다.

결과만을 쫒는 지나친 겨루기가 아닌 긍정적인 경쟁심을 통해 학생들의 잠재된 능력을 이끌어 내고, 교수와 학생들이 상호 협력하며 좋은 경험을 공유하는 교육의 현장에서 독일 현대 스테인드글라스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정수경 칼럼니스트 -

미술사학 박사
인천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
저서 : 《한국의 Stained G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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