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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홍준 기자
  • 영화
  • 입력 2013.11.19 09:00

[리뷰] 머드, '소년과 남자의 우정을 다룬 남자들을 위한 성장영화'

절제된 연출력과 뛰어난 연기가 어울어진 수작

[스타데일리뉴스=박홍준 기자]

▲ 프레인글로벌 제공

머드(Mud)

감독: 제프 니콜스
출연: 매튜 매커너히, 타이 쉐리던, 제이콥 로플랜드, 리즈 위더스푼, 샘 쉐퍼드

열네 살 소년, 살인자 ‘머드’를 만나다!

14살 소년 엘리스(타이 쉐리던 분)는 절친 넥본(제이콥 로플랜드 분)과 함께 미시피시강 하류 무인도에서 나무 위, 놀라운 모습으로 걸려있는 보트를 발견한다. 아지트가 생겼다고 좋아하는 것도 잠시, 십자가가 박힌 구두를 신고 낡은 셔츠를 입은 채 팔에 뱀 문신을 한, 검게 그을린 머드(매튜 매커너히 분)가 소년들 앞에 나타난다.

사랑을 구하고 싶은 남자 ‘머드’, 사랑을 믿고 싶은 소년 ‘엘리스’

사랑하는 여자 주니퍼(리즈 위더스푼 분)를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 중인 ‘머드’는 ‘엘리스’와 ‘넥본’에게 도와줄 것을 요청하고, ‘엘리스’는 서로 사랑하는 그들을 위해 모든 것을 하는데…

 

소년과 성인 남성의 우정을 그린 영화는 많다. 대부분의 이런 영화들에서 소년은 불우한 가정 환경 속에서 사춘기를 겪고 있는 순수한 소년이고, 남자는 도망자이거나 삶의 낙오자 등, 위험한 남자인 경우가 많다. 클린트 이스트 우드 감독의 [퍼펙트 월드]나 키타노 다케시의 [기쿠지로의 여름] 등의 영화에서 보듯이 소년과 청년 혹은 중년은 상대방에게 동질감을 느끼거나 자신에게 없는 순수함 혹은 남성미를 찾으며 서로 가까워진다.

이 영화 [머드] 역시 그러한 공식을 철저히 따른다. 사랑에 가슴앓이 하며 모험만이 삶의 목표인 엘리스와 머드는 쉽게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또래의 선배 여자에게 연정을 품고 버려진 보트에 집착하는 ‘꼬마’ 엘리스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망망대해로 떠날 준비를 하는 머드는 스케일의 차이만 있을 뿐 서로의 분신이라 해도 틀림 없을 정도로 꼭 닮아 있다.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99%를 받고 제 65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이미 완성도를 검증받은 이 작품은 한 시골 마을에서 두 소년과 한 남성이 우정을 쌓고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과정을 스릴러와 멜로, 액션과 어드벤처의 양식으로 짜임새 있게 그려내었다.

 

엘리스와 넥본 역을 맡은 타이 쉐리던과 제이콥 로플랜드의 연기는 아역의 그것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타이 쉐리던이 이후 헐리우드의 히어로로 성장하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두 아역 배우의 연기 덕에 영화의 몰입도는 높아지고 머드 역의 메튜 매커너히와의 감정선 또한 자연스러워졌다. 엘리스의 아빠 역의 레이 맥키넌이나 노장 샘 쉐퍼드, 요즘 헐리우드에서 명품 조연으로 주목받는 마이클 섀넌 등 조,단역들의 연기 또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모습을 드러난 리즈 웨더스푼은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애증의 팜므파탈을 맡아 머드의 인생을 파멸하는 주니퍼를 열연했다.

 

우리는 ‘어린 것이나 다 큰 것이나 남자라면 여자에 사족을 못 쓴다는...’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어린 엘리스나 어른 머드나 다 같이 메이 펄과 주니퍼라는 자신의 첫사랑을 위해 목숨을 건 용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두 여인은 순수한 사랑을 받아들일 자격이 없는 여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엘리스와 머드는 가슴 아파하고 위기를 자초한다. 그러나 어쩌랴? 남자라면 다 그런 것을. 여자의 가슴에 관심이 가고, 펜트 하우스나 보트, 권총 등에 집착을 보이는 것이 남자라는 생물의 천성이다. 그렇기에 남자들이란 마초 같아 보이면서도 귀여운 구석이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살인자 머드와 좀도둑 엘리스를 악인으로 보이지가 않고 우리가 연민을 갖고 감정이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두 남자의 우정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현란하진 않지만 유려한 카메라 워킹과 편집과 함께, 전작 [테이크 쉘터]에서 이미 제프 니콜스 감독과 호흡을 맞춘 음악감독 데이비드 윙고의 스트링 사운드와 컨트리 음악으로 서정감을 극대화하였다.

 

“이 강으로 떠내려 오는 쓰레기 중 건져야 할 것과 떠내려 보낼 것을 구분해야 해”라는 넥본의 삼촌 갤런(마이클 섀넌 분)의 말처럼 그 두 개를 구분하지 못해 파국을 맞이하는 주인공 엘리스와 머드의 모습이 가슴 아프지만 제프 니콜스 감독은 그런 게 남자의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마지막 장면을 연출하였다. 영화의 가장 마지막 이사를 간 엘리스가 다른 여자아이의 인사를 받고 밝게 웃는 장면은 감독의 이런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하다.

“그래, 세상에 여자는 많아. 그게 인생이라구”

영화는 11월 28일 국내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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