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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6.25 07:55

댄싱 위드 더 스타 "인간의 향기, 춤의 아름다움..."

그들이 스타인 이유를 춤에서 배우다...

 
예전 어느 무술가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무용가가 무술을 배우면 위험하다."

무용가 자신이 위험하다는 말이 아니다. 무용가를 상대해야 할 다른 사람이 위험하다는 말이다. 그만큼 무용가의 몸이 무술을 배우기에 이상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춤이라는 것이 그렇다. 춤이란 몸짓에 자기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담아 표현해내는 것이다. 손짓 하나, 발동작 하나, 표정 하나까지 모두 무용가의 의지 아래 있어야 한다.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과연 그것이 육체적인 힘 없이 가능하겠는가.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민첩하게. 그러나 필요한 순간 필요한 곳에서 그의 몸은 그가 원하는 동작을 정확히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빠르고 격렬하게 움직일수록 그 한 순간의 동작은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인체의 모든 근육이 그의 의지대로 움직여야 한다. 과연 자기의 몸을 자기의 의지대로 통제할 수 있는 사람에게 무술이라는 살기를 가르쳐주면 어떻게 될까?

확실히 차이가 난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프로 댄스스포츠 선수와 이제 갓 댄스스포츠를 배우기 시작한 아마추어의 가장 큰 차이. 떠밀린다. 그 순간 정확한 동작을 취해야 하는데 자기가 취한 동작에 휩쓸려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멈추지 못한다.

이봉주라면 그래도 전직마라토너로써 체력에서 밀리거나 할 일이 없을 텐데도. 현아와 문희준 역시 현직과 전직 아이돌로써 춤이라면 일가견이 있을 터였다. 그러나 정작 댄스스포츠를 하며 정확한 동작을 취해야 할 때는 약간씩 제 힘을 버티지 못하고 밀린다. 지난주 MC 이덕화가 말한 그대로, 춤이란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지하는 동작이 더 중요하다. 그게 안 된다.

특히 기상캐스터 박은지와 권순용 팀의 연기에서 그런 것이 많이 눈에 띄었다. 발이 밀리고 있었다. 제 힘에 겨워 발이 밀리며 동작을 취하기가 힘겨워보였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 자이브에서도 그렇게 그녀의 몸은 제 힘에 겨워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탈락할 만했다고나 할까?

그밖에도 한결같이 심사위원으로부터 들려오는 지적이, 하체. 하체가 안정되게. 하체가 힘이 있게. 땅을 딛는 자세를. 일단 다리가 자기 몸을 지탱할 수 있어야 스텝이든 뭐든 정확하게 밟을 테니까. 빠른 춤동작에서 밀리지 않고 스텝을 밟으려면 하체의 힘은 필수다.

그래서 예견되었었다. 아니 지난주부터도 거의가 부상투혼이었다. 쓰지 않던 근육을 쓰려니. 쓰지 않던 근육을 이제까지 쓰지 않던 형태로 쓰고 하려니. 충분히 몸부터 만들고 춤을 배웠어야 했는데 춤부터 배우고 몸을 만들려니 무리가 가지 않을 수 없다. 부상투혼. 벌써 나이가 환갑에 가까운 배우 김영철씨는 물론, 잠깐 모습이 비친 현아도 그리 몸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다. 도대체 김규리의 그 시커먼 다리의 멍이라니.

물론 이들 처음 댄스스포츠에 도전하게 된 유명인들만 힘든 것이 아니다. 원래 초보자를 가르치며 하는 것이 혼자 하는 것보다 몇 배나 더 힘든 법이다. 정확한 동작을 취해야 하는 부분에서 동작이 틀어지고 호흡이 안 맞으면 그 부담은 온전히 당사자의 몸으로 돌아간다. 오죽하면 심지어 김규리의 파트너인 김강산씨의 경우는 지난주 탱고미션 당시 어깨부상으로 대회출전까지 포기했다 하겠는가.

그만큼 힘이 필요하고 정확한 동작을 취하기 위한 신체컨트롤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아마추어는 아마추어이기에 그것이 안 되고. 프로는 프로이기에 정확한 동작에 익숙해 있어 아마추어의 어색함이 부담스러운 것이고. 그럼에도 점차 하나가 되어가는 호흡이라는 것은.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다. 부상투혼도 부상투혼이지만 불과 얼마전까지 전혀 아무런 연고도 없던 두 사람이 이제는 연기를 마치고 나면 자연스럽게 어깨를 얼싸안고 서로에게 신뢰의 웃음을 보낸다. 서로를 믿고 동작을 취하고, 서로를 신뢰하며 자세를 만들고. 과연 심사위원의 마처럼 몸과 정신은 지쳤어도 두 사람의 호흡은 한결 안정되어 가지 않는가.

댄스스포츠의 진정한 미덕이라고나 할까? 혼자서 추는 춤과는 다르다. 혼자서만 잘 추면 되는 그런 춤과는 전혀 다른 매력이다. 체력이 부족하면 체력훈련까지 같이 해가며.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같이 영상을 보면서 깨닫도록 하고. 심지어 파트너의 출장지까지 따라가는가 하면, 그조차 힘들 때는 동영상을 만들어 보내 그것이라도 보고 연습하도록 한다. 팀웤이다. 더구나 생초짜와 프로가 만들어가는 파트너십이다. 신뢰와 존경, 희생과 양보, 그리고 배려.

항상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에게 탓을 돌리기보다 자신의 모자름을 탓하며 질책하고, 오히려 그것을 파트너에 대한 신뢰와 존경으로 돌린다. 믿고 의지하기보다는 그에 부끄럽지 않으려. 신뢰와 존경이, 무엇보다 인간의 완성이 곧 능력이고 실력인 이유일 것이다. 그들이 아름다운 이유다.

심사위원 점수도 높았지만 결국 시청자문자투표에서 오상진, 함가연 팀이 최종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기술적으로야 오상진, 함가연 팀보다 심사위원 점수가 더 높았던 심사위원 점수 1위 문희준, 안혜상 팀이 더 훌륭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처음 그리 불안하고 어색하기만 하던 오상진이 안정적으로 보이도록 만든 그 동안의 노력과 호흡이 그리 아름다워 보였던 것이다.

김영철은 이제 무대 자체가 그림이고. 이제 노년으로 접어드는 황혼의 연륜이 춤사위에 녹아들며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비록 힘이 달리고 동작은 정확하지 않지만 분위기만으로도 그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문희준은 과연 춤꾼으로서의 본능을 보여주고 있고. 현아는 그동안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던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김규리는 단지 지난주의 무대가 너무 좋았을 뿐이었고. 이봉주의 무대는 그를 닮아 성실했다.

오상진의 눈부신 성장과 결국 탈락하고 만 박지은의 안타까움. 그리고 건강상의 이유로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김장훈에 대한 아쉬움까지. 김장훈도 그리 적은 나이는 아니다. 무리가 왔을 것이다. 그래도 필자가 김동규씨보다는 허리가 가늘다. 노력들이 대단하다.

도대체 방송이 뭐라고 저 고생들인가.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저들은 프로인 것이다. 몸도 힘들고, 아프기도 하고, 그렇다고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그런 순간에조차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기에 지금 저들은 저 자리에 있는 것이다. 안쓰러움이 그래서 동경이 된다. 부러움이 된다.

왈츠란 참으로 아름다운 춤이었다. 그러고 보면 여러 영화에서 우하하게 분위기를 잡으며 추는 춤이 왈츠였다. 우아하고 아름답고 그러면서도 경쾌하고. 회전과 점프가 많은 것은 비엔나 왈츠의 특징일까? 차차차는 말은 들었는데. 아마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주장대로라면 마티 맥플라이라는 애송이가 그 원조일 것이다. 활기차고 즐거운 춤이었다. 춤이란 역시 즐겁고 아름답다.

마치 일주일 가운데 그 시간만 전혀 다른 시간인 듯. 사람이 풍기는 향기와 춤이 주는 아름다움. 그것이 <댄싱 위드 더 스타>일까? 이덕화는 참 훌륭한 캐스팅이었다. 연륜이 더해진 이덕화의 진행이 쇼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이소라의 절제하는 진행은 적절하다.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금요일 심야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다. 일주일의 치열함을 보듬으며. 날카롭게 벼린 신경을 감싸고. 부드러운 밤처럼. 즐거운 시간이었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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