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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수빈 기자
  • 문화
  • 입력 2020.03.05 14:39

[박수빈의 into The book] #3. 베토벤, 일생일대의 불행도 음악으로 승화시키다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임현정 저자, 벤토벤 일생일대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받아들임’

▲ 도서'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세계적 거장 베토벤은 한국에서는 더욱 특별한 존재이다. 개화기 시절, 가장 먼저 소개된 음악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자칫 어렵다고 느껴져 멀리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베토벤의 음악은 귀에 익어 우리에게 친숙히 다가온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작품이 대중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출간된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의 저자이자 베토벤 스토커라 자칭하는 임현정 저자는 음악의 관점이 아닌 ‘인간 베토벤’의 관점에서 그의 작품에 접근한다면 그 이유를 알아 작품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고 전한다.

금번 박수빈의 into The book은 베토벤의 생애와 그의 음악을 따라가 보고자 한다. 그동안 클래식이 어려워 접근하지 못했던 독자들이라고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복이 화가 되기도, 화가 복이 되기도 하니 눈앞에 벌어지는 결과만을 가지고 너무 연연해하지 말라는 뜻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불운에 굴복하지 않은 베토벤의 사례는 새옹지마라는 한자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본인의 타고난 천재성에도 자만하지 않고 꿋꿋이 노력해 거장으로 성장했으니 말이다.

▲ 출처 Pixabay

그래서인지 초기 그의 작품에는 혁명적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평을 받는다. 자신의 불운을 향한 부단한 노력은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우리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그의 불운은 계속된다, 음악가에게 생명과도 같은 청력을 잃게 되니 말이다. 이는 그의 고통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로, 깊은 좌절감에 사로잡혀 세상을 원망하며 죽음을 각오하기도 했다.

해마다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을 잃어가면서, 마침내 치유가 가능하더라도 몇 년이 소요되거나 아예 영구 불치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뜨겁고 활동적인 성격을 지니고 태어나 사교계 생활의 유희를 좋아하던 내가 일찍이 고립되어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외롭게 살아야만 했다.

나는 지금의 내 상태가 누군가에게 목격되는 것이 두렵다. 이렇게 지난 6개월을 보냈고, 의사의 조언대로 청각 건강을 위해 되도록 시골에서 지내왔다. 어떤 이가 멀리서 플루트 소리를 들을 때 나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고, 또 어떤 이가 농부의 노랫소리를 들을 때도 난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난 이제 기쁜 마음으로 죽음에게 달려간다. 만약 나의 예술성을 다 발휘하기 전에 죽음이 찾아온다면, 참 힘든 운명이지만 죽음이 빨리 찾아온다면, 이 끝없는 고통에서 해방시켜줄 테니 만족스러울 것이다.

베토벤이 작성한 유서의 내용이다. 하지만 베토벤은 세상과 등지지 않는다. 청력을 잃은 음악가가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을까.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음악에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녹여내 명곡을 또 탄생시킨다. 이 시기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제16번 G장조 Op.31’, ‘피아노 소나타 제17번 d단조 Op.31’ <템페스트>, ‘피아노 소나타 제18번 E플랫장조 Op.31’은 베토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곡들이다.

저자 임현정은 개인적으로 ‘인생’, ‘전투와 죽음’, ‘부활의 승리’라는 부제를 붙였다. 다정한 대화 같은 음률과 격렬한 고뇌의 느낌을 주는 음률을 번갈아 보이며 음양의 조화를 만들어 내는가 하면 작품 전체에 어둡고 긴박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베일에 쌓인 수수께기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 출처 Pixabay

특히 피아노 소나타 제18번 E플랫장조 Op.31은 베토벤이 고난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삶의 우여곡절을 어떻게 극복하려고 노력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위협적이고 어두은 음률들은 서서히 천진난만한 느낌으로 변해 이윽고 장난스럽게 느껴진다. 운명에 대한 두려움은 이제 비웃음거리가 돼버린 걸까. 작품의 마지막 부분은 ‘정열을 가지고 빠르게’라는 뜻의 프레스토 콘 푸오코(Presto Con Fuoco)로 마무리하니 말이다.

고난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음악의 길을 걸었던 그는 불행을 위대한 작품으로 승화시켜 불멸의 곡들을 탄생시켰다. 베토벤의 일생일대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그가 생전에 남긴 일련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아무리 어렵고 모순되는 상황에서도 인내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이름에 합당한 중요한 특성이다.

네 자신의 운명을 근본적으로 받아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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