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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수빈 기자
  • 문화
  • 입력 2020.03.02 12:36

[박수빈의 into The book] #2. 베토벤, 운명과의 사투를 피아노 소나타에 녹여내다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저자 임현정, 베토벤은 주어진 운명에 끝없는 투쟁으로 많은 작품 탄생시켜…

▲ 도서'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세계적 거장 베토벤은 한국에서는 더욱 특별한 존재이다. 개화기 시절가장 먼저 소개된 음악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자칫 어렵다고 느껴져 멀리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베토벤의 음악은 귀에 익어 우리에게 친숙히 다가온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작품이 대중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출간된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의 저자이자 베토벤 스토커라 자칭하는 임현정 저자는 음악의 관점이 아닌 ‘인간 베토벤’의 관점에서 그의 작품에 접근한다면 그 이유를 알아 작품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고 전한다.

금번 박수빈의 into The book은 베토벤의 생애와 그의 음악을 따라가 보고자 한다. 그동안 클래식이 어려워 접근하지 못했던 독자들이라고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베토벤은 아버지의 학대와 어머니의 기구한 삶 속에서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참된 스승을 만나 성장할 수 있었다. 그의 타고난 천재성을 일찌감치 발견하고 체계적인 작곡 교육을 도와준 스승 크리스티안 고틀로프 네페를 통해 말이다. 베토벤은 불우했던 유년기를 극복하고 탄탄대로의 길을 걸으며 명곡들을 탄생시킨 걸까.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상실의 고통과 끊임없는 불운과의 사투 속에서 탄생 되었다. 유일한 안식처였던 어머니를 일찍 떠나보내야 했고 선천적으로 허약한 신체 때문인지 음악가에게 있어 생명과도 같은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는 이런 불운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극복해나간다.

▲ 출처 Pixabay

베토벤은 귀가 잘 들리지 않았기 때문인지 메모광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메모를 남겼는데, 베토벤의 일기 중 한 구절을 보면 그의 운명과의 사투를 알 수 있다.

용기를 가져라! 내 허약한 신체에도 불구하고, 내 천재성은 결국 승리할 것이다. 이제 내 나이 스물다섯 살. 완성된 인간성을 드러내야 할 시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힘을 다해야 한다

이런 운명과의 사투는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미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운명’교향곡은 베토벤의 끈질긴 노력을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이다. 친숙한 음률은 듣는이의 마음을 뒤흔들기도 하는데 아마도 스스로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을 겪을 때 느껴지는 운명의 힘이 곡 안에 폭발하듯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리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생의 주인이 되어 새로운 운명을 창조한 것이다. 베토벤은 멈추지 않고 처절한 전투 과정을 피아노 소나타에 분출한다. 스승이자 멘토인 하이든에게 헌정했던 ‘피아노 소나타 제1번 f단조 Op.2’ 1악 장1에는 운명에 맞서 싸우는 전사로서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 출처 Unsplash

이 시기 베토벤은 잠깐 펜만 들고 앉아 작곡에 집중하면 마음껏 꿈을 펼치며 천재로 이름을 남길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이런 자신감으로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제1번 f단조 Op.2’를 자신의 피아노 소나타 제1번으로 출판하면서, 연주자가 아닌, 작곡가로서 자신을 세상에 당당히 내보이기까지 했다.

초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피아노 소나타 제1번 f단조 Op.2’는 뛰어난 독창성을 잘 표현했다고 평가되었다. 당시 베토벤을 앞섰던 선배들과 필적할 정도로 말이다. 혁명적이 장중한 느낌의 운율은 그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 악장의 극도로 대비되는 음률은 확고하지만 애원하는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에 자신의 삶은 온전히 녹여냈다. 초기 작품들은 그가 어떤 투쟁을 해왔는지 잘 보여주며 이어지는 작품들에는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운명과의 사투였다면 말년의 그는 운명에 관한 어떤 해답을 얻었을까.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그 해답을 간접적으로 느껴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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