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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11.16 10:40

[TV줌인] 상속자들 "사랑이 죄가 될 때, 인간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김탄이 차은상에게 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인간은 결코 평등할 수 없다. 인간은 평등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그 평등을 인식하지 못한다. 위아래를 나누고 전후좌우로 구분한다. 그것을 다시 세분한다. 해발 100미터. 해발 150미터. 해발 100미터와 101미터도 같지 않다. 인간은 불평등한 존재다.

같은 아버지를 두고 태어났다. 그런데 어머니가 다르다. 어머니의 신분이 다르다. 바로 직전까지 한 식구처럼 굴고 있었다. 그러나 한순간 그는 불쾌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토록 한 몸 같았던 최영도(김우빈 분)마저 다시는 상종못할 사이가 되고 말았다.

아래에서 보면 모두 같은 높이로 보인다. 하나같이 높고 대단하신 분들이다. 하지만 산을 오르다 보면 결국 그 가운데서도 위아래가 나뉘고 만다. 하기는 어차피 위에서 보면 하나같이 고만고만한 정도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언덕이 있고, 두덕이 있고, 또는 구덩이가 있다. 없이 살면서도 차별한다. 밀어내고 떨어낸다. 그렇게 끼리끼리 모인다.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가, 그것도 외도로 낳은 아들이었다. 그래서 미워했었다. 미워하려 노력해 왔었다. 그러나 정작 제우스 호텔의 대표 최동욱(최진호 분) 부자와의 골프에서 김원(최진혁 분)은 김탄(이민호 분)에게 철저히 그들을 누르라 주문하고 있었다.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사소하지만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었을 것이다. 어째서 김원은 전현주(임주은 분)를 우선순위의 대상으로 여기고 말았는가. 모든 것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순위가 있다.

▲ SBS 드라마 '상속자들'(SBS 제공)

확실히 김탄은 어리다. 자기가 자신의 출생에 대해 밝히고 낮은 곳으로 떨어지면 차은상(박신혜 분)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천사가 떨어지면 차라리 지옥으로 가지 인간세상에 남지는 않는다. 김탄 자신의 말처럼 어찌되었거나 제국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서자가 되었든 어쨌든 제국그룹 회장 김남윤(정동환 분)의 아들이며 피붙이다. 체면이 중요하다. 가진 것이 많을 수록 지켜야 할 것도 많다. 과연 김탄이 제멋대로 추락하려는 것을 김남윤이 지켜보고만 있을까? 김탄이 지옥으로 가게 된다면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차은상의 처지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벌써부터 곤란하다. 김탄의 고백으로 인해 차은상과 차은상의 어머니 박희남(김미경 분)은 그나마 찬바람을 피할 수 있게 해주던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다. 빚도 갚아야 하는데 생계수단이 되어주던 가정부 일마저 그만두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버렸다. 차은상은 벌써부터 집을 나와 친구집을 전전하고 있었다. 차은상이 김탄을 좋아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김탄이 차은상을 좋아한다는 한 가지만으로 차은상은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버렸다. 이제 차은상으로 인해 중요한 비즈니스이던 결혼마저 깨뜨리고, 더구나 집안, 아니 그룹의 치부라 할 수 있는 김탄 자신의 출생의 비밀마저 밝힌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김탄의 아버지 김남윤은 차은상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게 되겠는가? 아들의 첫사랑이라고 반겨줄까? 아니면 버린 자식이라고 아예 차은상의 존재마저 무시해 버릴까?

김탄은 진심인데 그 진심이 그렇게 깊이 와닿지 않는다. 그보다는 화가 난다. 차은상과는 달리 김탄에 대한 어떤 호감도 특별한 감정도 없다. 그것이 더 차은상을 괴롭게 만든다. 도망쳐야 하는데. 김탄이 잡지 못하도록 도망치거나 떨쳐내야 하는데. 옆에 버티고 선 최영도의 손을 잡는다. 그에게 기대어 겨우 버텨낸다. 현실은 호러보다도 더 잔인하다. 귀신이나 괴물보다 더 잔인한 것이 인간이고, 인간이 만들어낸 구조다. 세상은 가까이서 보면 공포고, 조금 떨어져 보면 비극이고, 아주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아름다운 사랑이란 가장 처절한 공포일지 모른다. 함정처럼 사랑에 붙들려 도망치지조차 못한다.

룰을 어긴 데 대한 제국그룹 회장의 응징은 잔인하다. 가진 것으로 서열을 나눈다.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위치가 인간의 가치를 정의한다. 그런 곳으로 전현주를 보낸다. 모든 과거를 언론을 통해 까발린 채로. 100명을 통해 깨닫게 한다. 어째서 김원과는 안되는지. 어째서 김원을 마음에 두어서도, 김원의 마음을 받아들여서도 안되는 것인지. 김원은 전현주를 쫓아가지 않는다. 막연히 기대하고 있었지만 김원 역시 그쪽 세계의 사람이었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곁을 김탄이 지킨다. 차은상을 지켜야 한다.

다만 아쉽다면 최영도의 캐릭터일 것이다. 김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영도의 아버지 최동욱이 역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차은상을 자신의 후계자의 짝으로 받아들일 리 없다. 김탄이 안된다면 최영도도 안된다. 아버지에 반항하면서도 결코 아버지를 거역해 본 적이 없다. 한 번도 맞서 본 적이 없다. 싸우더라도 아버지가 정한 룰 위에서 싸운다. 계기가 있을까? 최영도가 자신에 대해 자각하게 되는 계기가 있는 것일까? 어린 아이다. 아직도 울고 있다. 떼를 쓰고 응석부리고 있다. 그때처럼. 김탄을 밀어내던 과거의 어느 순간처럼.

진심이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선의가 선의로써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선의가 선의로써 전해지지 못한다. 서로 다른 세상에 있다. 서로 다른 룰을 적용받는다. 룰을 만드는 자들이 있다. 그 룰을 일방적으로 따라야만 하는 이들이 있다. 서로를 그 룰로 구속하고 정의한다. 결혼의 의미가 다르다. 약혼자가 여자를 끼고 술을 마시는 것을 보면서도 정리해야 할 주식을 먼저 생각한다. 같은 학교 친구 부모의 재혼에도 곧 오르게 될 주가를 더 축하해준다. 그 규칙이 인간을 외롭게 만든다. 유라헬은 학교 뒤에서 혼자 울고, 최영도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김탄을 좋아하면서도 차은상은 혼자 울어야 한다.

최영도의 진심이 전해지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서로 다른 룰에 지배를 받는다. 차라리 김탄은 꿈속에서 만났다. 외딴 캠핑장처럼 현실로부터 유리된 먼 꿈속에서 그들은 한 인간과 인간으로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최영도는 벌써 제우스호텔의 후계자로서 만나고 있었다. 차은상과 비슷한 처지의 조윤우를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모습으로 처음 만났었다. 그래도 아직 18살이다. 차은상이 찾아낸 그와의 유일한 접점이다. 김탄과 차은상이 이루어질 리 없다. 이루어지더라도 결코 아름답게 이루어지지는 못할 것이다. 차은상은 울게 될 것이다. 예정되어 있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도망치고 만나고. 또 도망치고 만나고. 놓았다가 다시 손을 잡고. 김탄이 눈물을 흘린다. 벌써 오래전부터 차은상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렇게나 힘든가. 이렇게나 힘든 일이던가. 어머니를 울게 만들었다. 자신만을 생각하던 어머니를 끝내 울리고 말았다. 죄인이 되어 싹싹 비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이 왜 이리 비참한가. 그렇게 차은상의 앞에 섰다. 비로소 차은상의 있는 곳에 같이 설 수 있었다. 아주 같지는 않겠지만 이것이 차은상의 세계인가. 이것을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던가.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희생해야 하는가.

김원은 현명했다. 차현주도 영리했다. 현실을 알았다. 자신의 한계를 알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너무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감당할 자신이없다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선택 아닌 선택을 한다. 객관식처럼 답은 정해져 있다. 다른 선택을 하려면 김탄처럼 시험지 자체를 찢어버려야 한다. 시험지를 찢는다고 시험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조금 더 고되고 조금 더 성가셔질 뿐이다. 시험은 계속된다. 말했듯 이것은 드라마다.

막상 나가려는 박희남이 한기애(김성령 분)은 아쉽다. 아옹다옹했지만 유일하게 진심으로 마주하던 사이였다. 고용주와 고용인을 떠나 마치 친구와도 같았다. 외로운 것이다. 그곳은 그녀의 집이 아니었다. 그녀의 세계가 아니었다. 그러나 아들이 산다. 아들이라고도 부를 수 없다. 어머니라고도 불릴 수 없다. 가련한 인생이다. 가엾은 군상이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비극 역시 깊어진다. 솜털이 곤두서도록 긴장까지 고조된다. 이대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감당해야 할 것들이 더 커지고 더 많아진다. 달달해지는데 마음은 답답하다. 그들은 사랑할 수 있을까? 드라마임을 알면서도.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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