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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6.24 16:13

최고의 사랑 "꿈과 현실의 경계, 인간의 감성이 머무는 곳..."

한 바탕 멋진 꿈에서 깨어난 보고서...

 
드라마는 현실이다. 코미디는 꿈이다. 드라마는 개연성의 세계이고 코미디는 우연 속에 존재한다. 드라마를 정의하는 것은 리얼리티일 것이며, 코미디를 정의하는 것은 헤프닝일 터다. 리얼과 판타지. 꿈같은 현실. 현실과 같은 꿈. 모두가 바라는 것이다. 바람이 머무는 곳이다.

너무 꿈이면 허황된다. 꿈이 지나칠수록 그래서 공허하다. 너무 현실이면 각박하다. 현실이 힘들고 고단할수록 사람은 현실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란다. 현실을 딛고 꿈을 본다. 꿈속에서 현실을 부여잡는다. 허황되지 않으며 각박하지 않다. 꿈의 마력과 현실의 단단함.

로맨틱 코미디가 성공하기 위한 공식이다. 현재 방영중인 KBS의 <로맨틱 타운>과 SBS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로맨틱 타운>에는 현실이 없고,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는 판타지가 없다. 물론 현실도 부실하다. 현실이 부실하면 꿈을 꿀 수 없고, 꿈을 꿀 수 없으면 현실이 지루하다.

현실의 부분이 단단해야 드라마에 자신을 이입시킨다. 판타지가 화려하고 매력적일 때 더욱 그 꿈을 바라고 이입시키게 된다. 꿈이 있을 때 현실은 지루하지 않을 수 있고, 현실이 단단했을 때 꿈은 공허하지 않을 수 있다. 어떻게 그것을 조화시키는가. 성공한 드라마는 바로 그것이 가능해서 성공했다.

올초 <시크릿 가든>이 주원앓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이슈가 되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최고의 사랑>에서도 드라마 속의 상황을 마치 현실의 실제 이야기처럼 댓글을 쓰며 노는 '최고의 사랑 놀이'를 만들어냈다. 드라마속의 멋진 꿈은 현실에서까지 연장된다. 현실에서까지 마저 그 꿈을 보게 된다. 꿈이란 현실의 내가 꾸는 꿈이다. 현실에서도 그런 꿈을 꾸게 한다.

어딘가는 독고진이 있을 것 같다. 어딘가는 실제 구애정이며 강세리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찾아본다. 독고진의 모델이 남자연예인 누구일 것이다. 국보소녀의 모델은 혼성그룹 누구이거나 걸그룹 누구일 것이며, 구애정과 강세리에 해당하는 연예인으로 누가 있다. 그런 점에서 연예계라는 배경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연예계란  꿈이 존재하는 현실의 세계일 것이므로.

누구나 연예인에 대한 동경과 환상이 있다. 그러면서도 연예계를 항상 현실에서 본다. 그 연예계라고 하는 꿈속에 존재하는 독고진, 구애정과 인간으로서의 그들의 현실. 꿈은 구체적이고 현실은 더욱 단단하게 닿아 있다. 마음껏 꿈을 꿀 수 있다. 실제처럼 그 꿈에 도취될 수 있다. 어느새 자신도 드라마의 한 부분이 되어 리플을 달고 노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꿈을 꾸려 하고 그 꿈을 꾸는 것이 자신이기를 바란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하는 장자의 꿈은 필요 없다. 꿈을 꾸는 것은 나여야 하고 내가 꾸는 나비의 꿈이어야 한다. 언제나 현실로 돌아올 수 있게. 그래서 온전히 그 꿈을 즐기게 된다. 연예인이기에 누리는 꿈과 인간으로써 겪는 아프고 안타까운 현실들. 저들도 나와 다르지 않고, 그러나 저들이 사는 세계는 특별하다.

그래서 윤필주의 존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는 시청자를 대표해서 일상의 세계에서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 그가 보는 독고진과 구애정의 세계란 이상한 일들 뿐, 그러나 그 속에 살아가는 구애정과 강세리는 현실의 인간이다. 그 모순과 괴리.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윤필주 역시 꿈을 꾸며 그 세계에 이끌릴 수밖에 없다. 잠시나마. 다시 현실로 돌아오더라도.

그리고 그런 꿈과 현실의 완벽한 조화 위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현실세계에서 온 윤필주는 말 그대로 판타지다. 반면 꿈의 세계에서 나타난 독고진은 오히려 현실에 가깝다. 윤필주는 이상적이어야 하고, 독고진은 현실에 가까워야 한다. 그런데 그 현실이 독고진은 판타지에 가깝고 윤필즈의 이상은 현실에 기반한다. 그런 모순과 엇갈림이 정신없이 헤어나지 못하게 한다.

독고진의 캐릭터를 연기한 차승원의 연기력이 어떠했는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윤필주 역시 마찬가지다. 꿈과 현실을 연기하는 두 남자. 그것은 순수였을 터다. 꿈속의 존재로써 마치 아이와 같은 순수를 연기한 차승원과 현실의 존재로써 어른의 순수를 연기한 윤계상. 구애정은 그런 가운데서도 현실에 닿아 있고, 강세리는 윤필주의 말처럼 독고진의 세계에 있다. 구애정의 내면은 복잡하며 강세리의 내면은 단순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룰때 가장 화려한 만화경이 된다. 끌려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로맨스 타운>과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염두에 두었어야 했던 부분이다. 과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꿈인지. 드라마로서는 현실의 치열함을 보여주고, 코미디로서는 꿈의 첨예함을 보여주었어야 했을 터다. 독고진과 비견될 수 있는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현기준은 그 어느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공아정 역시 그 무엇도 보여주지 못한다. 단지 주어진 상황에 버둥거리며 어떻게든 버티려 노력할 뿐이다. 보는 사람이 피곤해지는 이유다. 그것은 단지 그들의 사정일 뿐이다.

갈등은 있으되 그러나 길지는 않게. 위기는 있지만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순탄하지만 마냥 순탄하지도 않다. 거기다 작가 자신이 스포일러가 되어 구체적 사물을 통해 드라마의 내용을 예고하고 상징하는 것도 한 몫 했다. 그것은 예지이며 비밀스런 지식이다. 사람들은 선지자와 비밀에 또한 매료된다. 작가가 만든 꿈이다. 마음놓고 꿈을 즐길 수 있다는 꿈.

그야말로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이었을까? 로맨틱 코미디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가? 어떤 로맨틱 코미디에 사람들은 매료되고 즐거워하는가? 로맨스의 꿈과 코미디의 환상, 그리고 드라마라고 하는 현실. 인간은 현실에 존재하며 꿈을 바라보는 존재다.

<최고의 사랑>에 대해서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성공한 로맨틱 코미디에 대해서. 사람들이 로맨틱 코미디를 찾아 보는 이유일 것이다. 다만 과연 그 조화의 중심을 어디에 설정할 것이냐? 또한 로맨틱 코미디가 실패하는 이유일 것이다. 꿈과 현실의 경계. 인간의 감성이 존재하는 곳.

돌이켜 보면 그렇게 재미있는 드라마였는가. 하지만 정신없이 달리고 보니 어느새 꿈에서 깨어 멍한 기분이다. 어떤 꿈을 꾸었던 것일까? 무척이나 기분 좋은 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닿을 것 같은. 잠에서  깬 창밖의 하늘은 장마로 인해 우중충하다. 아마도 그런? 그런 드라마였을 것이다. 좋은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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