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영화
  • 입력 2013.11.14 10:26

[리뷰] '친구 2', '향수'를 빼니 어설픈 느와르만 남았다

'친구'라는 제목에 갇힌 느낌 들어, 차라리 새로운 느와르를 만들었다면...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2001년 '친구' 신드롬은 대단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820만의 관객을 모았다는 것도 큰 이슈였지만 영화가 준 파급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영화의 대사가 유행어가 됐고 "친구 아이가"라는 말이 코미디 프로에도, 일상 대화에서도 자주 등장했다. 성인영화 보려고 어른인 척 변장하고 영화관 찾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거리에는 영화에 삽입됐던 로버트 파머의 'Bad Case of Loving You'가 울러퍼졌다.

물론 모든 이들이 '친구'를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몇몇 사람들은 '친구'가 조폭을 미화한 영화라고 비난했고 급기야 국회에서도 '친구'의 폭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마초 영화'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했다. 그러나 그것을 막아준 것은 바로 '향수'였다. '조오련과 바다거북이의 대결'로 대표되는 어린 시절의 향수가 '친구'의 폭력성과 마초적인 시각을 덮어버린 것이다.

▲ '친구 2' 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 '친구'가 12년만에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기대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던 반면에 '그걸 왜 만들어?'라고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도 있었다.

어쨌든 곽경택은 '친구'의 다음 이야기를 생각해냈고 그것을 스크린에 펼쳤다. 정말 준석(유오성 분)이 동수(장동건 분)를 죽인 것일까? 그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는 게 이유였다.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내다

'친구 2'는 1편의 17년 후, 즉 준석이 동수를 살해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로 17년 형을 살고 난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에는 준석과 동수의 숨겨진 아들 성훈(김우빈 분)이 중심이 되며 준석이 없는 사이 조직의 실세가 된 은기(정호빈 분)와 준석의 갈등, 그리고 지금의 조직을 일군 준석의 아버지 철주(주진모 분)의 과거사를 다룬다.

▲ 17년 형을 받고 나온 준석(유오성 분)의 모습(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마디로 '친구 2'는 과거의 향수를 없애는 대신 느와르적 요소를 강화하고 우정보다는 준석과 동수의 '의부자 관계'를 조명한다. 여기에 (감독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대부 2'의 영향이라고 밝힌) 철주의 이야기를 더하고 1편의 클라이막스였던 동수의 죽음에 얽힌 미스테리를 꺼내면서 '친구 2'는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설마 '친구'는 '대부'의 자리를 노리는 것일까? 하지만 아직 그 욕심은 없어보인다. 일단은 다행이다.

사실 곽경택의 영화들을 살펴보면 그가 빛났던 것은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지 영화를 연출하는 능력은 아니었다. '친구'가 공감을 샀던 것도 바로 이야기의 힘이었지 연출의 힘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영화감독'이기보다 '이야기꾼'의 능력이 더 많은 사람이란 뜻이다.

게다가 그의 능력은 '어깨에 힘을 뺄 때' 발휘가 됐다. 자신의 경험을 담은 '친구'의 성공 이후 내놓은 '챔피언'은 대대적인 홍보와 제작비가 투여됐지만 자신이 생각한 '김득구의 추억'으로만 만들어진 영화였고 결국 참패한다.

이후 어깨에 힘을 조금 빼고 만들어낸 '똥개'는 비록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을 다시 확인시켰다(사실 기자는 곽경택 영화에서 '똥개'가 과소평가 받는 게 무척 아쉽다. 곽경택의 대표작은 '친구'가 아니라 '똥개'라는 게 변함없는 생각이다). 그러나 '태풍'의 참패는 역시 곽경택은 대작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시키고 말았다.

나아갈 듯 하면서 어딘가에 잡여있는 느낌이 든 이유

▲ '친구 2'에 새롭게 등장하는 성훈(김우빈 분). 1편에서 살해된 동수(장동건 분)의 숨겨진 아들이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래서 '친구 2'가 나왔을 때 사실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다. 굳이 이야기를 더 늘려서 오히려 1편의 재미를 더 반감시키면 어쩌나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실 속편이 듣게 되는 가장 큰 혹평은 "이럴거면 뭐하러 만들었어?"라는 말이다. 즉, 전편의 감흥을 깨는 속편이야말로 최악의 속편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속편들을 우리는 종종 봐왔다.

'친구 2'는 정말 다행히도,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그 점이 바로 이 영화의 큰 단점이 된 것 같다. 즉, '친구 2'다 보니 '친구'라는 것에 이야기가 묶였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로 인해 영화가 나아갈 듯 하면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자꾸 어딘가에 잡히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곽경택 감독은 "과거의 향수는 '친구' 이후 많은 영화들에서 나왔다. 그래서 이번엔 향수보다는 느와르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식상하다고 생각한 향수는 '친구 1'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향수가 빠진 '친구'의 맨얼굴은 허술한 느와르와 '조폭 미화'라고 비난받을 만한 인물들의 모습이었다. 그 맨얼굴이 '친구 2'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말았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곽경택이 '친구'라는 이름 대신 비슷한 내용의 다른 느와르 영화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굳이 성훈의 친구 이야기를 억지로 끼워넣으며 '친구'를 강조하기보다 준석과 은기의 대결을 베이스로 깔고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더 재미있는 느와르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굳이 '친구 2'란 이름 때문에 변화를 제대로 주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유오성과 김우빈의 호연이 아까운 영화다. 

▲ '친구 2'는 준석(유오성 분)과 성훈(김우빈 분)의 의부자 관계를 표현한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