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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수빈 기자
  • 문화
  • 입력 2020.01.30 18:37

도서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도란 저자, 회사원이 아니라도 우리가 잘 살 수 있는 길은 여러 가지

입사와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면, 먼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충분히 고민해 보길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말 ‘회사’만이 그 최종 선택지여야 할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취업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마치 탄탄대로의 삶이 펼쳐지리라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어렵사리 합격한 회사는 아름다운 생활은커녕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하루를 선사하며 만성피로를 안겨주기도 한다.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며 감정 노동을 해야 할 때도 있으며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녹록치 못한 회사생활에 지쳐 퇴사를 고려해보기도 하지만 그저 막막할 뿐이다. 당장 수익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경력이 단절되면 재취업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억지로 버티는 방법뿐인 걸까.

도란 저자는 “현재가 막막해 새로운 길을 알고 싶은데 막막할 때가 있다.”라며 “그럴 땐 의심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회사원이 아니라도 우리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는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한다. 그녀는 자신은 많은 방법 중 프리랜서를 선택했을 뿐이라며 책을 통해 프리랜서의 삶을 전하기도 했다.

9년의 직장생활을 접고 프리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도란저자를 만나 입사와 퇴사 경험담, 프리랜서의 고군분투기를 들어보았다.

▲ 도서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도란 저자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프리랜서 기자 겸 작가로 일하고 있다. 일상에서 작고 소소한 소재와 감정을 주제로 글쓰기를 즐기며 생활하고 있다. 20대에는 직업으로서 글쓰기에 주력했다면 30대에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주로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귀리밥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연재하고 있고 책을 내기도 했다.

Q. 프리랜서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해왔나.
대학 졸업 후 4년간 기자로, 5년간 마케터로 일했다. 기자생활은 아주 작은 잡지사부터 지금은 유명해진 신문사까지 다양한 곳에 몸담았었다. 적은 월급과 잦은 야근 야근에도 군말 없이 묵묵히 일을 했다. 언론인이라는 자부심에 버텼지만, 반 년 이상 급여가 밀리는 상황 속에서 기업으로 이직하게 됐다.

커피프랜차이즈 기업에 마케터로 입사 이후, 언론홍보와 스토리텔링 작업 중심의 업무를 맡았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자리 잡기 위해 무던히 애써왔다. 이후 몇 번 이직을 하며 정규직 생활을 한 것까지 9년의 회사생활이었다.

Q.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프리랜서로의 전향이 쉽지 않았을 텐데.
직장생활이 안정적이라는 생각은 ‘불안감’이라는 틀에 갇힌 착각일 뿐이다. 나는 9년 동안 회사생활을 하는 와중에 수차례 이직을 했다.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인간관계나 사내 분위기, 급여, 차별, 비상식적인 상사와 임원진 등의 문제들이 있을 때 말이다. 면접을 볼 때 아무리 꼼꼼히 살펴본다고 해도 회사생활이라는 게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지 않나. 그래서 이직을 해도 늘 만족스럽지 못했고 극한 어려움에 처하면 어려움을 피해 이직을 하게 됐다.

Q. 불안감 때문에 직장생활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 불안감에 다시 이직을 선택하는 상황의 반복인 것 같다.
마지막 회사에서도 이런 어려움에 또 이직을 준비했다. 당시 이직을 준비하던 회사는 연봉, 복지조건은 물론 대외 평판도 좋은 회사였다. 하지만 최종면접에 합격 통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고민은 더 깊어졌다. “이직만 하면 괜찮아질까, 이직한 곳에서는 내가 앞서 겪은 어려움이 정말 없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직은 도피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더 이상 회사에 다니지 않겠다고 마음먹게 되었고, 신혼집 거실에 책상 하나 꿰차고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Q. 작가님의 이런 이야기를 담아 출간한 도서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는 어떤 책인가.
말 그대로 날것의 현실을 살아가는 프리랜서 작가로서의 경험담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회사를 그만두라고 조언하거나 프리랜서의 세계가 좋다고 광고할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지금 하는 일에 무조건 올인하라고 부추기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런 파이팅 넘치는 글이나 말은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다녀보고 프리랜서도 해보고 내가 겪은 현실이 이러하니 적어도 이 정도는 알고 준비하라는 조언과 프리랜서로서 힘든 점 까지 솔직하게 말해주고 싶었다. 책 제목처럼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방향을 보여주기도 하고 ‘프리랜서지만’이라는 전제의 무거움을 알려주기도 한다.

▲ 도서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도란 저자

Q. 바쁜 와중에도 프리랜서의 고군분투기를 알리게 된 동기가 있다면.
프리랜서로 일한다고 하면 반응이 정말 다양하다. 때로는 무례한 사람도 가끔 있지만 많은 질문을 하곤 한다. 프리랜서의 삶을 많이들 궁금해 하는 거 같다. 그런 분들이 읽기 바라며 인터넷에 에세이를 조금씩 써봤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글이 스무 편이 넘어가더라. 그동안 글을 써온 글을 재편집해 출판하게 되었다. 프리랜서의 삶이 궁금한 분들이 내 경험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셨으면 좋겠다.

Q. 책은 어떻게 구성했나.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챕터는 프리랜서가 된 계기와 과정, 일감을 구하는 방법 등 프리랜서라는 업무형태의 특성에 집중함 이야기다. 두 번째 챕터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쌓은 업무적 노하우, 알아두면 좋은 점 등을 다룬다. 다음으로는 직업의 장단점, 프리랜서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었던 당혹스러운 경험 등을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취재를 다니고 글을 쓰는 직업으로 인해 얻은 따뜻한 인간관계와 경험을 이야기하며 마무리된다.

Q. 주변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책 제목을 듣고 다들 잘 먹고 잘 사냐며 웃더라. 제목이 적나라해서 그런 거 같다. 읽으신 분들은 다들 제 업무형태를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고 느낀다. 겉으로 보기에는 편하게면 보였는데 알고 보니 나름의 마음고생이 있는 것도 알게 되고, 불안한 직업일 거라 낮춰봤는데 막상 보니 불안할 것도 별로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서로 다름, 다른 환경을 인정하고 알아갈 수 있었다고 느낀다.

Q. 사실 꾸준하지 않은 일감은 불안감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님만의 극복 비법이 있나.
일감이 끊길 때도 물론 있다. 나는 아직 완전히 끊긴 적은 없지만 잠시 일정에 틈이 생겨 2주 정도 쉰 적이 있다. 일이 끊긴 것도 아닌데 그 시간이 너무 불안했다. 잠도 못 잘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고료가 터무니없이 낮아도 아무 일감이나 덥썩 받고 후회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때를 교훈삼아 스스로를 다독이고 일을 쉬어야 하는 찰나가 생기면 최대한 활용한다. 멀리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 취미활동을 한다. 때로는 공들여 요리도 하며 스스로 충전하는 시간을 갖는다.

Q. 자기생활을 즐기는 모습이 멋있기도,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책에서는 생각보다 프리하지 않다고 했는데.
프리랜서를 시작하면서 소소한 자격증을 따기도 했고 날 좋은 순간을 노려 강아지 산책을 시켜주기도 한다. 새로운 취미생활도 시작하게 됐으니 정규직 시절보다는 여유를 찾은 게 확실하다. 하지만 클라이언트와 관련된 부분에서 만큼은 프리하지 않다. 숱하게 수정요청을 하거나 스케줄을 바짝 몰아붙이면 시간에 쪼들리고 감정적으로 피폐해지기도 한다. 특히 직업 특성상 일이 바쁜 시기가 있는데, 그 무렵에는 잠을 줄여가며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일을 한다. 프리랜서라고해서 언제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고만은 할 수 없다.

▲ 도서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도란 저자

Q. 프리랜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퇴사를 먼저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회사가 프리패스가 아니었듯, 퇴사도 마냥 자유가 아니다’라며 충분한 고민을 강조한다.
몇 해 전부터 미디어와 SNS에서 두 가지 반응이 눈에 띄었다. 하나는 일당 취업만 하면 다 잘 풀릴 거라는 반응과 일단 퇴사만 하면 행복이 찾아올 거라는 반응이었다. 취직과 퇴사를 경험한 나로서는 모두 납득이 되지 않았다. 어딘가에선 대기업에 취직하고 공무원 합격이 성공한 인생인 것처럼 부추기고, 어딘가에선 퇴사만 하면 행복으로 직진하는 것처럼 부추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건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가 아닐까. 내 경우 회사에서 나름 인정받아 나이에 비해 승진도 빨리 했었다.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자 남편을 제외한 가족들과 친구들은 내게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억지웃음을 짓고 부당함을 참으며 사는 것 보다 정당하게 일한 만큼 보상받고 싫은 사람은 안 보며 사는 길을 택했다. 그 선택에 ‘안정감’을 포기한 거다. 그러니 어떻게 살고 싶은지 충분히 고민한 후 퇴사나 입사를 하는 게 오히려 인생에 있어 시간 낭비를 덜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퇴사를 결정하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이전과 변화한 점이 있다면.
말도 못하게 건강해졌다. 퇴사한 이유 중에 건강 문제도 있었다.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자주 아팠는데 사실 회사 다니면 병원 가는 것도 눈치 보이니 점심시간에 밥을 포기하고 병원에 다녀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일 없이 아프면 쉬고 병원 가 치료받으니 정말 건강해졌다. 몸 뿐만이 아니다. 사람이 아프면 쉬어야 하듯, 슬프면 울 수 있고 기쁘면 누릴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회사는 그런 기본적인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는 곳이었다. 프리랜서가 된 이후에야 할 수 있게 됐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스스로를 아끼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고 느낀다.

Q.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난 사례가 인상 깊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을까.
분량상 책에 담지 못한 사례가 하나 있다. 뇌병변 장애를 갖고 계신분이 본인과 같은 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재활사업을 추진해 인터뷰 한 적이 있다. 뇌병변 장애가 있기 때문에 발음이 어눌한 편인데도 인터뷰에 적극 임해주셨다. 보통의 경우 비장애인 간사들이 통역을 해주거나 인터뷰를 거들어주는데 그곳에서는 서로 존중하고 천천히 들어주는 분위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또 그분들이 정부보조금을 받지 못하던 시절에 자비를 털어 재활사업을 끌어간 기간이 2년 정도 있었다고 들었다. 순간 어찌나 부끄럽던지. 나는 세상에 불신이 많은 편이었다. 사람들이 반드시 이해관계만을 따지며 살아가는 게 아닌데, 이토록 범접할 수 없는 따뜻한 마음을 공유하며 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왜 그토록 냉정한 세계에서 살았을까, 그런 마음이 들었다. 프리랜서라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

Q. 책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얼마 전 서점에서 몇몇 분들이 내 책을 훑어보고 있는 걸 봤다. 어쩌면 울분으로 가득한 혹은 회사생활이 지긋지긋한 나머지 프리랜서가 되고 싶은 직장인, 취업이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취준생, 경력단절과 같은 무서운 벽에 부딪힌 누군가가 아닐까 싶었다.

우리는 현재가 버거워 해로운 길을 알고 싶은데 막막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의심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사는 방법은 참 여러 가지인데 우리가 눈앞에 한 가지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꼭 회사가 아니라도 우리가 잘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많다. 나는 그 길을 프리랜서로 정했을 뿐이다.  우리는 한 명 한 명이 몹시 소중해 누군가에게 멸시당하고 충성하며 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깨닫길 바란다.

Q. 작가님과 같이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하는 독자들도 있지 않을까.

▲ 도서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프리랜서는 개인이 하나의 회사와 같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외주를 받으려면 회사가 역량을 홍보하듯, 프리랜서는 자신을 브랜딩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프리랜서가 되기 전 자신이 회사에서 참여한 프로젝트나 업무성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트렌드에 맞는 자격증을 새로 취득하는 것도 좋다. 이 사람에게 일을 맡겨도 문제없겠다고 클라이언트가 느낄 만큼 자신을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프리랜서는 용역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회사원이 고용계약서를 쓰는 것과 같다. 열심히 일한 보상을 허투루 잃지 않으려면 계약서와 임금 지급일을 확실히 확인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면 좋겠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가.
지금까지 하던 바와 같이 기자 겸 작가로 계속 일할 생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함께 할 클라이언트가 있지만 ,새로운 분야에서 제안을 준다면 언제든 긍정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또 차기작을 예상하며 새로운 글을 쓰려고 한다.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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