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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의 into The book] 프리랜서 고군분투기3.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의 삶

▲ 도서'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직장생활을 끝내고 프리랜서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아침마다 숨 막히는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되고 자유롭게 일정을 짜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프리랜서의 삶은 장점이 많다. 여러 곳에서 일감을 받다 보니 만나는 사람도 다양해지고 이에 따라 자연스레 경험도 많아지게 된다. 또 일과 여행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프리랜서의 삶이 항상 ‘프리’한 것은 아니다. 고충도 만만치 않다. 최근 출간된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의 도란 저자는 일감이 일정치 않아 비수기와 성수기, 멘탈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조언을 책을 통해 남기기도 했다. 일감이 없으면 불안감에 휩싸여 우울해지기도 하고 일감이 너무 많으면 번아웃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매번 일감을 찾아 나서야 하고 미팅을 하고 나의 노동값을 책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친절하고 예의바른 사람만 만나면 좋겠지만, 무례한 사람을 만나 기분 상하는 일이 종종 있다. 또 프리랜서는 정식 고용이 아니다 보니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했다가도 마음이 바뀌면 가볍게 말을 바꾸거나 연락을 끊을 수도 있다.

마냥 프리하지 만은 않다는 도란 작가는 책을 통해 프리랜서의 고충을 이야기하며 즐겁고 유쾌하지만은 않다고 전한다. 그저 프리하게 일하며 느끼는 행복과 불안, 불편까지 오롯이 함께할 뿐이라고 말이다. 그녀의 경험을 통해 프리랜서의 고충에 대해 알아보자.

[프리랜서, 만남도 많지만 이별도 많아]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만나거나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면 이에 따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을 경험하며 일을 할 수 있으니 물론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일을 마치면 자연스레 헤어지고 다시 일을 제안 받을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으나 문제는 이런 경우가 아닐 때다.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자신들의 일만 해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업체들도 존재한다.

▲ 출처 Pixabay

생각해보면 정규직으로 회사에 다닐 때는 이별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도무지 참을 수 없는 갈등이 누적된 후에 분노가 가득 차서 냉랭하게 퇴사를 통보한 적이 있었고, 몇 년씩 근무한 회사를 그만둘 때는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난다는 시원함과 더불어 서운함이 감도는 묘한 이별도 있었다.

퇴사를 앞두고 내 후임을 뽑고 인수인계를 하는 순간이 그리 담담하지만은 않았다. 나를 대신해 주목받는 누군가를 향한 은근한 질투, 나보다 일을 못했으면 좋겠다는 어깃장, 새로 온 사람에게 한시라도 빨리 자리를 내줘야 할 것 같은 촉박함. 그런 복합적인 감정의 이별이었다.

어쨌든 이런 회사와의 이별이 보다 간결한 형태로 숱하게 찾아오는 게 바로 프리랜서다. 일 년에 수차례 겪기도 하고, 어느 해에는 단 한 번의 이별 없이 건강하게 보내기도 한다. 다만 언제 어떤 입장으로 다시 마주할지 모를 클라이언트와의 이별만큼은 웃으며 매듭짓고 싶고, 또 그래야만 한다. 좋은 이별은 훗날 프리랜서의 ‘평판’으로 반드시 돌아온다.

[고용계약서가 아닌 용역계약서, 고용노동부의 도움 못 받아]

▲ 출처 Pixabay

프리랜서 생활에서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근로자로의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프리랜서는 고용이 아닌 ‘용역계약’을 통해 관계가 맺어진다. 어쩌면 억울할지도 모르겠지만 4대 사회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신분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잔금으로 지급받았어야 할 고료를 받을 수 없었고, 그렇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상황은 내키지 않았다. 합법적인 절차로 차액을 돌려받을 수 없었던 경험은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를 더 뒤틀어놓으며 골을 깊게 했다.

한파가 들이닥친 늦은 겨울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 낯선 번호로 전화 한통이 걸려온 일이 있다. 작가로 참여한 프로젝트의 PM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당시 프로젝트를 주관했던 기업은 이미 파산했으며, 직원들의 월급도 밀린 상태로 해결되지 못한 상태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는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직원들이 돈을 모아 당시의 밀린 잔금을 마련했다며 사과를 건넨다.

한바탕 쏟아진 눈물을 닦아내고 생각을 돌이켜본다. 프리랜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이자 공감이다. 법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마냥 탓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정식 직원들조차 임금체불에 시달리는 상황에 처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속에서도 프리랜서의 삶을 더욱 튼튼하게 하는 것은 법의 테두리 그 밖에 있던 인간미가 아닐까.

험난했던 회사원 시절을 거쳐 프리랜서로 산 지 올해로 5년째가 된다. 과거에 비해 건강해진 영향인지 조금 통통해진 얼굴로 근심 없이 활짝 웃는다. 맞지 않는 갑옷을 전쟁터에 버리고 집에 돌아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것처럼 너그러운 얼굴이다. 우연히 찍힌 사진은 충분히 좋은 삶을 살고 있다며 현재를 확인해주는 성적표와 같았다.

‘회사생활’이라는 9년간 폭염이 계속되었고 드디어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시절이 왔다고 느껴진다. 이제는 내 뜻대로 살 수 있고 조직의 톱니바퀴로 억지웃음 짓지 않는다. 프리랜서로 살며 아프면 마음껏 아프고 슬플 땐 마음껏 슬퍼하고 기쁨을 실컷 내색할 수 있어서 지금의 나는 확실히 행복하다.
 
끝으로 행복을 확신하기까지 나의 모든 선택을 지지해준 남편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함께 일하며 웃고 시간을 공유했던 업무 담당자들과 부족한 나를 신뢰해준 클라이언트에게도 조촐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 자유롭게 일하는 대신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생활에 위로를 나눠준 모든 지인에게 평소 드러내지 못했던 애정도 이 글월을 빌어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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