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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수빈 기자
  • 문화
  • 입력 2020.01.07 18:11

[박수빈의 into The book]1. ‘공유경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소비 체계인가

▲ 도서'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IT 기술은 이제 우리의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다양한 분야에서 세상의 화를 주도하고 있다. 대학에서 IT를 전공한 일부 전문가만이 아닌 일반 사람들도 IT 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범위와 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광범위하고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번 ‘박수빈의 into The book’ 시리즈는 미국의 유명한 IT 정보 미디어 그룹인 IDG(International Data Group) 산하의 IT 뉴스 미디어인 CIO 사이트에 수년간 연재해온 칼럼 중에서 선별해 정리한 도서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상식’의 내용을 토대로 시리즈를 연재한다.

일반인들이 출퇴근길의 지하철에서 잠시 짧은 틈을 내어 간간히 펼쳐볼 수 있는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자.

국내 스타트업이 무려 5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유치를 거의 성사시킬 뻔 했다. 제주도에서 시작된 작은 렌터카 스타트업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런 업적을 이룰지도 몰랐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실로 큰 아쉬움을 남긴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10월로 돌아간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일명 ‘타다 금지법’을 발의한 박홍근 의원의 행보에 이어 검찰도 나서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기소하기에 이른다.

택시 운전자의 생존권 침해라는 의견과 기술 발전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주요 쟁점이었다. 하지만 일반 시민의 입장은 아쉬움 쪽으로 기울어 있는 듯하다. 승차거부를 비롯한 대중교통 활용의 어려움은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또 IT기술과 모바일 서비스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유경제 서비스에 대한 기회마저도 상실돼 버리고 말았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인터넷상에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해 함께 사용하는 것을 뜻하는 ‘공유경제’는 기존 서비스의 활용보다 경제적으로 이익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소비 체계다. 이 과정에서 개인 간 공유보다는 플랫폼을 가진 거대 기업이 등장해 공유경제를 주도하게 됐다.

최근 이슈인 ‘승차공유 서비스’는 혁신적인 서비스의 발견인가, 아니면 특정 대상의 생존권 침해인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택시기사가 길거리에서 생존권을 놓고 시위를 하지만 정작 그들의 미래에 위협이 되는 대상은 승차공유사업이 아닐 수도 있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공유경제로 발전한 신기술을 우리는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1. 승차공유가 기존 택시업계 입장에서는 위협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위협은 따로 있다.

▲ 출처 Unsplash

승차공유는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신의 물결에 대한민국도 뒤처지면 안 된다는 주장과 함께 일부 반발이 있더라고 정부가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입장에선 승차공유가 합법화되면 택시 승객 수가 주는 건 불 보듯 훤한 일이었기에 강하게 반발할 수바께 없었다.

택시업계는 엇갈리는 주장 속에서 어떤 합의를 이루든 자신들은 잃을 것 만 있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수긍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인터넷이 보급되며 급속도로 성장한 인터넷 쇼핑몰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쇼핑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이 새로 형성되기 시작하며 수없이 많은 인터넷 쇼핑몰이 생겨났다. 하지만 당시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있었던가. 인터넷과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의 발전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는 사업 분야는 비단 유통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기술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비즈니스 모델도 자연스레 변화하고 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초창기 IT와 자동화의 발전으로 직장을 잃거나 사업 분야가 없어진 경우도 여럿이다. 동네마다 있었던 비디오 대여점, 사진관 등의 쇠락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의 경우 분명 생존권을 위협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로 변화시키며 다른 모습으로 우리 생활에 자리 잡고 있다.

다시 공유승차사업으로 돌아오자. 자율주행차가 곧 현실이 된다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승차공유사업을 막는다고 택시업계의 미래가 보장될까. 더 정확하게 택시 기사의 미래가 보장되겠는가. 아마 자율주행 기술이 현실화되는 순간 택시회사는 택시기사를 줄이려 할 것이다. 지금은 수많은 택시 기사가 생존권을 부르짖으며 길거리에서 시위를 하지만 정작 그들의 미래에 위협이 되는 대상은 승차공유사업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2. 공유경제는 모두에게 이익을 주기보다 양극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 출처 Pixabay

이번에는 다시 반대로 생각해보고자 한다. 과연 공유경제가 혁신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쇼핑몰의 사례는 전통적인 유통의 생태계를 새롭게 변화시키며 수많은 온라인 쇼핑몰을 탄생하게 했다.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며 탄생한 수많은 쇼핑몰이 모두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손에 꼽을 만한 몇몇 대형 온라인 쇼핑몰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은 유통과정 전반을 도맡아 처리하며 독식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더 나아가 알리익스프레스, 아마존, 이베이 등과 같은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이 국내의 소비자에게 본격적인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구조가 다수의 작은 사업체에서 극소수의 거대 사업체로 변화한 것이다.

IT 혁신이라고 하는 사례들은 대부분 기존의 다양한 사업자 참여의 형태에서 소수의 거대한 사업자 중심의 생태계로 이동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에어비앤비의 사례도 그러하다.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한 사업체는 현재 세계 최대의 숙박업체인 우버로 성장하여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마 국내에서 승차공유사업이 합법화된다면 한두 개의 대기업이 전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형태일 것이다.

세계적인 변화의 물결에 따라 공유경제를 실현해야 하는 것은 아마도 당연한 이야기 일지 모른다. 하지만 공유경제가 모두 혜택을 누리는 혁신적 미래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본과 기술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공유경제의 본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경제는 승차공유와 같이 반대가 있는 분야든 온라인 쇼핑몰과 같이 파급효과를 인지하지 못해 반대가 없었던 분야든 궁극적으로 미래 사업 중심에 자리 잡을 것이다.

지구 환경의 변화에 따라 수많은 생명체가 진화와 멸종, 새로운 종의 탄생으로 이어졌듯, 사업 분야 역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변화에 적응하는 사업은 번성할 것이며 그러지 못하는 사업은 쇠락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무자비한 생존권 침해가 아닌 생태계의 변화로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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