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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영화
  • 입력 2013.11.08 09:40

한국영화 속 아이들, 어른의 세계에서 괴물이 되어간다

어른의 질서 강요당하는 사회, 위험한 아이들은 우리 안에 있다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아이는 자란다. 아이는 소년 소녀가 되고 청년이 되고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하지만 성장의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다. 아이는 성장을 하면서 조금씩 어른의 잘못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난 저 어른들처럼 되지 않을거야'. 하지만 어른이 만든 잔혹한 세계에서 이 결심을 지키기란 정말 어렵다. 아이는 그렇게 어른의 질서를 따르게 되고 어느덧 자신 또한 잘못을 저지르는 어른으로 변하고 만다.

최근의 한국 영화를 보면 어른의 세계에 함몰되는 소년, 청년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원유환(김수현 분)과 '동창생'의 리명훈(최승현 분)은 이제 20대인데 북파공작원이라는 중책을 맡으며 자신의 청년기를 '북조선'을 위해 포기해야한다.

그 사이에서 원유환은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리명훈은 여동생을 구출해야한다. 이렇게 만든 이는 바로 북한의 권력자들, 어른들이다.

▲ 영화 '동창생'의 리명훈(최승현 분)은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어린 나이에 북파공작원이 된다(쇼박스 제공)

'화이'의 화이(여진구 분)은 다섯 명의 범죄자 아버지 속에서 길러지며 소년이 아닌 괴물로 성장해야 하고 '소년'의 윤수(김시후 분)는 자신이 사랑하는 소녀 해원(김윤혜 분)을 어른들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끔찍한 결정을 하게 된다. 이들이 이처럼 괴물로 변해야하는 이유도 결국 어른들이다.

"소년은 소녀를 지키기 위해 결국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이들이 과연 어른이 될 수 있나,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했고 폭력의 구조에서는 소년 소녀가 어른이 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소녀'를 만든 최진성 감독의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의 한국영화를 관통하는 코드가 되고 있는 듯하다.

언제부턴가 한국영화 속 아이들은 조금씩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그들은 어른이 만들어낸 사회에서 살아남아야하는 이들이다. 그래야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남으려면 결국 어른의 질서에 따라야한다. 즉, 어른처럼 잔인해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거다.

우리의 아이들을 보자. 엊그제 수능이 끝나고 수험생들은 3년간의 짐을 훌훌 털어버렸다. 하지만 또다른 불안감이 기다리고 있다. 수능 점수 발표와 점수에 맞는 학교 선택, 그리고 대학에 합격해도 소위 '스펙 쌓기'라는 이름으로 경쟁에 뛰어들어야한다. 쉴 틈도 없이 어른이 만든 잔인한 룰에 따라야한다.

▲ '소년'의 윤수(김시후 분)는 사랑하는 소녀(김윤혜 분)를 지키기 위해 끔찍한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의 학생들은 어떤가? 입시로 불안하다. 학업에 대한 부담이 크다. 어른들이 만든 룰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학생도 많다. 설사 이들이 공부를 잘 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회사에 취직한다고 해도 이미 어른의 질서에 포섭된 상황에서는 어떠한 발전도 이루기 어렵다.

기묘하게도 우리는 어른들의 잔인한 질서를 깨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영화를 통해 계속 만난다. 그리고 스크린에서 우리는 그들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는지를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정말 이 세상에서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이렇게 어른의 질서를 강요당해야하는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을까?' 영화 속 소년과 소녀의 불행은 영화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여전히 'in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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