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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 2019년 올해의 인물: 봉준호
전 세계 영화 역사에 새로운 스토리를 새긴 봉준호
2019년 12월 28일 (토) 19: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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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니스트 risktaker@dongguk.ac.kr

   
▲ 봉준호 감독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2019년 국내 콘텐츠 업계에는 기념비적인 역사가 여러 번 발생했다. BTS가 빌보드를 2년 연속 제패하며 K-POP의 지속가능성을 한층 더 글로벌 음악계에 확장시켰으며 영화계에서 작품성으로 정평이 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북미개봉 외국어 영화 중 최고 수입을 기록했다. 콘텐츠 업계 및 엔터테인먼트 저널 등에서는 올해의 인물로 ‘팽수’ 그리고 ‘BTS’ 또는 최근 이어진 ‘양준일 신드롬’을 언급한 경우가 많았지만 새로운 역사를 쓴 봉준호 감독이 2019년 올해의 인물이 되기엔 부족함이 없다.

국내에서 영화라는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은 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1999년 2월 13일에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쉬리>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영화를 비롯 문화계 독보적 존재로까지 인정받았던 배우 한석규의 출연과 삼성영상사업단의 투자, 강제규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은 마케팅적 시너지를 불러일으켰고 <쉬리>는 영화의 산업화, 영화의 파급효과를 제대로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그 후, 20년이 흘러 봉준호 감독은 영화의 산업화를 넘어 한국 영화의 예술성과 대중성을 전 세계에 보여준 거장으로 우뚝 섰다.

그의 작품 <기생충>은 할리우드 영화같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지도 않았고 영화 제작 때부터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기 위해 화려한 캐스팅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그간 수많은 국내 영화는 아시아 시장 더 나아가 세계 시장을 두드린다는 명목으로 엄청난 물량 공세와 대규모 자본, 화려한 캐스팅 등을 총동원했지만 그런 수단을 활용해서 성공을 거둔 국내 영화는 단 한편도 없었다. 이에 비해 <기생충>은 전 세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빈부격차를 현실적인 소재로 엮어나갔으며 영화의 성공으로 우리는 스토리텔링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 ‘캣츠’를 연출한 톰 후퍼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한번 더 보고 싶다고 공개 인터뷰 석상에서 언급했으며 세계 최고의 혁신가로 손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올해 본 최고의 영화가 무엇이냐는 한 트위터 팔로워의 질문에 <기생충>이라고 답해 전 세계 콘텐츠 업계 전문가들로부터 더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뉴욕타임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보면 한국 사회와 한국 역사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영화의 예술적 쾌감과 오락적 쾌감을 모두 주는 그의 작품은 늘 기대와 호기심을 우리에게 안겨준다”는 극찬을 그에게 내렸다.

봉준호 감독의 장점은 다른 감독과 달리 늘 새로운 장르, 새로운 스토리에 도전한다는 점이다. 대다수 감독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액션에 강한 감독, 멜로에 강한 감독, 역사물에 강한 감독 등으로 감독을 나누는 경우가 많은데 봉준호 감독은 이런 장르의 관습이나 클리셰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의 작품이 다소 어둡다는 점 그리고 항상 반복되는 일상을 보여주며 우리의 삶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결론에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그는 일관되게 다양한 스토리로 현실을 조명하고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봉준호 감독의 또 다른 장점은 할리우드나 선진국의 콘텐츠 위상에 연연해하지 않는 자신감에 있다. 봉준호 감독은 미국의 한 인터넷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가 그 동안 영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오스카상을 받지 못했을까?”라는 질문에 “그 점에 대해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스카상은 국제 영화제가 아닌 지역 영화제일뿐” 이라며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오스카상으로 표현되는 아카데미상의 절대적 권위에 대해 대다수가 굴종하는 것과 달리 그는 “오스카상 역시 미국 영화상”일뿐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국제 대회 수상을 통해 ‘월드스타’와 같은 민망한 수식어를 남발하는 사대주의적 면모가 특히 심한 국내 정서와는 거리가 먼 봉준호 감독의 자신감은 놀랍게도 해외에서 더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모두가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수상을 기대하는 와중에 그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당당하게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올해 북미 지역 비평가협회상, LA 비평가협회의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수상했고 애틀랜타 비평가협회가 수여하는 감독상과 각본상까지 수상하는 등 미국 전역의 영화 관련 수상식을 독점하고 있다.

2000년, 32세의 나이로 도전한 영화 <플란다스의 개>가 흥행 참패를 했음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에 계속 도전,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의 히트작을 연이어 내놓았으며 <옥자>를 통해 넷플릭스의 온라인 플랫폼과 영화관 동시 상영을 결정,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며 국내 대기업 영화 배급사 등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2년 전, 국내 영화 전문가 중 일부는 지나치게 봉준호 감독의 위상이 고평가되었다고 언급했으나 2년 후, 그는 전세계 영화 전문가들로부터 최고의 감독이라는 고평가를 받고 있다.

수많은 글로벌 매체로부터 2019년 올해의 영화로 손꼽힌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 영화상 총 세 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2018년 BTS가 국내 음악계에 유례가 없는 역사를 써갔다면 2019년에는 봉준호 감독이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이라도 하는 듯 또 다시 전무후무한 역사를 국내 영화계에 써가고 있다. 모두가 주목하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2020년 1월 5일 진행된다. 그의 수상 소식 그리고 차기작 소식은 이제 글로벌 영화계 최대 이슈 중 하나이다. 2019년의 봉준호는 가장 강력한 콘텐츠 브랜드이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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