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영일 기자
  • 사회
  • 입력 2011.06.23 12:05

‘금피아의 아성’무너지나..다른 출신 감사 확대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감원 출신 감사 줄고...‘출신성분’ 다양해져

금피아의 아성이 서서히 무너지는 걸까. 최근 실시된 금융권의 주총에서 금피아 출신이 아닌 다른 출신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금융회사 감사는 금융감독원 출신이 독식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낙하산 감사’ 관행이 무너지고 신뢰성마저 떨어져, 그 빈자리를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로 채우는 형국이 됐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최근 주주총회를 열고 정진택 생명보험협회 상무를 신임 상근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생보협회 출신이 보험사 감사로 선임되기는 처음이다. 당초 신한생명은 소순배 전 감사의 후임으로 금감원 간부 출신을 고려했으나,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자 이를 접었다는 것.

롯데생명보험도 금감원 출신의 감사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이달 초 자진해서 물러났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롯데알미늄 경영지원본부장 출신인 황인곤 감사다. 비금융 계열사 출신이 감사로 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기업은행 경우도 신임 감사로 이상목 전 청와대 국민권익비서관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비서관은 금융이나 감사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없다. 기업은행 측은 “정부가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수출입은행도 지난 4월 배선영 전 금융위원회 자체평가위원을 감사로 선임했다. 배 감사는 재무부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실을 거친 관료 출신이지만 17대 총선에 출마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반면 금감원 출신이 사라지면서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한 금융사들은 기존 감사의 재선임 카드를 내놓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은 오는 28일 주총에서 2008년 선임된 금감원 출신 김건민 감사를 재선임한다. 알리안츠 측은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지기 수개월 전 재선임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동양생명, 푸르덴셜생명 등도 기존 감사를 재선임할 예정이라는 것. ‘눈치보기’로 인해 임기가 끝나거나 자진 사퇴한 감사 자리를 채우지 못한 곳도 있다.

신한은행은 당초 금감원 출신 이석근 감사를 내정했지만 저축은행 사태가 터져나오면서 지난 3월 임기가 끝난 원우종 감사가 계속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원 감사도 역시 금감원 출신이다.

이와 관련 이 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에서 감사 선임에 관한 방향성을 정하면 이에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도 금감원 출신인 고영준 감사의 임기가 지난달까지였지만 아직 후임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비(非)금감원 출신의 금융회사 감사 진출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금감원 출신 감사와 금감원의 ‘검은 유착 관계를 깨뜨릴 절호’에 기회라는 것이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