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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정수경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3.11.06 05:42

[정수경 아트칼럼] 현대 스테인드글라스 이야기(2)

독일 스테인드글라스 발전의 양축 : 글라스스튜디오와 마우스불로운글라스 제작사

▲ 노이엔베켄(Neuenbeken)에 위치한 독일 페터스스튜디오의 글라스라움(glas+raume). 주로 현대적인 작업을 진행하는 스튜디오이다. ⓒ 정수경
[스타데일리뉴스=정수경 칼럼니스트]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여러 화가들의 작품으로 실행됐다. 이는 작품을 디자인하는 작가와 작품을 실현하는 공방과의 협업을 통해 진행되며 순수예술로서 자리매김한 현대 스테인드글라스의 새로운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화가들의 작품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작가의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원작에 충실하게 재현할 수 있는 장인들의 예술적 감각과 솜씨가 받쳐주지 않는 한 작가의 정신세계와 감성까지 담아낸 감동적인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나기 어렵다. 그만큼 현대 스테인드글라스에 있어 작품을 실제로 제작하는 장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작가와의 충분한 소통 역시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모여들고 있는 독일의 주요 스테인드글라스 공방들은 오랜 역사와 경험을 바탕으로 스테인드글라스의 발전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는 2012년 서울문화재단 후원으로 방혜자 화백과 조광호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展을 기획하면서 독일 3대 메이저 글라스스튜디오 중 하나인 페터스 스튜디오의 기술후원을 받은 바 있다. 독일 파더보른에 위치한 페터스 스튜디오는 지난해 2012년 100주년을 맞이한 독일의 대표적인 글라스스튜디오이다.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이곳은 60명의 직원을 두고 유럽은 물론 미주지역과 아시아의 대형 프로젝트들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현대적인 작업 외에도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복원 작업을 진행하는 등 오래된 작품의 복원 보수도 병행하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페터스 스튜디오에서 작가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면서 직접 체험한 독일 글라스스튜디오의 이모저모를 소개하고자 한다. 

기업화 된 독일의 글라스스튜디오

유럽 각국에 전통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공방들이 있지만 독일의 주요 공방들은 현대건축에 맞춰 대형화되고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기 용이하도록 각종 최신 설비를 갖추고 기업화 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그리고 3~4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가며 1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독일에는 현재 세 곳의 메이저급 글라스스튜디오가 운영되고 있다. 뮌헨의 프란츠 마이어 스튜디오(Franz Mayer of Munich Inc.), 타우누스타인(Taunusstein)의 데릭스 스튜디오(Derix Glasstudios), 파더보른(Paderborn)의 페터스 스튜디오(Glasmalerei Peters Studios)가 치열한 경쟁을 하며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과 협업하고 있다. 

▲ 대형 건축 유리 프로젝트 작업광경. 독일 데릭스 글라스스튜디오(Derix Glass Studio). (출처:데릭스 글라스스튜디오 페이스북)

독일 글라스스튜디오의 도전정신

“우리는 어려운 프로젝트를 매우 좋아합니다!”

작가의 디자인을 최상의 수준으로 실현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독일 글라스스튜디오에서 필자가 들었던 가장 인상적인 말이다. 그들은 어려운 프로젝트를 실현함으로써 새로운 노하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까다로운 프로젝트도 늘 대환영이라고 했다. 그리고 "불가능한 것은 없다!(Nothing is impossible!)"라고 말했다. 작가와 스튜디오의 관계자들은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충분한 토론을 거쳐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데 때때로 상호간의 의견 차이로 팽팽한 줄다리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유리에 재현해내기 쉽지 않고 때로는 불가능할 것 같은 그림을 두고 어떠한 방법으로 원화에 가장 가까운 스테인드글라스를 완성할 수 있을지 함께 논의하고 끝내 방법을 찾아내어 상호간에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어내곤 한다. 물론 긴 토론과 실험, 수정작업 등 쉽지 않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와 같은 도전정신과 탐구하는 자세가 독일 현대 스테인드글라스의 오늘을 있게 하지 않았을까 한다.

첨단설비와 기술력

독일 글라스스튜디오의 명성에는 20~30년 이상의 풍부한 경력을 지닌 장인들의 실력 외에도 다양한 기법을 실현할 수 있는 최신 설비들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필자가 머물렀던 페터스 스튜디오는 파더보른에서 주로 전통적인 방식의 작업을 진행하는 반면 인근 노이엔베켄(Neuenbeken)에 새롭게 세운 글라스라움(glas+raume)에서는 최신 설비를 갖추고 현대적인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대형 유리를 한 번에 소성할 수 있는 3미터가 넘는 대형 가마 6개가 구비돼 있고, 디지털프린터, 환기시설과 안전설비가 잘 갖추어진 에어브러쉬페인팅실, 화학에칭실, 자동샌드블라스트기계, 핸드페인팅실 등이 한 자리에 마련되어 있어 빠른 시간에 복합적인 기법으로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의뢰한 대형 프로젝트가 실행되고 있는 공방에서는 거의 모든 설비들이 쉴 새 없이 바쁘게 돌아하고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의 미래를 위한 투자

미술학도 출신으로 현재 운영을 맡고 있는 빌헬름 페터스(Wilhelm Peters)는 “예술가는 행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머무는 작가들에게 최적의 작업조건을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에게는 숙소가 제공되므로 수일간 머물며 각 분야별로 오랜 경험을 지닌 장인들과 작품 실현에 필요한 표현기법을 의논하고 실험할 수 있다. 독일의 글라스스튜디오는 미래를 책임지게 될 장인을 양성하는 일과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다. 스튜디오에는 20대 초반의 젊은 견습생들이 작업을 도우며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여 최고 마에스터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밖에도 미래의 작가들인 미술학도들이 일정기간 스튜디오에 머물며 다른 작가들의 프로젝트 진행과정을 함께 체험하고 자신의 작품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페터스 스튜디오에서는 유리 관련 전공 학생들에게 최대 4주까지 머물며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도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숙소가 제공되고, 장인들 모두 영어로 소통이 가능해 영어실력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독일 대형 글라스스튜디오에서의 경험은 학생들에게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하고 그 가능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으므로 전공 학생이라면 한 번 문을 두드려볼 만한 일이다.

▲ 핸드페인팅 작업 광경. 독일 페터스 스튜디오. (제공:페터스 스튜디오)

작가 교류의 장

독일 글라스스튜디오에서는 뜻하지 않게 유명 작가를 만나게 되기도 한다. 책에서만 보았던 대가들의 작업과정을 가까이에서 살펴보고 기회가 되면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 역시 스튜디오 체험의 또 다른 재미이다. 그곳에서 유명 작가가 아니라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 대형 프로젝트가 실행되고 있는 스튜디오 다른 한편에서는 작은 프로젝트를 가지고 찾아온 젊은 작가들도 있어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고 마음이 맞으면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면서도 이처럼 예술가들을 세심히 배려하고 작가와 장인 양성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독일의 글라스스튜디오는 현대 스테인드글라스 발전을 이끄는 힘이 되고 있다. 

- 정수경

미술사학 박사

인천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

저서 : 《한국의 STAINED GLASS》

※ 참고 사이트

www.mayer-of-munich.com(프란츠마이어 스튜디오)

www.derix.com(데릭스 스튜디오)

www.peters-studios.com(페터스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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