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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영화
  • 입력 2013.11.04 11:04

[리뷰] '대세'와 '19금'에 가려진 엉망진창 영화, 그만 좀 보자

'기본없는 영화'를 근심하게 만든 '노브레싱'과 '연애의 기술'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지난 언론시사회에서 연달아 실망스런 작품을 두 편이나 봤다. 그리고 그 실망감을 기자는 시사회 직후 쓴 기사의 제목으로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한 편의 기사 제목은 '새로운 소재의 70년대 청춘드라마', 또 한 편의 제목은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가 '19금 홍보'에 희생되다' 였다.

이 두 영화는 모두 지난 주말 일반에 공개됐다. 그리고 지금 된서리를 맞고 있다. 전자는 한때 '예매율 1위'라고 홍보하고 다녔지만 주말 동안 28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후자는 더 심각하다. 요란하게 노출과 19금 홍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영한 것조차 모를 정도로 잠잠하다.

흥행의 결과를 떠나서 나와선 안되는 상황이 이 두 영화에서 펼쳐졌다. 대세 배우들을 기용하고도 구닥다리 청춘 홍보물을 만들어내면서 요란스럽게 홍보에 치중하는 모습은 무엇이며 갑자기 불필요한 노출신에 열을 올리며 '19금 영화'라고 홍보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냔 말이다.

영화의 기본을 완전히 망가뜨린 이 두 편의 영화. 전자의 이름은 '노브레싱', 후자의 이름은 '연애의 기술'이다.

'70년대 진부한 이야기'가 망쳐버린 '노브레싱'

▲ 70년대식 내용과 대사로 실망을 준 '노브레싱'(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종석과 서인국. 이름만 들어도 대세 배우들의 만남이 궁금해진다. 한국 최초의 수영 영화라는 프리미엄도 있다. 게다가 두 꽃미남 배우가 걸핏하면 상의를 탈의한다. 이쯤에서 자지러질 여성팬들의 기쁨의 비명이 들려온다. 여기에 소녀시대 유리가 나온다. 이번엔 남성 팬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이런 관심과 설레임을 안고 영화관을 찾은 이들이 접하는 내용은 70년대 영화에나 볼 수 있는 유치한 대사와 뜬금없는 '머릿결 칭찬'(여성팬을 노린!), 그리고 손발 오글거리는 '우정 타령'이다.

흡사 그 옛날 영화 시작 전 '대한뉴스'와 함께 나오는 '국립영화제작소'가 만든 홍보영화 한 편을 본 기분이다. 그렇게 영화는 끝난다. 이것이 바로 영화 '노브레싱'의 전부다.

안일하다. 대세 배우만 캐스팅하면 사람들이 무조건 볼 것이다라는 환상이 영화를 지배했다. '게으른 천재'를 표현하는 서인국은 그나마 자기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감정을 숨겨야하는 이종석은 영화에서 로봇처럼 보여진다. 답답함이 절로 느껴진다. 이런 이종석의 모습은 이종석 팬들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 이종석과 서인국도 엉성한 이야기를 살리지 못했다(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브레싱'은 기본을 망각했다. 영화의 기본은 누가 뭐래도 시나리오, 즉 이야기다. 빈약한 이야기는 아무리 대세 배우를 기용하고 첨단 기술을 동원하고 엄청난 홍보를 해도 결국 관객들의 외면과 비난을 받게 되는 원인이 된다.

'노브레싱'은 구닥다리 대사와 뻔한 구성으로 점철된 엉성함을 대세 배우의 이미지만으로 메꾸려했다. 그리고 요란스런 홍보 행사도 무색하게 외면받고 있다.

관객은 냉정하다.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 발길을 돌리고 나쁜 소문을 낸다. 기본이 없는 영화는 이렇게 매장당한다.

뜬금없는 '19금 캐릭터'가 망쳐버린 '연애의 기술'

▲ '19금' 홍보의 나쁜 예를 단적으로 보여준 '연애의 기술'(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연애의 기술'은 아예 여성의 몸매를 내세우며 스토리를 아예 망치고 영화를 아예 망친 케이스다. 홍보하는 내용을 보면 마치 홍수아와 한수아가 화끈한 모습을 보여줄 것처럼 보인다. 실제 이 두 배우는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노출로 화제를 모았다.

"노출신,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한 번..." 그래, 기자도 남자다.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본래 홍보에서 '19금'을 강조한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가 내세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일전에 엄청난 혹평을 받았던 모 공포영화는 영화에 잠깐 나오는, 영화에 출연한 아이돌의 샤워신을 홍보 영상으로 내놓았다. 그 영화, 정말로 혹평받았다. 내세울 게 없으니 샤워신이 전면에 나온거다. 예상, 들어맞았다.

그런 거다. 19금을 홍보에 전면 배치한 것은 영화가 그만큼 부실하다는 의미이며 그렇기에 홍보의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연애의 기술'은 19금 홍보를 미끼로 관객들을 유인한다. 그런데 그 19금은 영화 전체로 보면 정말 '하나도 쓸모없는' 내용이었다.

본래 내용은 아버지(김명곤 분)가 하던 망고 사업을 물려받아 사업가로 성공하지만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청년 사업가 태훈(서지석 분)이 공항에서 여행 중 곤란을 겪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수진(홍수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랑이야기였을 것이다.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이 '망고트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 한수아가 맡은 캐릭터는 오직 19금만을 위한 전혀 불필요한 캐릭터였다(팝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데 이 영화에 수진의 친구 지영(한수아 분)이란 캐릭터가 등장한다. 영화는 연애에 자유분방한 그녀를 등장시켜 '베프의 사랑 쟁탈전'이라는 내용과 함께 지영, 아니 한수아의 노출을 부각시킨다. 사랑 이야기는 한수아의 노출을 앞세운 19금 홍보로, 영화 내용과 하등 상관없는 '사랑 쟁탈전'이 주가 되고 말았다. 정말 식객이 주인 행세를 하고 만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영화는 그렇게 엉망이 됐고, 기자도 속았다. 관객도 속았다. 잠깐이지만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 김명곤 배우에게 사죄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설픈 19금 영화로 호기심 많은 남성 관객의 지갑을 털겠다는 노골적인 의도가 이렇게 '낚시질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씁쓸하다. 이 두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단순히 '재미없는 영화 봤구나'라는 생각이 아니다. 이렇게 기본조차 지키지 않고 드라마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작품들이 한국영화의 주류가 되겠다고 폼잡는 것이 화가 나고 그 부족함을 요란스런 홍보로 가리려하는 모습이 더 화가 난다.

기본도 무시한 영화를 관객들은 관람료를 주고 보게 되고 관객들은 자연히 영화를 비난하면서 동시에 한국영화를 비난한다. 이게 우리 영화의 수준이라고.

굳이 작품성까진 바라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기본은 있어야하지 않을까? 요즘 '시대의 회귀' 운운하지만 청춘 영화마저 유신 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닌지 걱정해야하고, 이상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잘 나갈 수 있는 영화에 초를 친 영화가 만약 정말로 한국영화의 주류가 될까봐 걱정해야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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