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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칼럼
  • 입력 2013.11.02 09:00

흥행작 띄우는 대종상, 생중계 외면받을 만 했다

권위는 영화팬들이 찾아주는 것, 내년을 1회라 생각하라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대종상 영화제 작품상을 받고 싶은가? 그럼 이렇게 해라. 다른 것 필요없고 딱 천만만 넘겨라. 그게 어렵다고? 그럼 900만 정도만 모아라. 그것도 어렵다고? 그런 정신으로 작품상을 받을 수 있겠는가~~~?"

지난해, 그리고 올해 대종상이 영화계에 전해준 메시지다. 영화제 자체는 나름대로 훌륭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트로피를 바친 조정석과 엄정화, 후보에 오른 상대 배우들을 칭찬한 류승룡, 서은아의 눈물과 장영남의 기쁨, 이정재의 넉살은 정말 보기 좋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50회를 맞은 대종상의 이미지를 바꿀 수 없었다. 반세기를 맞은 권위있는 영화제임에도 불구하고 대종상은 이미 권위를 잃은 지 오래됐다. 그 권위를 찾겠다고 여러 방법을 제제시하고 있지만 한 번 떨어진 권위를 다시 일으킨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도리어, 대종상은 권위를 찾을 수도 있는 시점에서 이상하게 '자책골'을 넣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벌어진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몰아주기' 시상으로 공신력에 의문을 갖게 한 대종상은 이번엔 900만을 기록한 '관상'과 천만을 넘은 '7번방의 선물'에 10개 부문을 줬다.

▲ 대종상은 올해도 흥행작 위주의 후보 선정과 수상으로 스스로의 권위를 떨어뜨렸다. 올해 영화제에서 6개 부문을 수상한 '관상' 포스터(주피터필름 제공)

물론 영화제 입장에서는 두 영화가 훌륭했기에 상을 줬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대종상이 왜 대중들에게 비판받았는지를 생각한다면 이처럼 노골적인 '흥행작 띄워주기'는 피했어야했다. 하지만 후보 선정부터 모락모락 흥행작 우선의 법칙을 강조하는 냄새를 풍기더니 급기야 우리의 예상을 보기 좋게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그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은 공동 남우주연상이었다. 공교롭게도 '7번방의 선물'의 류승룡과 '관상'의 송강호에게 대종상은 공동으로 상을 줬다. 시상을 한 신영균 명예이사장의 말처럼 "50년 전 배우와 50년 후 배우의 감격적 만남"을 팬들은 기대했지만 '공동수상'이라는 결과는 그 만남을 퇴색시키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그것은 누가 뭐래도 대종상의 엄청난 자책골이었다.

올해 대종상은 굴욕을 당했다. 한국시리즈 7차전에 밀려 생중계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굴욕이 과연 방송사만의 잘못일까? 스스로 권위를 깎아먹었던 지난날의 과오는 생각하지 못했는가? 요란스런 행사와 출연자들의 농담만으로 권위를 세우기엔 지난 50년간의 대종상의 과오는 너무나 크다. 생중계를 하거나 말거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대종상은 내년이 1회라는 생각으로 완전히 바뀌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권위를 찾아줄 사람은 바로 영화팬이다. 그들의 외면이 계속되는 한 대종상의 권위는 계속 바닥에 머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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