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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9.11.29 11:03

[S리뷰] '라스트 크리스마스' 올해 마지막을 장식할 사랑스런 영화

조지 마이클의 히트곡으로 수놓은 영화, 성탄절과 절묘한 조화

▲ '라스트 크리스마스' 스틸컷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최근 몇년 동안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영화가 있었을까. 돌이켜 보면, 없었다. '나홀로 집에' 시리즈 외에 성탄절을 즐길만한 영화를 본 지도 꽤 됐다.

하물며 음원저작권 갈등 때문에 길거리에서 조차 캐롤송이 별로 들리지 않는 지금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성탄절 감흥을 느낄수 있는 영화 한 편이 오는 12월 5일 개봉한다. 제목은 '라스트 크리스마스'.

이 영화 연출은 흥행작 '스파이'(2015)로 유명한 배우, 제작자, 감독으로 알려진 폴 페이그. 또한 각본에 엠마 톰슨이 참여했다.

출연 배우들도 화려하다. '왕자의 게임' 시리즈 이래 '용엄마'로 명성을 알린 에밀리아 클라크, 지난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으로 스타로 등극한 말레이시아 출신의 헨리 골딩, 그리고 양자경과 엠마 톰슨이 나온다. 과연 이 라이업에 들어온 배우들 중 누구를 미워할 수 있을까. 어디를 봐도 러블리한 조합이다.

여기에 영화 타이틀송 '라스트 크리스마스' 한 곡 빼고, 단 한번도 캐롤송과 어울릴거라 생각해 본 적 없는 가수의 히트곡들이 배경 음악의 모든걸 채웠다. 조지 마이클이다. 이 영화에서 조지 마이클의 솔로 1집과 2집을 오래간만에 들어볼 수 있다.

그야말로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4년전 우리 곁을 떠난 당대 최고 가수 조지 마이클을 다시 부활시켰다. 덧붙여 성탄절과 연말에 이만큼 잘 어울리는 노래들도 없다고 강추하고 싶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사랑할수 있을까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성탄절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고민 없이 보는 로맨스 영화다. 이 이야기 속에 담긴 담론은 가볍지 않다.

먼저 주인공 케이트(에밀리아 클라크)를 보면 한때 사고로 생명마저 잃을 뻔했다. 그래서 늘 불안에 떨며 과거의 트라우마를 잊기 위해 하루만를 위해 사는 부나방처럼 산다. 아울러 케이트는 영국 가수 조지 마이클 광팬이다. 어딜가도 그녀는 폰으로 조지 마이클의 히트곡을 듣고 산다.

케이트는 가수가 되길 희망하지만 오디션에서 번번히 떨어진다. 그녀의 직업은 크리스마스 장식용품점 종업원. 케이트의 가족은 영국 토박이가 아닌 이민자.

지난 세기 유고슬라비아에서 내전(사라예보 전쟁)을 겪다 목숨 걸고 탈출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영국인으로 사는 케이트의 본명이 카타리나라는 점은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크리스마스 장식용품점 사장은 '산타'(극중 중국 이름이 나온다)라는 애칭을 쓰는 중국여성. 이 역할을 양자경이 맡았다. '예스 마담'과 '와호장룡' 등 무협영화에서 진지한 표정만 짓던 그녀가 이번 신작 '라스트 크리스마스'에서는 사랑스러운 노처녀 사장으로 나온다. 여기에 사장 산타 주변을 맴돌며 짝사랑을 하는 중년 남성 역에는 덴마크 출신의 페테르 뮈긴이 맡았다.

크리스마스 상품점에서 일과를 보내던 케이트(에밀리아 클라크). 늘 그렇듯 오디션에서 탈락한 그녀에게 준수하게 생긴 한 남자가 다가선다. 이름은 톰(헨리 골딩). 인근 노숙자 센터에서 일한다. 그런데 케이트가 톰과의 첫 만남부터 새똥을 맞는다. 뭔가 불길하다.

그럼에도 케이트는 우연이건 필연이건, 톰과 만나면서 그간 앓던 트라우마가 점점 사라지고, 가치관의 차이로 늘 갈등만 겪던 엄마 페트라(엠마 톰슨)와도 다시 가족의 인연을 이어간다.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조지 마이클의 히트곡이 배경음악의 주를 이루며, '영화와 어울릴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던 우리네 편견을 아주 절묘한 타이밍과 장면 속에서 조화롭게 둔갑시킨다.

물론 이 영화는 전제가 있다. 케이트에게 다가선 톰이라는 준수한 외모의 남성. 마치 "우리 스스로를 사랑할 수만 있다면"이라고 말하는 듯한 그의 눈빛과 자연스러운 리드를 잘 관찰하면, 2019년 올 한해 마지막을 장식할 최고의 영화를 만날 것으로 기대된다.

인종과 성소수자 차별을 뛰어넘는 사랑의 힘

유니버셜 픽쳐스가 수입/배급하는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현재 유럽과 북미에서 핫 이슈가 되버린 인종차별과 성소수자를 언급한다.

또한 케이트가 일하는 상점에 중국인 여사장을 등장시켜 안그래도 주변에서 불만이 가득한 중국인을 향한 혐오를 예전처럼 조화롭게 만들고자 시도한다. 성탄절을 맞아 영화 만큼은 모두가 화해 할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정치 비판을 담지도 않았고, 심지어 계몽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영화가 지향하는 바는 적어도 '하나의 중국이 아니라, 모두의 중국'이 되길 희망하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케이트로 하여금 성소수자에 대한 Respect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을 인간이 지닌 본래의 품성, 즉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한껏 안아 준다. 

가령, 백인과 아시아 관광객, 이민자들 모두가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크리스마스 상품점에서 성탄절 기념품을 구매하고, 노숙자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응원이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에서만큼은 이상적으로 결합한다.

혹자는 이 영화를 두고 불완전한 서사로 복잡한 정치 이슈를 가볍게 터치하는 우를 범했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느낌은 다르다.

점점 닫혀만 가는 지갑과 경기 불황, 돈 때문에 빚어지는 수많은 갈등 그리고 온갖 차별과 불만이 이 영화에서는 치유의 과정으로 돌입하면서, 러닝타임 103분 만큼은 숨가쁘게 살아가는 모두에게 뒤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

개봉일은 12월 5일 12세 관람가다. 예고편을 보며 과연 에밀리아 클라크가 이 영화와 어울릴까. 의심했지만 결과적으로 섣부른 기우였다. 매우 사랑스러운 영화다.

▲ '라스트 크리스마스' 메인포스터(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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