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9.11.26 16:59

28일 개봉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일제강점기부터 광주민주화운동까지

지난 세기 동안 벌어진 세 여성의 굴곡이자 살아남은자의 슬픔

▲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스틸컷(엣나인 필름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오는 28일 개봉하는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감독 임흥순)은 지난 세기 한반도를 불행으로 몰아 넣었던 세가지 사건을 정정화, 김동일, 고계연 등 세명의 여인을 삶을 통해 다뤘다. 

첫번째 사건은 '일제 강점기', 두번째가 4.3사건이 포함된 한국동란, 그리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되돌아 본다. 논픽션, 픽션(재현), 미학적 접근을 통해 다양한 시선을 담았다.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을 넘나들며 촬영한 이 작품은 역사적인 사건의 기록, 이어 예술과 영화와의 만남으로 장식됐다.

이 작품의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인물은 전작 '위로공단'으로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인 최초로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감독(미술작가)이다. '위로공단'은 제작기간 3년에 걸쳐 여성 노동자의 삶을 다룬 다큐영화로 국내외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첫 에피소드는 독립운동가로 남편 김의한 선생과 중국과 한반도에서 암약했던 정정화 선생이다. 홀연히 상하이로 망명해 독립운동을 준비하던 시아버지 김가진과 남편 김의한을 뒤쫓아 독립운동을 도왔던 정정화. 강단있는 여성으로 불리웠지만, 쉽지 않은 상하이 망명길과 고난밖에 없는 임시정부 활동을 그리고 있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항일운동가의 자녀로 제주 4.3사건 한복판에서 생존했던 김동일 여사의 삶을 다뤘다. 김동일 여사는 학교 선생님의 가르침을 믿고 제주도에 이어 지리산에서 빨치산으로 활동하다 결국 오사카로 밀항해 일본에서 정착해 살았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한국동란 당시 아버지와 오빠, 동생을 찾으러 지리산에 들어갔다가 3년간 빨치산으로 살았던 고계연 여사의 삶을 다뤘다. 백화점을 경영하며 일본 유학까지 했던, 남부러울것 없던 집안이 인민군이 되어 국군에 맞서 싸운 것.

형집행정지로 나와 어린 조카들을 먹여 살리려고 이불가게를 시작해 '화성이불'을 경영해 다시 일어선 고계연 여사. 그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도우며 여전히 혈기왕성함을 알렸던 고계연 여사의 굴곡을 다루고 있다.

러닝타임 100분의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은 오해, 불신, 공포, 혐오, 세대, 계층, 지역이라는 주제로 정정화, 김동일, 고계연 세명의 여성들이 거쳐간 근현대사, 한반도의 불우했던 역사를 그리고 있다.

오프닝은 한 소녀의 악몽을 빌어 정처없이 떠도는 유령을 통해 시대의 아픔이 공포로 뒤덮였음을 비췄다. 이 작품은 이념 대립과 골육상잔의 비극을 말하기 보다 세 여성의 모진 삶과 고초를 그려냈고, 내러티브의 미학적 접근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도입부에서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매우 인상적이고, 실험적인 서사를 끌고가기 보다 다큐로 스토리를 풀어내면서 다소 힘이 빠진 모양을 취했다.

지난 세기를 바라보는 임흥순 감독의 역사관은 날카롭지만, 미학과 역사의 접점에서 맥락을 이어붙이기엔 벅찼다. 

그럼에도 훌륭한 실험이며, 동시에 재현을 넘어선 인상 깊은 픽션이다. 하물며 정정화, 김동일, 고계연 여사의 삶이 후손인 우리에겐 그저 머나먼 지난 세기 과거일지 모르나, 이분들에겐 어제 일어난 참담하고 슬픔 한가득이 담긴 사건이며 잊을수 없는 현장이다. 기억해야할 작품 임에는 틀림없다.

영화사 반달이 제작하고, 엣나인필름이 배급하는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은 오는 28일 개봉하며 12세 관람가이다. 덧붙여 이 작품은 한국 근현대사에 있어서 매우 귀한 자료다. 멀지 않은 훗날, 다시 한번 픽션 영화로 만나보길 기대해 본다. 

현재 흥행 중인 주진웅 주연의 '블랙머니' 이전에 다큐멘터리 '탐욕의 별'(2016)이 한국에서 엽기 행각을 벌인 글로벌 투기꾼들을 추적했듯이 말이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