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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3.10.28 17:40

[리뷰] '배우는 배우다', 잔인한 연예계는 곧 잔인한 나의 사회다

거친 '오영'의 성격과 닮은 영화, 이준의 선택이 놀랍다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정상을 날든, 바닥을 기든, 배우는 배우다' 이 말은 영화 '배우는 배우다'의 메인 카피면서 이 영화의 내용을 한 마디로 압축한 글이다. 바닥에서 정상으로, 다시 바닥으로 추락해가는, 하지만 끝까지 '배우'의 끈을 놓지 않으려하는 한 남자의 처절한 인생을 스크린에 담아낸 것이 영화 '배우는 배우다'다.

이렇게 소개를 하니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앞에서 소개한 박중훈 감독의 '톱스타'와 비슷한 내용 아니냐고. 톱배우의 성공과 몰락을 그린다는 것과 그를 둘러싼 연예계의 검은 뒷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은 분명 비슷해 보인다.

▲ 23일 개봉한 영화 '배우는 배우다'(NEW 제공)

하지만 이 두 영화는 '코드가 분명 다르다'. '톱스타'가 성공과 몰락을 다룬 스타의 회한에 중점을 둔다면 '배우는 배우다'는 성공과 몰락을 경험하면서도 끝까지 사라지지 않는 배우의 '욕망'에 중점을 둔다.

사랑보다는 섹스, 팀웍보다는 개인 플레이, 배려보다는 차별, 합의보다는 폭력이 횡행하는 연예계와 연예인들, 관계자들의 욕망이 끊임없이 교차된다. 영화의 주인공은 이렇게 절규한다. "사랑한 것이 아니라 욕망한 것이었어".

끊임없는 욕망이 영화 전체를 감싼다

영화의 주인공 오영(이준 분)은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아니다. 그는 무작정 자신의 감정만을 앞세운다. 연극 무대에서 여주인공의 배신을 의심하는 연기를 하는 오영은 실제로 그 여배우의 목을 조르며 윽박지른다. 그는 그것이 캐릭터를 살리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자기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그 연극에 한때 정상의 여배우였지만 스캔들로 '한 방에 훅간' 오연희(서영희 분)가 출연하게 된다. 역시나 그는 오연희를 연극에서 거의 실신 직전까지 밀어붙이고 연극은 엉망이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오연희와 오영은 미묘한 눈길을 보이게 되고 그 무렵 오영은 연예계 데뷔를 제안받게 된다.

▲ '배우는 배우다'는 한 배우의 성공과 몰락을 강렬하게 담아낸다(NEW 제공)

오영의 이런 성격은 '배우는 배우다'를 더 극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단역으로 영화에 출연한 그는 연기력은 없으면서 스타라고 자기 맘대로 영화를 이끄는 거만한 배우(양동근 분)에게 진짜로 두들겨맞고 단역이라고 주연 여배우에게 무시까지 당한다. 그런데 그 영화로 갑자기 스타가 된 오영은 그 여배우와 거의 강간에 가까운 정사를 치르고 자신을 때리고 무시했던 거만한 배우와 똑같이 행동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또다른 건방진 배우(김형준 분)가 등장하고 그와 계약을 맺기 위해 폭력도 불사하려는 연예계의 대부(마동석 분)의 손길도 등장한다.

뜨기 위해서 아무에게나 몸을 허락하는 여배우와 폭력으로 자신의 뜻을 이루려는 매니지먼트 사장 등을 보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이 연예계라는 곳이 결국 '욕망'으로 얼룩진, 크던 작던 욕망으로 넘실대는 무서운 곳이라는 깨달음이다.

신인 감독 시절의 따귀가 이 영화를 만든 게 아닐까?

문득 이 영화의 각본과 제작을 한 김기덕 감독의 일화가 떠오른다. 그가 데뷔작 '악어'를 찍을 당시, 그는 클라이막스를 찍을 공간을 찾기 위해 수영장을 헌팅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늦게 촬영장에 도착하자 제작자는 배우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따귀를 때렸다. 눈물을 흘리며 김밥을 씹었던 신인 감독의 비화. 그 기억이 바로 이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 스타로 성공한 오영(이준 분). 하지만 그것은 파멸의 시작이 된다(NEW 제공)

'배우는 배우다'의 인물들은 모두 욕망을 따라가고 있다. 유명해지고 싶고,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욕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불사한다. 폭력과 섹스는 '당연한 수순'이다. 이 속에서 오영은 추락하고, 다시 옛날 무대에 섰던 그 때를 그리워한다.

오영희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클라이막스, 현실과 연극이 교차하는 바로 그 장면에서 오영이 부르짖는 절규가 앞에 말한 "사랑한 것이 아니라 욕망한 것이었어"다.

이 영화는 김기덕의 영화인 것도 맞고 신연식의 영화인 것도 맞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준의 영화이기도 하다. 이준이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정말 놀라운 선택이다. 그것은 단순히 아이돌이 파격적인 장면을 소화했다고 해서 호평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의 불안한 미래의 모습일수도 있는 것을, 그가 아이돌이 아닌 잔악하고 무서운 인물로 기억될 수 있는 위험 지대에 스스로 걸어갔고 스스로 아이돌의 가면을 벗어버렸다.

▲ 연극을 통해 오영(이준 분)과 만나게 된 여배우 오연희(서영희 분) (NEW 제공)

이준 자신도 이 영화를 통해 '배우는 배우다'를 선언했다. 연기력에서는 아직 미숙함을 벗어나진 못했지만 적어도 이런 마음이라면 충분히 그 미숙함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잔혹한 게 어디 연예계 뿐이겠는가? 지금 우리가 속해있는 조직, 우리가 속해있는 이 사회도 조금씩 잔인함이 드러나고 남을 해쳐서라도 욕망을 얻으려는 이들이 비일비재한 곳이 되었다.

'배우는 배우다'는 그 세계를 연예계로 한정지었을 뿐이다. 영화와 현실이 요상하게 맞부딪히는 상황, 어쩌면 그 속엔 오영이 아닌 내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족 : 오영이 스타덤에 오르는 영화의 제목은 '뫼비우스'. 제작자 김기덕 감독이 만든 영화와 같은 제목이다. 물론 내용은 전혀 다르다. 그런데 굳이 이 이름을 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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