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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수빈 기자
  • 문화
  • 입력 2019.10.29 11:43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푸치니의 오페라 통해 비극적 암시 곳곳에 배치

장면에 삽입된 배경음악 등장인물 대변하기도, 전개될 스토리 암시하기도 해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영국의 록밴드 ‘퀸’은 197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풍미한 전설적인 밴드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9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었다. 영화는 실제 퀸의 모습과 노래, 소품, 의상 등을 생생하게 재구성하는가 하면 퀸과 프레디의 음악적 여정을 솔직하게 전달하기도 해 많은 이들의 감동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 영화'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모든 영화에서 그렇듯, 영화 감상에 있어 등장인물과 스토리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겠다. 관객은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등장인물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요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배경음악이다. 영화의 각 장면에 삽입된 음악은 관객들로 하여금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특히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노래를 생생하게 재현하는 가하면 영화에 다수의 명곡을 삽입해 더욱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쯤 되면 ‘영화에 삽입된 곡은 모두 퀸의 노래일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사실 그렇지 않다. 장면마다 배경음악으로 클래식 음악을 삽입해 프레디의 심정을 대변하기도 했다.

어떤 클래식 음악이 삽입돼 관람객들로 하여금 프레디의 심정을 읽는데 한몫을 더했을까. 사실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제목부터 클래식과 연관성이 적지 않다. 탁월한 음악성을 자랑하는 집시라는 뜻의 보헤미안과 서사 성격의 멜로디라는 뜻의 랩소디가 합쳐져 음악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 프레디는 살아생전 오페라 애호가였기 때문에 그의 음악 곳곳에 클래식 음악이 반영돼 있기도 하다.

최근 출간된 『영화관에 간 클래식』의 저자 김태용은 영화‘보헤미안 랩소디’는 클래식, 특히 비극적 의미를 갖고 있는 클래식 음악과 연관이 깊다고 이야기한다. 프레디가 45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지아코모 푸치니의 '나비부인' 페이스메이커 제공

영화에는 총 3장면에 걸쳐 클래식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나오는데 바로 푸치니의 오페라와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다. 특히 푸치니의 오페라는 2번에 걸쳐 나오는데 역시 비극적 스토리를 지니고 있기로 유명하다. 클래식 음악의 스토리와 프레디의 심경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먼저 퀸이 BBC의 생방송 출연 후 프레디와 여자 친구 메리가 다정하게 있는 장면에서 ‘나비부인’의 2막 아리아 ‘어느 갠 날’, 다른 하나는 영화 중반 대저택을 구매한 프레디가 밤에 메리에게 전화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투란도트’의 1막 아리아 ‘왕자님 들어주세요’가 삽입되어 나온다.

나비부인의 2막 아리아 ‘어는 갠 날’은 게이샤인 초초가 미군 대위 핀커튼을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이다. 가벼운 불장난 정도로 생각한 핀커튼은 그녀를 남겨두고 미국으로 돌아가지만 초초는 그의 아이를 낳고 핀커튼이 돌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한다. 어느 갠 날의 ‘죽음’이라는 가사를 통해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기도 한다.

실제 프레디와 메리의 이성적 사랑은 지속되지 못한다. 프레디가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며 두 사람의 관계는 완성되지 못하고 프레디는 죽음으로 향해가기 때문이다. 프레디와 메리가 다정하게 있는 장면에 어느 갠 날을 배경음악으로 삽입함으로써 둘의 관계는 완성되지 못하고 비극적일 것이라는 복선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삽입된 곡 ‘투란도트’의 1막 아리아 ‘왕자님 들어주세요’는 프레디의 마음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타타르의 왕자를 짝사랑하는 노예 류의 애절한 마음을 담은 곡으로 중국의 공주 투란도트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해 왕자가 죽게 되고 결국 자신도 죽을 것이라는 내용의 노래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 곡은 프레디가 저택을 사고 매리와 통화하는 장면에 삽입된 곡이다. 커밍아웃을 한 프레디와 매리는 관계가 소원해 지지만 여전히 서로에 대한 연민과 사랑은 여전하다. 어느새 결혼해 가족이 생긴 다른 멤버들과 달리 프레디는 여전히 혼자인 상황. 자신의 괴로움과 외로움을 달래고 그녀에게 다가가길 원하지만 매리는 마음의 상처가 크다. 여기서 류의 절절한 아리아가 프레디의 복잡한 심경을 적절하게 대변하며 흘러나온다.

▲ 도서'영화관에 간 클래식'

살펴본 것처럼 영화의 장면에 삽입되는 배경음악은 관객들이 등장인물의 심경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배경음악에 담긴 스토리까지 이해한다면 더욱 풍부한 감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서 『영화관에 간 클래식』은 영화의 각 장면에 삽입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며 각각의 장면에 왜 그 음악이 삽입되었는지까지도 친절하게 풀어 설명한다. 저자 김태용이 소개하는 주옥같은 명곡들이 담고 있는 스토리를 이해하고 영화를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풍부한 감상과 더불어 한층 업그레이드 된 음악적 지식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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