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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영화
  • 입력 2013.10.25 16:35

[리뷰] '톱스타', 결국 박중훈 자신의 '회한 어린' 이야기다

담담하게 혹은 과격하게 털어놓은 고백,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어쩌면 난 내가 해야할 만큼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는지도 몰라요/어쩌면 난 내가 해야할 만큼 당신을 잘 대해주지 않았는지도 몰라요/작은 것이라도 말하고 행동해야 했는데 신경을 쓰지 못했어요/내 맘 속엔 항상 당신이 있었는데...'

윌리 넬슨의 곡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올드팝 'Always on my Mind'. 이 노래를 배우 박중훈은 자신의 첫 연출작 '톱스타'의 테마 음악으로 선곡했다(물론 영화에는 편곡을 해서 나온다).

항상 맘 속엔 당신이 있었지만 사랑하지도 못했고 잘해주지도 못했다고 말하는 늙은 가수의 회한. 그것은 그가 영화 '톱스타'를 통해 하고 싶었던,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인지도 모른다.

고발 영화가 아닌 '회한'의 영화

▲ 박중훈 감독의 첫 연출작 '톱스타'(세움영화사 제공)

'톱스타'는 알려졌다시피 박중훈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연예계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다. 따라서 영화를 기대한 사람들은 어쩌면 뭔가 '센'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는 이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연예계의 뒷모습을 파헤치는 고발 영화가 아니다. 성공과 명예만을 따르다 자신의 소중한 삶의 행복을 잃어버리게 되는 한 남자의 모습을 계속 비춰주는 영화다.

(사족 : 만약 '센' 스타일의 영화를 원한다면 같은 날 개봉하는 '배우는 배우다'를 권해드린다. 물론 이 영화도 고발 영화는 아니지만.)

톱스타 원준(김민준 분)을 보좌하는 매니저 태식(엄태웅 분)은 스타가 되고픈 꿈을 가지고 있는 남자다. 원준이 음주 뺑소니 사고를 일으키자 자신이 범인이라고 거짓 자수를 하고, 그 보답으로 원준이 출연하는 드라마에 배역을 얻으면서 승승장구하지만 조금씩 예전의 부드러운 성격은 사라지고 괴물처럼 변해가는 태식을 영화는 끊임없이 보여준다.

▲ 성실했던 매니저 태식(엄태웅 분)은 톱스타가 되면서 점점 괴물로 성격이 변해간다(세움영화사 제공)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에 자신과 같은 소속사에 있는 배우를 끌어들이고, 자신이 살기 위해 기자에게 다른 이의 비밀을 폭로해 기사를 쓰게하고, 제작자와 매니지먼트의 신경전이 벌어지는 연예계의 뒷모습(하지만 우리가 익히 상상할 수 있는 모습)에 박중훈 감독은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 속에서 태식은 톱스타가 되지만 자신의 모습에 아직도 드러나 있는 '빈티'를 없애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자신을 파멸로 몰고간다. '빈티'를 없애야하기에, 어떻게든 지금의 자리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하지만 술과 환각에 찌든 그의 몸은 파멸의 길로 서서히 가게 된다.

누가 뭐래도 '톱스타'는 박중훈의 영화다

'톱스타'는 누가 뭐래도 박중훈의 영화다. 엄태웅과 소이현, 김민준이 연기를 하지만 그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박중훈 자신, 그리고 박중훈이 그 동안 봐 왔던 인물들의 모습이다. 성공도 해 보고 실패도 해 보고 명성도 얻어봤고 몰락도 해봤던 박중훈은 그 이야기를 한 번 털어놓고 싶었고, 그것을 영화 '톱스타'와 팝송 'Always on my Mind'에 담았다.

▲ 톱스타 원준(김민준 분)은 성공과 몰락을 동시에 맛보게 된다(세움영화사 제공)

그렇기에 이 영화는 고발 영화가 아니다. 그저 그가 겪고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줬을 뿐이다. 박중훈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원준에게 대신 하게 만든다. "유명세가 사람을 괴물로 만들더라" , 그리고 태식의 친구이자 매니저가 되는 상철(이준혁 분)의 입으로 그의 바람을 전한다. "나는 니가 성공한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는 107분 동안 박중훈이 생각한 연예계, 그리고 연예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본다. 우리는 이를 보면서 박중훈이 배우로 출연했던 '라디오 스타'가 어쩌면 판타지가 아닌가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의 담담한, 혹은 과격한 고백이 관객에게 얼마만큼 감성적으로 다가갈까? '톱스타'는 추악함을 고발하기보다 그 추악함 속에서 살아가야했던 한 배우의 고백장이다. 그 고백에 대한 판단은 관객 여러분에게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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