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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영화
  • 입력 2013.10.23 12:01

[리뷰] '공범', 진심이 없다면 감성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김갑수의 호연도 영화 살리지 못해, 두 사람에 치중한 내용 아쉬워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박진표 감독의 영화 '그놈 목소리'는 맨 마지막에 유괴범의 실제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는 이 영화에서 스릴러적인 요소를 과감하게 없애고 아이를 찾는 부모의 애끓는 마음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가 이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이유를 마지막에 대놓고 보여줬다. 범인의 실제 목소리를 들려줌으로써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그 놈, 반드시 잡아야한다'

그 영화의 조감독이었던 국동석 감독은 이 영화의 후속편 격으로 바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우리 아빠, 우리 가족일수도 있다는 무서운 생각(혹은 사실)을 스크린에 펼친다.

감독이 아무리 '그놈 목소리'와 다르다고 말을 하지만 그가 만든 영화 '공범'은 사실 일정 부분을 '그 놈 목소리'에 빚지고 있다.

▲ 영화 '공범'의 포스터(선샤인필름 제공)

영화의 주인공 다은(손예진 분)은 아빠 순만(김갑수 분)의 끔찍한 사랑을 받는 딸이다. 그런 그가 신문사 면접을 위해 유괴 살인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러갔다가 그 영화의 마지막에 나온 실제 범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충격을 받는다. 사랑하는 아빠의 목소리와 똑같은 목소리. 아빠가 즐겨 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

이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는 '그놈 목소리'에 빚지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공교롭게도 다은이 무서운 의심을 하기 시작한 것은 한 편의 영화, 그리고 그 영화가 마지막에 들려준 범인의 실제 목소리다. 박진표 감독이 '그놈 목소리'에서 쓴 바로 그 형식이다. 이 영화의 탄생 비화(?), 명확하다.

참을 수 없는 주변 캐릭터의 가벼움

'공범'은 15년 전 유괴 살인사건의 범인이 아빠라고 의심하는 딸과 자신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아빠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이들의 심리를 따라가며 '감성 스릴러'를 추구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스릴러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접는 것이 좋다. '그놈 목소리'가 스릴러 대신 부모의 애끓는 마음을 중심으로 했듯이 '공범' 또한 아빠와 딸의 갈등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이다.

▲ 다은(손예진 분)은 아빠(김갑수 분)가 15년 전 유괴 살인범이라는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선샤인필름 제공)

문제는 영화가 이 둘의 이야기에만 치중한 나머지 다른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다뤄졌다는 것이다. 순만의 비밀을 알고 있는 수수께끼의 인물 준영(임형준 분)과 결과를 위해 강압적인 수사도 불사하는 형사(김광규 분), 그리고 자식을 잃고 애통해하는 아이의 아버지(강신일 분) 등의 캐릭터가 너무나 가볍게 다루어지다보니 긴장감이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범'의 미덕은 김갑수다. 김갑수는 작은 표정 변화만으로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상한 아빠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유괴범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연히 관객들도 그의 태도와 표정을 보며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

언론시사회 때 김갑수는 "손예진의 딜레마를 따라가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결국 김갑수의 표정을 주목해야한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사실 '공범'은 김갑수가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릴러의 재미도, 절실함도 없다

▲ 김갑수의 연기는 관객들이 절로 의심을 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선샤인필름 제공)

아쉽게도 '공범'은 스릴러의 재미도, 범인을 잡아야한다는 절실함도, 한 가족의 비극적인 모습에 대한 공감도 모두 얻는데 실패했다. '아빠가 맞지?-아빠 아니야-아빠가 그럴 줄은 몰랐어-아빠 믿어줘'가 이어지지만 뒤로 갈수록 긴장감도 애잔함도 점점 사라진다. 이유? 너무 반복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마지막에 여러가지 극적 장치를 제공하지만 그러기에는 관객들의 피로가 너무 겹쳐있다.

'공범'은 분명 좋은 소재를 가진 영화였다. 하지만 그것을 '감성'으로만 풀어가려고 한 것이 패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놈 목소리'가 스릴러의 요소가 빠졌음에도 호평을 받은 것은 진심을 담아내려하는 노력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공범'은 바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고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되고 말았다. 너무나 아쉬운 영화다.

▲ 30대의 손예진이 다양한 감정을 보이는 20대 대학생을 연기한다. 그 나이 또래의 여배우 중에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니..(선샤인필름 제공)

사족 : 영화에서 손예진은 기자가 아닌 기자를 지망하는 대학생으로 나온다. 30대의 손예진이 20대 초반의 대학생을 연기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슬픈 것, 우리의 20대 여배우 중에는 이 영화의 감정 연기를 소화할 만한 능력있는 배우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전성기를 맞은 여배우는 대부분이 30대고 그들이 20대의 감정 연기까지 맡아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20대 여자 연기자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준 가장 큰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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