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박수빈 기자
  • 문화
  • 입력 2019.10.14 09:53

우리가 알지 못했던 프랑스의 속사정

비정상회담 ‘오헬리엉 루베르’, 복지 천국은 옛말 '행정 시스템은 국민 분노 사기도'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프랑스는 ‘복지 제도가 좋은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다. 탄탄한 의료서비스, 안전한 국민연금, 등 의 제도로 대표적인 복지 국가로 인식돼 왔다.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프랑스인들과 탄탄한 복지제도를 제공하는 국가의 모습은 그야말로 금상첨화로 보인다. 그들이 갖고 있는 쿨 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대인관계와 화려한 문화유산들은 프랑스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아마 그들의 역사가 낳은 산물이 아닐까싶다. 중세시대 유럽에서 절대왕정이 확립되면서 화려한 의상과 장식, 건축, 음식의 문화가 발달하다보니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우리 머릿속에 인식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그들의 복지제도 또한 역사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도 노동자를 위한 연차제도가 도입된 국가이기도 하다. 2차 대전이 끝나는 전후로 탄탄한 복지체계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프랑스 국민의 40 퍼센트가 공산주의자였기 때문에 혁명이 일어날까 위기감을 느낀 프랑스 정부가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복지제도를 만들어 줬다고 한다. 물론 반박하는 의견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프랑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 도서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의 저자 '오헬리엉 루베르'

모든 국가가 그렇듯, 아름다운 모습 뒤에는 이면의 모습도 존재한다.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 뒤에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있다. 최근 출간된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의 저자 ‘오헬리엉 루베르’는 프랑스의 ‘행정은 정말 지옥, 복지 천국은 옛말’이라는 말을 전한다. 구글 지도에 시민들이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만 봐도 그야말로 불만으로 도배가 되어있다 해고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프랑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프랑스의 속사정이 생긴 걸까. 그가 들려주는 프랑스의 행정과 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1. 복지 천국 프랑스 연금의 속사정

한국은 국민들에게 받은 연금을 운용한 수익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국민연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조금 다르다. 정부가 걷은 세금을 운용하는 기금 없이 연금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바로 보낸다고 한다. 아마 주식 투자를 잘 하지 않는 프랑스 사람들의 특성 때문일 것이라는 게 오헬리엉의 설명이다.

프랑스는 원래부터도 주식을 잘 하지 않았다. 때문에 2008년 금융위로 많은 국가들이 타격을 입었지만 프랑스는 거의 타격을 받지 않고 연급을 지급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 투자와 연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더욱 견고해졌다. 하지만 그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이 방식도 언제나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경제활동 인구는 점점 줄어가고 사회는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상황, 게다가 경제 성장도 정체된 상황에서 현재의 연금방식은 지속되기 힘들다는 말이다.

프랑스 정부는 연금 제도 개혁의 의지를 보이지만 사실 국민도 정부도 보수화되어 크게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란다. 기본의 틀은 놔두고 조금씩 손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지금 노인세대는 연금으로 그럭저럭 생활을 할 수 있지만, 인구의 고령화, 경제 성장 정체, 평균 23세에서 정년인 65세까지 42년간 일하지 않으면 연금이 100퍼센트 제공되지 않는 법제도 존재하는 현실에서 젊은 세대들은 국가가 지금 수준의 삶을 보장해 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2. 행정지옥 프랑스!

행정의 경우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오헬리엉은 행정 지옥이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쓰기도 한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나라 프랑스가 행정 지옥이라니. 과한 표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유를 들어보면 누구나 납득한다. 너무 느린 행정 처리와 너무 많은 행정기관으로 복잡함까지 자아내 프랑스 국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전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 프랑스 공무원부터 알아보자.

프랑스는 1970년 경제 위기를 겪기 일자리가 많았기 때문에 굳이 공무원을 하려고 하지 않았고 유능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공무원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인식 때문이었을까. 경제 위기가 찾아와 사회가 안정적이지 못할 때도 공무원에 대한 인식 때문에 그 분야에서 일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많았다고 한다. 자연스레 좋은 인재가 유입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공무원에 대한 처우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일하는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부지런한 사람도 공무원이 되면 게을러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적당히 게으름 부리며 휴가를 즐기는 모습이라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민원들을 대하는 공무원의 태도에서 나타난다. 한국은 공무원들의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다양한 루트를 통해 해결하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만 공무원이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한국의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공무원의 스타일대로 민원을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의 심기를 잘못 건드리는 날엔 모든 일이 멈추고 해결방안조차 없다.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은 공무원을 대할 때 밝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애를 쓴다고 한다.

#3. 프랑스 사법부는 힘이 없다?

살면서 소송에 휘말릴 일이 없다면 너무나 다행스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때 사법부는 법치주의에 입각해 법을 해석하고 판단해 판결을 내린다. 일반적으로 소송이 시작되면 많은 사람들은 긴 싸움에 지처 ‘빨리 끝났으면’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일단 소송이 시작되면 2~4년은 기본이라고 한다.

하루하루 진행되는 소송에 지치는 마당인데 어째서 4년까지 걸릴까. 프랑스 정부는 사법부 예산에 쓰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한다. 예산이 부족하니 당연히 인력의 문제도 생기고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다. 심지어 비품을 구입할 예산이 모자라 판사가 자비로 프린트 토너를 산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범죄를 저지르면 바로 처벌 받는다’라는 느낌을 줘야 하는데 시차가 생기니 판결이 소용없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판결 이후도 문제다. 프랑스는 감옥도 부족하고 시설도 열악하다고 한다. 때문에 프랑스인들은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감옥이 부족해 안 간다’라는 생각을 한기도 한다. 가벼운 범죄에 대한 처벌과 교화의 대안도 마땅치 않다고 한다.

▲ 도서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

오헬리엉은 프랑스는 다른 나라에 결코 세율이 낮은 나라가 아니라 말한다. 프랑스인들은 세금은 많이 걷어가면서 국민들이 받아야 할 공공서비스에 예산이 적절히 배치되지 않아 불만이 많다고 한다.

우리는 그동안 프랑스 하면 ‘우아한 그들의 문화’를 많이 떠올린 것이 사실이다. 최근 출간된 ‘오헬리엉 루베르’의 저서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는 프랑스의 문화,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며 그들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볼 수 있도록 서술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던 그들의 문화를 좀 더 깊게 알아 볼 수도, 잘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의 속사정도 알 수 있다. 그를 통해 잘 알지 못했던, 혹은 잘못 알고 있었던 프랑스에 대해 알아보는 건 어떨까.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