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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스타데일리뉴스
  • 생활
  • 입력 2019.09.30 14:15

[조하영 변호사의 법률칼럼] 모텔에 갔다가 로비에서 돌아온 것만으로도 ‘부정행위’ 인정될까

[스타데일리뉴스] 법적 혼인관계인 두 사람이 결혼생활을 유지하다가 이혼에 이르게 될 경우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이혼에 대한 의사가 부부간 합치하면 취할 수 있는 '협의 이혼'과 합의가 불가능해 소송으로 청구하는 '재판상 이혼'이 그것이다.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법률상 정해진 이혼사유가 명확해야 한다. 우리 민법 제 840조에서는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배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로 보고 있다.

▲ 조하영 교연 대표변호사

이 때 만약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 즉 다른 이성과의 부적절한 관계 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간통행위에 모호함이 있을 경우에는 재판상 이혼사유에 성립되는지, 또는 위자료 청구가 인정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사례를 들어 살펴보도록 하자. A(남편)는 혼인 초부터 자주 만취해 귀가했으며 B(아내)를 여러 번 폭행했다. 특히 출산일이 얼마 남지 않은 B의 뺨을 때려 이후 치아가 깨지는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고 이에 B는 2017년 5월 7일 자녀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게 되면서 이 때부터 둘의 별거가 시작됐다. 이후 B는 A의 휴대폰 통화내역, 메시지 내역 등을 보고 A의 부정행위를 의심하게 됐는데 A가 C에게 '보고 싶다', '갈까'라는 메시지를 보냈으며 서로 만나 식사한 뒤 함께 모텔에 간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A는 같은 직장에서 알게 된 D와도 퇴직 이후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 받으며 함께 모텔도 갔다.

이에 B는 A를 상대로 이혼 등 소송을, C, D를 상대로 위자료 소송을 제기했으나 A, C, D는 모텔 로비까지 갔다가 돌아왔다거나 모텔에서 잔소리만 듣고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사건이다. 이런 경우 B의 이혼청구 및 위자료 청구가 인정되는지 문제가 된다. 

위에서 언급한 민법 제 840조 제1호에서 '소정의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라 함은 간통을 포함하여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간통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나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일체의 부정한 행위가 이에 포함되고 부정한 행위인지 여부는 각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하여 평가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0므4095 판결 참조)'고 판결한 바 있다.

다시 사안으로 돌아가서, 부산가정법원은 A와 B의 혼인관계는 파탄되었으며, 그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은 A의 B에 대한 폭행, C, D와의 부정행위 등 A의 주된 잘못으로 파탄되었다고 보면서 B의 이혼청구와 위자료 청구(일부)를 인용했다. 특히 A의 부정행위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정됐다.

A가 C, D와 각각 친근하게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고 여러 차례 만난 점, A는 C와 모텔로비까지 갔다가 돌아왔으며 D와는 장난 삼아 모텔에 갔다가 D의 설교만 듣고 나왔을 뿐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는 A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A는 C, D와 모텔에 들어갈 정도로 친밀한 사이였음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이에 민법 제 840조 제 1호에서 규정한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간통에 이르지 않지만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부정행위를 의미하는 점에 비춰 A의 행동은 부정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C, D는 각 A와의 부정행위로 인해 B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배상할 의무가 있으며 A와 공동하여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판결했다(부산가정법원 2019. 1. 23. 선고 2017드단204366).

이처럼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재판상 이혼사유가 인정될 수 있으며 나아가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가담한 제 3자도 배우자가 있는 점을 알고도 그와 같은 부정한 행위에 가담했다면 불법행위자로서 정신적 손해에 대해 배상할 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 

법적으로 맺어진 부부의 이혼은 쉽지 않은 과정을 동반하게 된다. 특히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존재하는지는 구체적인 사안마다 그 상황과 정도에 따라 법률 전문가와의 개별적인 검토가 필요할 뿐 아니라 배우자의 부정행위 존재를 입증할 자료 준비가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원인으로 한 재판상 이혼청구는 이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내, 부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2년 내 각각 제기해야 하며 특히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사전 또는 사후에 용서했다면 이를 원인으로 한 이혼청구는 할 수 없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의정부 법률사무소 교연 조하영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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