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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9.09.29 21:18

[권상집 칼럼] 아시아 최초 방어율 1위에 등극한 류현진

아시아 최초 메이저리그 방어율 타이틀을 차지한 류현진

▲ 류현진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류현진은 국내 프로야구의 대명사였다. 그가 2006년 프로야구에 데뷔했을 때 이 정도의 성과를 내리라고 기대한 국내 야구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전문가들의 기대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어 프로데뷔 첫해 다승, 방어율, 탈삼진 1위를 기록,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수상했다. 류현진 이후 아직까지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수상한 야구선수는 국내에서 등장하지 않았다. 몬스터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그의 신화는 결국 국내를 넘어 메어저리그에서도 방어율 1위에 등극, 현재진행형 상태로 달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관련 시상식에서 수상을 차지한 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한 번도 못해본 20승을 올해 해보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전 부상에 시달리고 침체에 빠진 상태였기에 그의 포부에 현실가능성을 부여한 기자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올 시즌 20승에 대한 기대가 무리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탄탄한 실력으로 다승과 방어율을 관리해 왔다. 시즌 막판 피로도로 인한 방어율 붕괴는 일정 부분 아쉬움이 남지만 류현진은 어려움을 또 다시 이겨내고 막판 집중력을 유지, 결국 아시아 최초의 방어율 1위를 지켜냈다.

아시아의 초특급 투수들이 그 동안 메이저리그에 많은 도전을 이어왔지만 투수가 차지할 수 있는 주요 부문 중 가장 핵심인 방어율과 관련해서 1위에 오른 투수는 아직까지 없었다. 1995년 아시아의 야구 열풍을 불러일으킨 노모 히데오가 두 차례 탈삼진 1위를 기록했고 2006년 대만의 투수 왕첸밍이 19승으로 다승 1위에 올랐지만 투수가 관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지표인 방어율 수위를 기록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메이저리그의 강타자들을 상대로 가장 낮은 점수를 허락해야 하는 만큼 투수의 역량과 센스 등이 총동원되는 고난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올해 류현진이 거둔 최종 방어율은 2.32이다. 박찬호는 물론 아시아 역대 한 시즌 최저 방어율을 유지한 노모의 2.54 기록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이다. 특히 노모나 박찬호 등 강속구 등을 토대로 위압적인 투구가 아닌 다양한 볼 배합과 볼 컨트롤을 통해 그가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해왔다는 점에서 류현진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민을 거듭하며 경기에 임했는지 알 수 있다. 류현진은 그 동안 노력보다 타고난 천재형 기질이 탁월한 투수로 인정 받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그는 끊임없는 노력과 보완을 통해 시즌을 준비해왔다.

그가 부진할 때마다 인터넷 댓글에는 조롱과 비난이 넘쳐나기도 했다. 때로는 그의 낮은 구속을 문제 삼는 이들이 있었고 또 다른 이들은 다양하지 못한 구종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타 구단의 난타의 대상이 된다며 정밀하게 그의 경기를 분석해서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는 시합이 진행될수록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장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하는 분석관들이 넘쳐난다. 이들이 도출한 분석의 정확도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투수는 압도적인 강속구 또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한 다양한 기교로 대응해야 한다. 류현진은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류현진은 실제로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으로 알려진 쿠어스필드 등을 비롯해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팀을 위해 마다하지 않고 공을 던졌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 또는 시청자들은 류현진의 한 경기 한 경기가 위태로운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종종 하지만 그는 실제로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와 함께 꾸준히 체력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 노력했고 타자와 관련된 수많은 데이터를 토대로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의 스타일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예습과 복습을 병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방어율 1위는 그의 불철주야 노력이 받아낸 성과이다.

아시아 최초 사이영상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았고 류현진이 1승을 거둘 때마다 언론에서 워낙 요란하게 소식을 전했기에 실제 그가 받는 부담감과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그가 1경기 부진할 때마다 인터넷에는 경기 능력을 비난하는 댓글도 넘쳐났기에 마인드 컨트롤을 유지하며 한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 자체가 대단한 성과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4경기 연속 난타를 당하며 도합 21점을 내주었을 때도 류현진은 팀 동료들이나 자신을 스스로 질책하기보다 더 많은 노력과 꾸준한 준비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침착한 반응을 보였다.

▲ 류현진 ⓒ스타데일리뉴스

14승과 함께 방어율 2.32를 거두자 또 다시 사이영상에 대한 기대가 국내외에서 대두되기 시작했다. 류현진은 시즌 마지막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공식적으로 가진 인터뷰에서 “사이영상은 나보다 더 훌륭한 투수가 받아야 한다”며 경쟁자인 다른 투수가 사이영상 수상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수많은 기대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은 멘탈, 수 차례 다가온 시련에도 불구하고 좌초하지 않고 시즌 내내 유지한 그의 노력과 철저한 준비, 라이벌을 높이 인정하는 그의 겸손함 등은 국내 야구선수들이 모두 배워야 할 덕목이다.

류현진은 아시아 투수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을 세웠다. 사람들은 그가 거둔 결과만을 놓고 칭찬 또는 비난하지만 한 시즌 내내 그가 출전한 29경기를 보면서 그의 인내심과 노력 그리고 절제하는 마인드 등을 통해 스포츠 선수가 가져야 할 기본 자세를 제대로 지켜볼 수 있었다. 사이영상 수상이나 월드시리즈 우승 등 결과를 기대하기보다 그가 꾸준히 자신의 강점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그의 과정에 더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낼 필요가 있다. 류현진이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그의 흔적은 앞서 말했듯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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