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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9.09.27 10:21

[S리뷰] '조커' 호아킨 피닉스 절정의 열연만으로도 충분한 걸작

희대의 악마와 영웅을 오가는 양극화 시대의 이단아 '조커'

▲ '조커' 스페셜 포스터(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오는 10월 2일 개봉하는 '조커'는 잔인하고, 끔찍하며, 드라마틱하며, 심지어 선악의 경계를 멋대로 넘나든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묘한 쾌감을 제공한다.

배우 브래들리 쿠퍼와 공동제작을 맡고, 각본과 연출까지 담당한 토드 필립스 감독은 조커에 빙의된 배우 호아킨 피닉스에게 마음껏 놀 수 있는 놀이터와 조커 사용법을 제시했다. 그 때문일까. 호아킨 피닉스의 신들린 연기는 이 작품에서 절정에 달했다. 

아서 플렉에서 조커로 가는 끔찍한 과정

때는 1979년과 80년대 초반. 고담시 외곽 낡은 아파트에서 미혼모 페니 플렉(프란시스 콘로이)와 함께 사는 외아들 아서 플렉. 그의 직업은 광대, 꿈은 유명 코미디언이다. 아서가 어머니 페니와 항상 즐겨 보는 TV프로그램은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 니로)의 인기 토크쇼다. 

영화는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을 스토리 전반에 배치했다. ​아서는 창세기(구약)에 등장한 하갈의 아들 이스마엘처럼 동정받는 인물처럼 묘사됐다. 하지만 몇몇 사건으로 말미암아, 희대의 악마 조커로 변신한다.  

덧붙여 '조커'의 러닝타임 123분을 계단이라고 가정한다면 끝까지 올라간 느낌이다. 전개될 수록 긴장 수위가 높아진 나머지 당혹감마저 느껴진다. 두 편의 예고편 속에서 어림짐작으로 예상했던 시나리오가 아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심각해...Why so serious

"마피아는 항상 플렌을 갖고 있고, 경찰도 플렌이 있고, 고든市 또한 플렌을 갖고 있지. 그들은 모사꾼들이야. 모사꾼들은 그 작은 세상을 통제하려고 하지. 하지만 난 아니야. 난 그저 고담을 통제하려는 그들의 시도가 얼마나 딱한건지 보여주려 했을 뿐이야"

위 대사는 영화 '다크나이트'(2008)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다. 또한 조커(히스 레저)가 폭탄 테러로 얼굴 절반이 녹아버린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를 고담의 가장 유능한 검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악당 투 페이스(Two Face)로 탈바꿈시키는 순간이다.

위 대사는 개봉 예정작 '조커'(감독 토드 필립스)에서 하나의 골격을 이룬다. 간단히 쓰자면, 조커는 애초 계획이란 것이 없었다. 

가령, '괴벨스의 대중선동 정치학'에서 묘사된 아돌프 히틀러는 당시 문헌학을 전공한 요세프 괴벨스가 치밀한 계산과 기획으로 만든 선동이다. 이것은 당시 경제 대공황으로 양극화로 치닫던 두 계급간의 투쟁이자 비뚫어진 권력이동이다.

반대로 조커는 그의 등장 전후의 과정이 선동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정치라는 범주에 들기에도 버겁다. 이건 야누스다. 광대 마스크와 그 속에 감춰진 일그러진 얼굴. 누군가에겐 임꺽정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겐 최악의 악당인 것이다.

호아킨 피닉스 절정의 열연만으로도 충분한 걸작

영화 '조커'에 나오는 고담시는 과거 제2차 세계대전전 1929년 대공황으로 고통받던 독일과 유사하다. 현재 뉴스에 소개되는 뉴욕시처럼 곳곳에 악취 냄새와 함께 쥐가 들끓고, 양극화 또한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다.

하지만 고담시는 도심 경제권과 정치를 장악한 토마스 웨인(브루스 웨인의 아버지)과 같은 자본가들에게 반발하는 NGO도 없고, 재산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겠다고 선언한 빌 게이츠처럼 양심있는 기업가도 없다. 더구나 영화가 1980년대 초반을 묘사하고 있어 SNS은 커녕, 인터넷, 휴대폰도 없는 형편이다.

이런 형편을 가진 고담시에서 조커가 탄생했다. 그는 그래서 히틀러와 다르고, 스탈린이나 마오쩌둥과 큰 차이가 난다. 애초 계획이 없던 등장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를 바라보는 영화관객들에게는 둘도 없는 짜릿함과 끔찍함을 동시에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호아킨 피닉스 절정의 열연만으로도 충분한 걸작 '조커'(Joker). 워너브러더스 코리아가 수입/배급했다. 관람등급은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22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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